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투자법' 2월 처리 목표로 두지만
'국민의힘' 소속 재경위원장 설득 필요
與, 신속 처리 위해 '설득·압박' 투트랙
주도권 잡은 국민의힘, '비준 우선' 강조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오른쪽)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28일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회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른바 '관세 쇼크'가 우리 국회를 강타했다. 무역 합의 이행에 필요한 법적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이유인 탓에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놔야 하지만, 국민의힘의 '국회 비준 동의 절차'의 벽을 넘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협조 요청'밖에 방안이 없는 모양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8일 논평을 통해 "당당하게 국회 비준 절차를 밟아 법적 안정성을 확보했다면, 지금처럼 미국의 일방적인 변심에 속수무책으로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대미투자법' 처리 지연을 문제 삼아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국가별 관세) 인상을 트럼프 대통령이 통보하자, 그 책임을 국민의힘에 제기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회 비준'을 이유로 법안 처리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대규모 투자와 관세 조정이 수반되는 중대 사안임에도 '양해각서(MOU)라 비준이 필요 없다'며 국회를 우회했다"며 맞받아치고 있다.
이번 '관세 쇼크'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대로 법안만 처리하면 일부 진화되는 사안이다. 다만 민주당은 과반 의석을 확보했음에도 이 사태를 해결하기엔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 5건의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대미투자법)은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재경위 위원장은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다. 국민의힘이 국회 비준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만큼, 임 위원장 역시 재정적 부담 우려로 국회 비준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을 설득해야 하는 것이 민주당의 숙제다. 현재 민주당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여야 합의가 우선이라는 입장이지만, 법안 통과에 6개월이 걸리는 탓에 방안으로 고려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결국 재경위에서 신속하게 처리해야 하지만, 사회권을 임 위원장이 가지고 있는 만큼, 국민의힘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당장의 처리는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재경위 소속 야당 의원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임 위원장이 사회권을 가지고 있는 만큼, 여야 합의를 통해 처리하는 것이 제일 빠른 길"이라면서 "과반 의석을 가진 여당이라고 해도 현재로선 재경위에서 강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절충안을 만들면 되는데, 전체 법안 내용 중 핵심적인 부분만 따로 뺀 이후에 비준을 밟아서 처리하면 된다"며 "여당이 한꺼번에 처리하려고 하니까 문제이기 때문에 절충안이 마련되면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당초 대미투자법이 정부 요청에 따라 오는 2월 중 처리를 목표로 설정한 만큼, 심사가 진행되면 예정대로 처리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국민의힘이 국회 비준을 고집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것은 비준이 아닌 인액트(enact·제정)라는 표현을 썼기 때문에 명분이 없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국민의힘이 충분히 설득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재경위 여당 간사인 정태호 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정부가 10년 동안 미국에 투자하려면 유연하게 판단하게 해줘야 하는데, 비준을 하면 법적 구속력을 국회가 인정하는 것"이라면서 "비준보다 입법을 통해 처리하는 것이 국회 관여도가 높아지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의힘의 목적에도 더 부합하며, 잘 설득하면 잘 되리라 믿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도 "중요한 법안에 대해 국민의힘이 협조를 안 해주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얘기"라면서도 "협조를 끌어내야 하며, 어떻게든 여야가 합의해 처리해야 하는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난 27일 국회 재경위원장실에서 임이자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인상 언급에 따른 대응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설득될 수 있다고 판단하는데, 이유는 국민의힘 역시 '대미투자법'을 발의했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이 MOU라 비준이 필요 없다고 주장해 국익을 위해 발의한 것이지만, 민주당은 국민의힘도 대미투자법을 발의한 만큼 현재 국회 비준을 주장하는 것은 '발목잡기'로 판단하고 있다.
이 원내 관계자는 "국민의힘도 대미투자법을 발의하지 않았느냐"며 "충분히 국민의힘과 협상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으며, 협상에 달려있긴 하지만 협상에 따라 맞춰서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협조 요청에 응할 것이라는 판단에 민주당과 청와대의 설득 전략은 '압박'으로 설정한 모양새다. 여당은 트럼프 대통령에 관세 인상 빌미를 준 것이 국민의힘이라며 책임론을 제기했는데, 이번엔 청와대까지 나서 미국이 불만을 드러낸 배경엔 국회의 입법 지연이라며 여론전에 나서고 있다.
문금주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브리핑을 통해 "한미 양국 정상 모두가 대한민국 국회의 입법 지연을 문제로 지적하는 상황"이라며 "국민의힘은 그럼에도 책임을 외면한 채 여론 호도와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는데, 스스로 만들어낸 입법 공백의 책임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금이라도 제1야당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며 "대미투자법을 비롯해 국익과 직결된 법안 처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것이 그 출발점"이라고 압박했다.
청와대는 대미투자법 처리 지연이 이번 관세 쇼크의 배경이라고 지적하며, 국민의힘을 겨냥해 국회 비준이 필요 없는 사안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청와대 춘추관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의 불만이 100% 국회의 입법 지연에 있다고 보고 있다"며 "국회에는 2월에 특별법 입법이 필요하다는 설명을 충분히 할 것이며, 미국에도 우리 정부와 국회가 이런 노력을 한다는 점을 상세히 설명하는 등 차분히 대응하면서 해결책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국회의 비준 동의가 필요 없다는 점에 대해서 한국과 미국 간 아무 이견이 없었다"며 "어떤 나라도 이런 MOU에 대해 비준하는 게 없고, 이런 비준이 필요하냐 아니냐에 대해서 이견 등이 최근에 한미 간에 일어난 일에 대한 원인은 아니라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국회 비준이 우선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굽히지 않고 있다. 당·청이 비준이 필요 없는 사안이라고 주장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승인(approve)하지 않았느냐'라는 표현을 쓴 것은 비준을 의미한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 원내대표이자 외통위원인 송언석 의원은 이날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자료를 보면 한국 입법부가 '승인(approve)하지 않았느냐'라는 단어가 있다"며 "'왜 국회 비준에 동의하지 않았느냐'라는 취지로 읽히는 만큼, 국민에게 알려지지 않은 뭔가 다른 부분이 있으면 국회 비준 동의를 받으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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