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애도 기간에도 불구
"국정혼란 야기" "명분 없다"
당내 비판 목소리 지속 분출
정청래 강행 vs 수습 기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제안 발표 이후, 친명계 중심으로 한 반발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정 대표가 당내 반발을 수습하고 설득에 나설지, 아니면 합당 여부를 묻는 전당원 투표를 강행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26일 합당에 대한 비판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해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의 별세로 당 내부에서는 관련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앞서 정청래 대표의 합당 제안을 비판하며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던 강득구·이언주·황명선 최고위원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는 현안 언급을 삼가고 고인의 생전 업적을 기렸다.
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인 '더민초' 역시 이날 오전 예정돼있던 합당 관련 토론 모임을 애도에 집중하겠다며 연기했다. 더민초는 앞서 지난 23일 정 대표의 합당 제안에 대해 내부 숙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절차적 정당성 문제를 제기하고, 합당 논의 중단을 요구한 바 있다.
정 대표도 이번 주를 애도·추모 기간으로 지정하고 합당 논의를 일시 중단했다. 동시에 정쟁적 발언과 논평을 최대한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럼에도 일부 최고위원들의 비판은 이어졌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CBS라디오 '뉴스쇼'에 출연해 "국정에 미칠 파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있을 수 없는 행동'"이라며 "다른 당과의 합당이란 건 노선과 정체성의 변화 혹은 그런 것에 대한 타협을 의미한다. 대통령의 국정과 노선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중도 외연 확장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진보 성향이 강한 혁신당과의 합당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서 혼란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강 최고위원도 지금 당장 합당을 해야 할 명분이 없다며 정 대표의 행보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민주당은 30년이 넘는 전통과 역사를 가진 정당"이라며 "김대중·노무현 정신을 계승해왔고, 이 대통령 역시 민주당에서 탄생했다. 우리가 쌓아온 역사와 정체성은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흡수통합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적도 없으며, 통합 논의를 위해 당명까지 바꿔야 할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당원들이 과연 이에 동의할지도 의문"이라며 "더 나아가 우리가 왜 혁신당과의 통합을 위해 여러 조건을 감수하며 구애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초선인 김남희 의원도 합당의 유불리에 대한 분석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MBC라디오에서 "현재 이재명 정부는 중도 보수까지 끌어안는 확장적인 정부를 지향하는데, 이렇게 합당하면 기존 공식에 따라 보수 대 진보 진영 대결이 되기 때문에 중도 또는 2030 표심이 민주당에 불리한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조승래 사무총장께서 지방선거 일정에 맞춰서 빨리 추진해야 한다고 얘기하셨는데, 지방선거에 유리한지 불리한지 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를 가지고 먼저 당내에 충분한 소통과 설득을 하는 과정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정 대표의 합당 추진이 연임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민석 국무총리의 차기 당대표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혁신당을 지지하는 친문(친문재인)계를 포섭해 연임에 유리한 구도를 만들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합당 추진이 연임을 고려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며 "전당대회 구도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지지 기반을 넓히려는 시도라는 것"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애도 기간이 끝나는 대로 합당 절차를 순차적으로 진행할 방침이다. 박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추모·애도 기간이 지나면 각 당의 당원들에게 의견을 묻는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며 "당원들이 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하지 않는 게 민주당의 방침"이라고 재차 밝혔다.
앞서 정 대표는 합당에 대한 현직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정책 의원총회도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민주당의 합당 결정 절차는 정책 의원총회, 17개 시도당 당원토론회, 전당원 투표, 중앙위 의결 순으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반대 기류가 더욱 거세질 경우, 정 대표가 설득이나 양보를 통한 수습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는 앞서 1인 1표제를 당내 논의 없이 추진했다가 반발에 부딪히자 취약지역 권리당원에 대한 가중치 부여 등의 보완책을 마련하면서 재추진한 전례가 있다.
이에 따라 이번에도 거센 반발 속에서 합당 추진을 위한 수습 국면이 펼쳐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당내 퇴진 요구가 확산되기 전에 강득구·이언주·황명선 최고위원이 요구한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방지 대책 △합당 논의 내용 공개 등을 정 대표가 수용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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