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대미 통상외교라는 게 있기나 한가?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01.28 07:07  수정 2026.01.28 07:07

문서 하나 생산 못한 한미정상회담

트럼프와 맞서서 이길 자신 있으면

만만하게 보였으니 당한 것 아닌가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선물 받은 '백악관 황금열쇠'를 개봉하는 모습을 지난해 12월 30일 SNS를 통해 공개했다.ⓒ 이재명 대통령 SN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 시각) 갑자기 한국에 대해 관세를 25%로 올리겠다고 SNS를 통해 밝혔다. 그는 트루스소셜에 “한국 국회가 우리의 역사적인 무역 합의를 비준하지 않았기에, 그들의 권한이지만, 저는 이에 따라 한국산 자동차, 목재, 의약품 및 기타 상호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사상 처음으로 수출이 7000억 달러, 코스피가 5000을 돌파하고 코스닥도 4년 만에 1000을 넘어섰다고 정부·여당이 쾌재를 부르던 와중이었다. 그간 정부 여당 측으로부터는 이런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어떤 위험신호(가상적으로라도)도 없었다.

문서 하나 생산 못한 한미정상회담

트럼프는 자신과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7월 30일에 훌륭한 협정을 체결했고, 10월 29일엔 한국에서 만나 이 조건들을 재확인했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한국 국회가 그 협정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한국 국회는 왜 이를 승인하지 않았느냐”라고 반문했다. 국회가 비준하지 않았으니 원래 부과키로 했던 25%를 적용하겠다는 선언이었다.


국회 비준은 듣느니 처음이다. 당시의 대통령실(지금의 청와대)은 합의문 자체를 공개하지 않았다. 실제로도 그런 문건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약은커녕 합의문이나 공동성명도, 공동기자회견문도 작성되지 않았다. 미국 측의 팩트시트(factsheet: 설명자료)를 통해서 관세율과 한국의 대미 투자 규모를 알 수 있을 뿐이었다. “합의문이 필요 없을 정도로 서로 얘기가 잘 된 회담”이었다는 게 강유정 대변인의 발표였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관세 문제에 관한 한 자신이 확고한 ‘갑’임을 과시하면서 협상이 아니라 통고의 기회로서 정상회담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그에게 필요한 것은 조약과 같은 법적 책임이 따르는 문서의 생산이 아니라 상대방을 굴복시키는 TV 화면이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관세 폭탄을 피했다는 자랑은 억지로라도 할 수 있었지만, 천문학적 규모의 대미 투자를 거부하지는 못했다는 실토는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말로 얼버무렸다고 여겨지는데, 그 바람에 문서화된 것은 미국 측의 팩트시트 밖에 없게 되고 말았다. 그 문건을 한국의 국회가 비준해야 했다는 것일까?


절대다수 국회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 그 우당인 조국혁신당 등 좌파 정당들은 이 대통령과 청와대 외교·경제 참모들의 허당 외교를 따지고 들면서 대미협상의 보완을 요구했어야 하는데 자발적으로 입을 닫았다. 대신 미국에 대해 분풀이하는 ‘우물 안 개구리’ ‘안방 여포’ 식의 행태로 구겨진 체면 펴기에만 급급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좌파 5개 정당 의원 65명이 지난해 9월 25일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요구 철회 및 한국 노동자 인권보장 촉구 결의안’이라는 것을 발의한 것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눈이나 깜짝할까. 물론 그걸 이들 의원들도 다 안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의 대미 입장을 살려주려고 했는지 아니면 정부와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실망감을 완화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랬는지 되레 역효과만 낼 빈총을 쏴댔다. 게다가 혁신당의 조국 비상대책위원장(당시)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그 결의안 서명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정신 차리시라”고 호통을 치기까지 했다. 그래서 궁금해지는데 조 대표와 서명 의원들 그 결의안으로 어떤 성과를 거뒀나?

트럼프와 맞서서 이길 자신 있으면

3700억 달러 대미 투자라는 게 아무리 기한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해도 우리 형편에서는 도저히 짊어질 수 없는 짐인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정부도 이리저리 회피로 혹은 우회로를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고 본다. 경주에서의 2차 한미정상회담 후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이 대미 투자와 관련한 합의사항이라는 것을 발표했다. △ 대미 투자는 현금투자 2000억 달러, 조선업 협력 마스가(MASGA: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 1500억 달러로 구성된다. △ 현금투자는 연간 투자 상한을 200억 달러로 설정해 외환시장에 끼칠 영향을 최소화한다. 이런 설명인데 연간 200억 달러인들 무슨 수로 감당할까.


그러니 미국에 대해 철회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내지 않았느냐고 할 것인가. 미국의 대통령이 한국 국회의 비협조를 핑계 삼아 주요 제품 관세를 25%로 올리겠다고 하는 데 대해 서명 의원들의 대책은 뭔가? 트럼프의 스타일을 몰라서 그러지는 않았을 텐데, 당초 어떤 전략적 해법을 갖고 그 결의안을 발의했는가? 트럼프 대통령이 그 결의안 때문에 관세 재인상 통고를, 그것도 SNS로 하기야 했겠는가. 아마 생글생글 웃으며 약속을 해놓고 구체적으로 실천은 하지 않고 있는데 대한 경고성 압박일 것이다.


트럼프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투자 약속 총액이 아니라 투자가 이뤄지는 현장을 미 국민과 일본·EU 등에 확인시켜 주는 일이다. 구체적으로 현금이 얼마나 미국으로 유입됐고 어디에 어떤 공장의 설립이 추진되거나 착공되고 있는지 가시적 성과를 자랑하고 싶은 것으로 짐작된다. 스스로 거래의 귀재라는 자부심을 가진 사람이다. 중요한 것은 계약서나 립 서비스보다 현장에서의 실천 아닐까.


트럼프와 정면으로 맞서 싸울 자신이 있으면 그렇게 할 일이다. 그게 아니라면 무슨 결의안이니 뭐니 하며 깐죽거리듯 대응하는 일은 피하는 게 좋다. 트럼프는 대단히 과시적이고 충동적이며 권력 욕구가 유난한 캐릭터를 가진 초강대국 대통령이다. 미국 역사상에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독특한 리더십을 가진 그와 대결적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약자가 취해도 좋을 전략 전술이 아니다.

만만하게 보였으니 당한 것 아닌가

트럼프는 누구보다 셈속이 빠르고 예리하다. 그냥 아무에게나 힘자랑하며 압박하는 것 같지만 계산할 것은 다 한다. 중국에 대해서는 경쟁적 입장에서 밀고 당기기를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조심한다. EU와도 갈등 구조를 스스로 조성하긴 하나 막 대하지는 않는다. 대만은 전략적 요충지이다. 중국의 합병 의도가 노골화하는 가운데 미국까지 압박하고 나서기는 어렵다. 일본은 미국의 명실상부한 맹방이며. 미국의 세계전략 차원에서도 가장 든든한 지원국이다. 투자 압박을 가하긴 하지만 타협의 여지는 열어두고 있다. 일본 정부의 체면도 지켜준다. 일본 자체가 미국의 핵심적 전략자산이기 때문이다.


한국에 대해서는 과거 문재인 정부 때도 그랬지만 아주 쉬운 상대라는 인식을 공공연히 드러낸다. 특히 문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조롱과 모욕을 서슴지 않았다. 이 대통령에 대해서도 별로 존중하는 것 같지 않다. 무엇보다 이 대통령은 좌파 정치세력의 리더로 그 이념적 성향을 뚜렷이 부각하게 시켜 왔다. 그의 전력도 트럼프가 감안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 사법적 리스크를 사법부 장악으로 해결하려는 등의 권위주의적 통치 태도, 민주적 제도의 훼손을 통한 권력 강화, 도덕성에 대한 신뢰 부족 등이 트럼프의 이 대통령 평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을 가능성을 부정하기 어렵다.


법적으로는 미국 기업인 쿠팡의 개인정보 대량유출 사태와 관련, 한국 정부가 중국 기업(예컨대 테무나 알리익스프레스 등)에는 관대하면서 미국 기업인 쿠팡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엄격한 태도를 취한다는 미국 정계나 업계의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대우’라는 인식이 미국 정부·의회·업계에 확산되면 심각한 통상 마찰이 빚어질 개연성이 농후해진다. 우리 정부는 ‘차별’을 부인하지만, 중국 기업의 과실에 대해서는 ‘국제 갈등·보복 리스크’의 부담을 내세워 느슨하게 대응한다는 인식이 퍼져 있는 것도 아주 부인할 수는 없다.


트럼프의 이번 조치가 한국 정부에 대한 일종이 경고로 여겨지는 만큼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납득할 만한 조치를 취하면 아마도 취소될 것이다. 그러나 한미통상의 불안정성 증대라는 문제는 그대로 남는다. 외교 통상정책이 어떻게 수립되고 추진되는지 국민도 잘 알아야 할 텐데 정부 여당이 부각시키는 것은 온통 내란 척결·특검 수사 강화 등 권력에 의한 전 정권 징벌이다. 정말로 국민주권 정부라면 국민도 좀 알게 해주시라. 좋으나 싫으나 우리가 가장 중요시해야 할 대미 외교가 어떤 얼개로 어떻게 수행되고 있기에 갈등의 골만 갈수록 깊어지는 느낌을 주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아무리 트럼프라도 공략하고 설득할 틈은 있게 마련이다. 그걸 간파해서 윈윈 하는 길을 여는 것이 정부가 발휘해야 할 지혜다.

글/ 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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