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은 AI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GPU가 없으면 머리라도 써라?
보이지 않는 기술 이전, ITT를 막아라
AI 시대 북한의 양면성과 우리가 할 일
인공지능을 상징하는 홀로그램 아래 북한의 인민군들이 행진하는 AI이미지. ⓒ readwrite.
AI가 신기하다고 얘기하면 이제 식상하다. 드디어 AI가 물리적인 공간으로 나와서 인간처럼 움직인다. 이번 2026 CES의 주인공은 단연 피지컬 AI, 그중에서도 휴머노이드였다.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터미네이터를 편의점에서 마주칠 날이 머지않았다. 올해 초, 일론 머스크는 3년 이내에 테슬라의 로봇 옵티머스가 세계 최고의 외과 의사보다 수술을 더 잘하게 될 것이라고 홍보성 멘트를 과감하게 날리기도 했다. 그런데 궁금하다. 북한에서 AI는 어떻게 활용되고 있을까? 한가지씩 문제를 풀어가 보자.
북한 당국은 AI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북한은 이미 2019년 사회주의 헌법 26조를 개정하여, ‘정보화’를 주체화, 현대화, 과학화와 함께 경제 건설을 핵심 노선으로 명시하고, AI 시대에 데이터가 금이나 원유보다 더 가치 있는 자원이라고 노동신문을 통해 강조하기도 했다. 우리가 2019년에 ‘IT 강국을 넘어 AI 강국으로’라는 슬로건 아래 <인공지능 국가전략>을 발표하고 2020년 데이터 3법, 데이터 댐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으니, 시기적으로는 엇비슷하다.
하지만 북한의 정책엔 치명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AI가 제대로 굴러가려면 사회 구성원의 생각과 생활 패턴이 담긴 세부 데이터가 축적되어야 한다. 그런데 북한의 인터넷 사용자 수는 고작 2만명, 전체 인구의 0.07% 수준이다. 데이터가 금이라는데, 정작 금을 캘 광산(인터넷 플랫폼) 자체가 폐쇄되어 있다.
결국 그들이 택한 방식은 ‘약탈’과 ‘감시’다. 연구소 227 같은 사이버 조직이 전 세계 방위·항공우주 기술 정보를 털어낸다. 내부적으로는 중국산 감시카메라를 들여와 안면·지문 인식 기술을 구축하고 주민들의 생체 데이터를 강제로 긁어모은다. 북한에 있어 AI란, 외부의 지식을 훔치고 내부의 인간을 옥죄는 정교한 도구일 뿐이다.
GPU가 없으면 머리라도 써라?
우리는 소버린 AI(Sovereign AI)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빅테크의 공습에 맞서 우리만의 기술로 데이터 주권을 지키겠다는 포부다. 과거 전 세계가 MS 워드에 점령당했을 때 유일하게 ‘아래아한글’을 지켜내고, 네이버 검색엔진을 쓰고, 지금은 카카오톡으로 소통하는 대한민국의 정보통신 기술력으로 독자적인 AI 모델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최근 독립형 파운데이션 모델 평가 1단계에서 5개 컨소시엄 중 네이버와 NC가 탈락의 쓴잔을 마셨다.)
북한은 이런 독자 AI 모델 구축이 애초에 불가능하다. 전기는 오락가락하고, 반도체 수급은 막혔으며, 네트워크는 단절됐다. 그래서 북한은 AI 모델 개발보다는 특수 목적 특히 군사 안보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조명이 어두워도 귀신같이 사람을 알아보는 안면 인식 기술로 정찰 드론의 눈을 갈고, AI 시뮬레이션으로 포병 전술을 짠다.
가난이 도둑을 만든다고 했던가. 북한은 GPU가 절대 부족한 상황에서 고성능 서버 없이도 실시간 감시와 식별을 할 수 있도록 모델을 경량화하고, 계산 복잡도를 낮추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발달시켰다. 오픈소스를 재학습시켜 암호화폐를 탈취하고 딥페이크 위장 신원을 생성하는 데 AI를 쏟아붓는다
결국 새로운 문명적 전환의 도구라고 불리는 AI가 북한 체제에서는 체제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도구, 국제 체제의 안전을 위협하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북한 주민들에게는 AI 기술이 제공하는 효율성과 편의성은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국립통일교육원 유튜브 <북한 AI 얼굴인식출입관리기의 이름은?!> 중 화면 캡처. ⓒ 국립통일교육원 유튜브
보이지 않는 기술 이전, ITT를 막아라
북한은 하드웨어가 없으면 소프트웨어로 때우겠다는 전략으로 제재의 그물을 빠져나간다. 더 심각한 것은 민간 목적의 공공재인 AI 모델을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북한 학자들은 국제 컨퍼런스나 중국 학자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최신 기술을 야금야금 습득한다.
북한 연구자들이 해외 학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AI를 논하는 광경을 상상해 보자. 겉으로야 학문의 자유와 기술 진보를 외치겠지만, 냉혹한 국제 정치의 현실에서 이는 명백한 '금기'를 건드리는 일이다. 2016년 채택된 유엔안보리 결의 2321호는 북한과의 과학·기술 협력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인류의 미래를 논하는 자리라 할지라도, 그 파트너가 북한이라면 이야기는 학술 교류가 아닌 ‘제재 위반’이라는 불법 사건으로 번지게 된다.
오픈소스 플랫폼이라는 광활한 바다에서 기술을 건져 올리는 행위도 매한가지다.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코드라고 해서 면죄부가 주어질 리 없다. 유엔안보리 결의 2270호는 북한 군의 작전 능력을 키울 수 있는 물품은 물론, 그 근간이 되는 ‘무형 기술 이전(ITT, Intangible Transfer of Technology)’까지 촘촘하게 막아서고 있다. 민간용이라는 매끈한 포장지를 씌워봤자 소용없다. 그 기술이 군사 훈련이나 자율 무기 체계로 스며드는 순간, 그것은 평화적 도구가 아닌 치명적인 창이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의 까다로운 수출 통제 규정까지 더해지면 북한의 입지는 더욱 궁색해진다. 눈에 보이는 물리적 물품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미국의 소프트웨어와 기술 한 조각조차 북한 땅을 밟는 것은 불법이다. 규정의 그물망은 생각보다 촘촘하고, 북한의 ‘기술 쇼핑’은 사방이 막힌 막다른 골목에 서 있는 셈이다.
AI 시대 북한의 양면성과 우리가 할 일
산업혁명이 ‘인간의 근력’을 보완했고, 정보화 혁명이 ‘인간의 기억’을 확장했다면, AI는 ‘인간의 사고 자체를 증폭’한다. 우리는 지금 그런 거대한 전환기에 서 있다.
반면 북한은 AI 시대에 철저히 분리된 두 얼굴을 하고 있다.
북한 당국은 유엔안보리 제재로 AI에 필요한 하드웨어 체계를 구축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유민주주의 세계 시민들의 창의력과 네트워크로 일군 AI 모델을 활용하여 국제적 위협 능력을 키우고 있다.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의 억제와 함께 AI를 활용한 군사기술 역량 강화 차단에도 국제사회의 노력이 절실하다. 관건은 미국과 국제사회가 ITT에 대한 경각심과 철저한 제재를 실천하는 것이다. 가장 큰 당사자는 대한민국이니 우리 정부가 먼저 나서서 국제사회의 여론을 환기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북한 주민은 극소수 선택받은 자들을 제외하고는 인터넷 암흑시대를 이어, AI 암흑시대를 살고 있다. 세계는 바야흐로 AI가 인간의 능력을 증폭시키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런데 남들이 AI 장화를 신고 뛸 때, 북한 주민들은 만성적인 전력 부족 속에 ‘디지털 석기시대’를 견디고 있다. 이 지독한 문명 단절의 타격은 훗날 결정적일 것이다. 단순히 소득 차이를 넘어, ‘생각하는 방식’ 자체가 완전히 달라진 두 집단이 마주하게 될 테니까.
대화와 협상을 구걸하는 정부의 행태는 무엇을 위한 것인가. 헌법 3조의 명령을 따라 남과 북이 하나 되기 위한 전략 속에서 고민되고 작동되어야 할 것이다. 그냥 평화가 아니라 통일을 위한 평화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AI 시대, 이 거대한 지능의 공백을 중국의 AI 모델이 장악해 버린다면(그나마 다행인 건 중국의 DeepSeek V2가 여전히 헤매고 있다는 점이다), 통일은 정말 ‘남의 나라 이야기’로 전락할 것이다. 정치학자와 공학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AI 통일 시나리오’를 새로 써야 한다. 그야말로 통섭적 통일전략을 모색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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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인배 전 국립통일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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