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자회견 173분간 진행…질문 25개 받아
靑 "문민정부 이후 역대 최장" 자평
李 "종교의 정치 개입, 반란 행위와 같아"
'강훈식 차출설'엔 "정치는 개구리처럼 어디로 뛸지 알 수 없어"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2026년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당초 예고한 90분을 훌쩍 넘겨 173분(2시간 53분)간 진행됐다. '함께 누리는 대전환, 모두 누리는 대도약'이라는 슬로건으로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은 오전 10시에 시작해 오후 12시 53분께 끝났다.
내·외신 기자 1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민생·경제, 정치·외교·안보, 사회·문화 등 전 분야에 걸쳐 25개의 질문이 쏟아졌는데, 이 대통령은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의 거취 문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의 일대일 단독회담, 검찰개혁, 부동산 정책, 남북관계 등 각종 현안에 대해 특유의 '직설 화법'으로 답변을 내놨다.
이규연 청와대 홍보수석은 "문민정부 이후 역대 최장 기자회견이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취임 30일 기자회견은 2시간 4분(124분·15개 질의), 100일 기자회견은 2시간 34분(154분·22개 질의) 동안 진행됐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질문자 선정은 지난해 두 차례 회견 때 실시한 '명함 뽑기' 방식이 아닌 이 대통령과 사회를 맡은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이 직접 지목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6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질문자를 선정하고 있다. ⓒ뉴시스
이 대통령은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의 거취 문제와 관련해 "어떻게 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며 "좀 시간을 두고 판단하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보좌진 갑질, 부동산 투기, 탈세, 세 아들 취업·병역 혜택 의혹 등 이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선 "문제가 있어 보이기는 한다"고 했다. 다만 "본인의 해명도 들어봐야 하는 거 아니냐. 그게 공정하다"며 "청문 과정을 본 국민의 판단을 들어보고 결정하고 싶었는데 그 기회마저 봉쇄돼 아쉽다"고 했다.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 자료 제출 미흡 문제로 여야가 공방을 벌이다 지난 19일 청문회가 결국 파행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국회 재정기획위원회 여야 간사는 이 후보자가 의혹 관련 핵심 자료를 낸다는 전제하에 오는 23일 청문회를 열기로 이날 잠정 합의했다.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법정 시한은 이날까지인데, 이 경우 대통령의 재송부 요청 없이도 국회가 인사청문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 검증 시스템 부실' 논란에 대해선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그분이 보좌관에게 갑질을 했는지 안 했는지 우리가 어떻게 아느냐"며 "그쪽 진영에서 공천을 5번 받고 3번이나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아무런 문제가 제기되지 않았던 분"이라고 했다. 이어 "자기들끼리만 아는 정보를 가지고, 마치 영화 '대부'에서 배신자 처단하듯이, 우리가 모르는 것을 공개해가며 공격하면 우리로선 알기 어렵다"며 "이게 정치인가 현실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보수정당 출신인 이 후보자를 요직에 발탁하면서 빚어진 여당 내 반발에 대해선 "이렇게 격렬한 저항에 부딪힐지 몰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제 분야는 보수적 가치가 중요한 부분도 있으니 다른 목소리도 듣고 함께하자는 생각에 시도해본 것"이라며 "(선거 때는) 편을 갈라 싸우긴 했지만 싸움은 끝났고 모두를 대표하는 (대통령으로서) 통합된 나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6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 대통령은 국민의힘이 요구하는 '이 대통령·장동혁 대표'의 일대일 단독회담에 대해선 "지금은 여야 간 대화가 우선인 것 같다"며 사실상 거절 의사를 밝혔다. 장 대표는 '통일교·공천헌금' 쌍특검 수용을 촉구하며 7일째 단식 농성 중이다.
이 대통령은 "야당 대표도 당연히 필요하면 만나는데, 뭐든지 제가 다 개별 정당과 소위 직접 대화나 직거래를 하면 여야 관계나 여의도 국회는 어떻게 되겠느냐"며 "(여야가) 충분히 대화하고, 그 후에도 추가로 돌파구가 필요하거나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면 그때 만나는 게 맞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정교유착' 의혹과 관련해선 "나라가 망하는 길이다. 반드시 뿌리를 뽑아야 한다"며 "나라를 지키라고 총을 줬더니 마음대로 쏘겠다며 국민에게 총구를 겨냥하는 반란 행위와 똑같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언론 보도에 의하면 신천지가 오래 전, 2000년대 초반부터 정치 개입을 했다는 근거가 나오는 것 같다"며 "통일교도 많이 개입한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개신교는 대놓고, 조직적으로는 잘 하진 않았는데 최근에 아예 대놓고, 조직적으로 하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며 "심지어 '이재명 죽이라'고 반복해 설교하거나 '이재명이 죽어야 대한민국이 산다'는 제목으로 설교하는 곳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부 개신교도 수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있었다"며 "일단 경계가 불분명해 지금은 놔두고 있는데 자연스럽게 수사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2026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강훈식 비서실장을 비롯한 참모진이 이 대통령 발언을 듣고 있다. 오른쪽부터 봉욱 민정수석, 전성환 경청통합수석, 조성주 인사수석, 이규연 홍보소통수석, 홍익표 정무수석, 김용범 정책실장,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강훈식 비서실장 ⓒ뉴시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의 대전·충남 통합 단체장 출마 전망에 대한 질문이 나왔을 땐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한 기자가 "일각에선 대통령과 강 실장이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고 표현한다. 강 실장을 떠나보낼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 대통령이 "나는 내 아내를 사랑한다"고 하자 참모들과 기자들 사이에서 동시에 큰 웃음이 터졌다.
이 대통령은 강 실장의 출마 문제에 대해 "정치적 선택을 이래라저래라할 수 없다. 정치는 개구리처럼 어디로 뛸지 알 수 없다"며 "그런데 언제 사랑하는 사이로 된 거냐. 징그럽다. 모두를 사랑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 대통령은 금융·경제 및 문화예술 관련 청년 유튜버 2명을 화상으로 초청해 질문을 받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질의응답에 앞서 약 13분간 모두발언을 통해 지방·양극화 해소·안전·문화·평화로 요약되는 집권 2년 차 새 성장 전략의 5대 원칙을 상세히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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