외환당국 개입으로 연말 환율 '진정'
환 헤지로 달러 미리 팔아치운 상황
달러 공급·해외자산 가치 약화시
환율 상승 압박 강해질 수도
2025년 국내 증시 폐장일인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전광판에 증시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자료사진). ⓒ뉴시스
지난해 하반기 원-달러 환율 고공행진에도 반도체 투심에 힘입어 코스피가 최고치 경신을 거듭한 가운데 향후 방향성에 관심이 모인다.
최근 외환당국 개입으로 환율이 진정세를 보인 덕에 연초 외국인 수급이 개선될 거란 기대감이 감지되지만, 당국 개입 후폭풍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2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연평균 주간 거래 종가는 1422.16원으로 집계됐다.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8년(1398.39원)보다 높은 역대 최고치다.
통상 고환율은 증시 자금의 '썰물'로 여겨진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은 환차손을 감안해 투자를 꺼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관련 맥락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해 국내 주식을 약 6조6568억원 순매도했다. 코스피에서 약 4조6546억원을, 코스닥에서 약 2조19억원을 팔아치웠다.
다만 국내 반도체주는 집중 매수했다. 미국발 인공지능(AI) 사이클의 수혜가 예상됨에도 지나치게 저평가됐다는 인식이 힘을 얻었다.
국내 증시에서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주 매수 쏠림은 외국인은 물론 개인·기관 투자자까지 예외가 없었다.
특히 ▲개인은 SK하이닉스 매수·삼성전자 매도 ▲외국인은 삼성전자 매수·SK하이닉스 매도 ▲기관은 '반도체 투톱' 매수 등의 '상호보완적 손바뀜'이 이뤄졌다.
부침을 겪긴 했지만, 손바뀜 덕에 반도체주는 꾸준히 우상향 곡선을 그렸고, 반도체주 비중이 높은 코스피 지수 역시 연이어 최고치를 경신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역대급 강세를 보였지만 온기의 확산은 제한적으로 다소 쏠림이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가총액에서 반도체 투톱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24년 말 19.26%에서 지난해 말 29.69%로 불어났다.
국내 주식을 7조원 가까이 순매도하면서도 반도체주를 집중 매수한 외국인의 코스피 비중 역시 2024년 말 32.21%에서 2025년 말 36.26%으로 확대됐다.
새해에도 당분간 환율 자체의 흐름보다는 외국인 수급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 레벨 자체보다 변동성, 조달 스트레스 및 이에 반응하는 외국인 수급과 주당순이익(EPS) 리비전의 방향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2025년 4분기 실적 시즌을 앞두고 실적 변화의 중심이 여전히 대형 수출주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도주 포트폴리오 재정비 필요는 현재로서 높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환율 변수는 언제든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다.
특히 지난 연말 환율 안정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는 국민연금의 환 헤지가 '부메랑'이 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미래에 유입될 것으로 기대되는 달러를 미리 팔아치운 만큼, 향후 달러 유입 강도에 따라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재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해외투자 확대에 따라 선물환 헤지 포지션을 늘리게 되면, 당장은 환율 안정 요인으로 작용한다"면서도 "글로벌 은행들을 통한 달러 공급력이 약해지거나, 해외투자 자산의 가치가 하락할 경우 오히려 환율 상승 압력이 더 높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2000년대 중반 조선업 환 헤지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선박 수주 증가로 조선업계가 환 헤지를 늘리자 환율 하방 압력이 강해졌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선박대금 지급이 미뤄져 역내 달러 유동성이 쪼그라들었고, 환 헤지 포지션 청산 관련 달러 수요까지 발생해 환율이 크게 뛰었다.
2020년대 해외 부동산 투자 관련 환율 상승 사례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당시 해외투자 활성화로 환 헤지 포지션이 늘어난 가운데 해외 자산 가치 하락, 원활치 못한 달러화 수입 등으로 달러 수요가 불어나면서 환율이 상승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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