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잘한 서비스는 기억에 남지 않는가 [윤희종의 스윗스팟]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01.12 07:00  수정 2026.01.12 08:47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 게티이미지 뱅크

골프장 서비스의 수준은 분명 과거보다 높아졌다. 시설은 좋아졌고, 운영 기준은 정교해졌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비슷한 이야기가 반복된다.


“이만큼 했는데, 고객 반응은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현상은 서비스의 질 자체보다는 고객이 서비스를 인식하는 방식과 더 깊은 관련이 있을 수 있다.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정신적 회계(Mental Accounting)’는 사람이 지불한 비용을 머릿속에서 항목별로 구분해 인식한다는 개념이다.


이미 비용을 냈다고 생각한 서비스는 ‘받아야 할 것’으로 분류되고, 감정의 대상에서 자연스럽게 제외된다. 골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린피에 포함된 코스 관리 상태, 시설 수준, 기본적인 응대는 만족의 기준이 되지만 기억의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불만이 되고, 기준을 충족하면 당연한 서비스로 받아들여진다.


이 구조를 보완해 설명해 주는 이론이 서비스 마케팅 분야의 ‘기대–불일치 이론(Expectation–Disconfirmation Theory)’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고객 만족은 서비스의 절대적 수준이 아니라, 사전에 형성된 기대와 실제 경험 사이의 차이에서 발생한다. 다시 말해, 얼마나 잘했느냐보다 고객의 예상보다 나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 두 이론을 함께 놓고 보면 하나의 흐름이 분명해진다. 고객이 이미 비용을 지불했다고 인식한 서비스는 ‘정신적 회계’ 안으로 들어가고 그 안에 포함된 경험은 기대를 충족하는 역할만 할 뿐 기대를 넘기기는 어렵다. 반대로 예상에 없던 경험은 비용과 분리된 상태로 인식되며, 그 차이만큼 기억으로 남는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 게티이미지 뱅크

최근 골프장 경영은 점점 더 체계화되고 있다. 제공 항목은 명확해졌고, 서비스 기준도 표준화됐다. 운영 측면에서는 안정성이 높아졌지만, 고객 경험은 점점 더 예측 가능한 범위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그 결과, 적지 않은 투자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이 골프장만의 기억’은 오히려 옅어지는 경우도 나타난다.


이 지점에서 현장의 작은 장면들이 떠오른다. 쌀쌀한 날 라운드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아무 설명 없이 건네진 어묵 한 꼬치, 비 오는 오후에 준비돼 있던 따뜻한 율무차 한 잔. 요금표에도 없고, 사전 안내에도 없던 이런 서비스들은 비용으로 보면 사소하지만, 경험으로는 의외로 오래 남는다. 고객의 머릿속 어디에도 ‘받기로 한 항목’으로 정리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예상 밖의 서비스가 주는 효과는 감성에만 기대는 이야기가 아니다. ‘정신적 회계’ 밖에서 제공된 경험은 기대를 초과하는 지점으로 인식되고, 그 차이가 곧 기억으로 전환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무엇을 더 제공하느냐가 아니라, 어디에서 고객의 예상이 처음으로 빗나가느냐다.


모든 서비스를 요금표 안에 넣으면 운영은 효율적이고 관리도 수월해진다. 그러나 그 순간, 경험은 관리 대상이 된다. 반대로 일부 경험을 의도적으로 계산 밖에 두면, 그 지점이 이 골프장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이유가 된다.


그래서 골프장 운영에서도 이런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우리 골프장에서 고객이 예상하지 못한 경험을 처음 마주하는 순간은 언제일까?”


어쩌면 그 답이, 골프장의 다음 경쟁력을 설명해 줄지도 모른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글 / 윤희종 한국골프장경영협회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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