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시·릴레이 소설…틀 깨는 출판 시장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6.01.02 08:04  수정 2026.01.02 08:04

SF 시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가 하면, 두 명의 작가가 각자의 시선을 풀어낸 릴레이 소설로 완성도를 배가하기도 한다. 또는 소설가가 쓴 시, 시인이 쓴 소설로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는 작품까지. 출판 시장에서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새 시도’가 이어진다.


정보라, 최의택 작가는 ‘이렇게 된 이상 포항으로 간다’를 통해 ‘릴레이 소설’을 선보였다. 함께 집필하는 공동 작업을 넘어, 각자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풀어내며 이를 교차시키며 기존과는 ‘다른’ 방식을 시도했다.


실제로 2025년 9월 한국석유공사가 막대한 국가 예산이 투입된 시추공 사업이 실패했음을 공식화한 사건을 소재를 바탕으로, 두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됐다. 평생 사기꾼의 표적으로 살아온 보라가 어느 날 시추공 분양 사기 사건의 가해자가 되고, 이후 그에게 전 재산을 맡긴 의택과 마주하며 진짜 사기꾼을 잡는데, 이때 정 작가는 보라의 시선으로 최 작가는 의택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내 예측할 수 없는 재미가 유발된다.


출판사는 이 소설에 대해 ‘바통을 주고받듯 쓴 미스터리 로드무비’라고 설명했는데, 이 설명대로 바통을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확장시키며 소재와 집필 방식의 ‘시너지’를 느끼게 한다.


‘이렇게 된 이상 포항으로 간다’가 ‘합작 소설’의 의미를 넓혔다면, ‘소설가의 시’, ‘시인의 소설’로 장르간 경계를 허문 시도도 있었다.


‘소설가의 시’에는 권재이, 김도언, 김태용, 문형렬, 서하진, 은미희, 이만교, 이명랑, 전경린, 한창훈 등 10명의 작가가 참여했고, ‘시인의 소설’에는 강정, 김이듬, 박정대 등 5명의 시인이 중편 소설 또는 단편 소설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출판사 잉걸북스는 이 두 작품을 동시에 출간하며 “저항을 느낄 때 우리는 생명을 느끼는 법이다. 내용과 형식뿐만 아니라 장르에도 저항이 필요하다. 저항은 곧 도전이기 때문”이라고 새 시도의 의미를 언급했다.


‘SF 시’라는 새로운 장르로 독자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선사하기도 한다. 정보라, 천선란 작가 등 SF 작가들의 작품을 꾸준히 선보여 온 출판사 허블은 김혜순, 신해욱, 이제니 등 12명의 시인이 SF적 소재를 시로 풀어낸 ‘뭐 사랑도 있겠고, 인간 고유의 특성’을 최근 선보였다. SF 시라는 장르 자체가 처음 시도되는 것은 아니지만, 국내에서는 첫 시도였다.


앞서 ‘이렇게 된 이상 포항으로 간다’가 두 명의 작가의 시선이 어우러져 풍성함을 더했다면, ‘뭐 사랑도 있겠고, 인간 고유의 특성’은 우주, 무한, 시간 등 SF적인 소재를 시로 풀어내며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단순히 소재의 폭을 넓히거나, 새 인물을 발굴하는 것을 넘어 ‘집필 방식’의 차별화로 가능성 확장하는 시도들이 이어지는 셈이다. 시도 자체로 흥미를 자아내는 것은 물론, 틀을 깨는 시도가 자아내는 신선함도 생겨난다. ‘뭐 사랑도 있겠고, 인간 고유의 특성’을 출간한 허블은 “시적 언어의 독창성과 SF적인 것이 포개질 때 드러나는 낯섦과 경이의 세계로 빛을 발한다”고 이번 시집의 의미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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