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잠식하는 '유튜버 정치'…"고성국 절연" 목소리 커진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입력 2026.02.03 05:05  수정 2026.02.03 05:05

"전두환 사진 걸어야·오세훈 컷오프" 주장

의원들 "'고성국 징계'하라" 한목소리

'친한계 징계·지선 공천' 얘기에 당내 불안↑

전문가들 "이념화에 유튜브 커져…끊어내야"

유튜버 고성국 박사 ⓒ뉴시스

강성 보수 성향 유튜버인 고성국 박사의 강경 발언에 국민의힘 내부가 또 다른 내홍에 휩싸이고 있다. 고 박사의 주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윤어게인'에 그치지 않고, 당내 소장파들을 향한 원색적인 비난과 함께 지방선거 공천에까지 손을 뻗치는 모습이 보이면서 고성국 절연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어서다. 국민의힘이 이 같은 정치 유튜버와의 관계를 끊어내지 못할 경우 국민들의 혐오감이 높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유튜브 '고성국TV'를 운영 중인 고 박사는 전날 페이스북에 "우리 당 국회의원 10명이 나를 서울시당 윤리위원회에 징계 요구했다"며 "국회의원들이 평당원을 상대로 집단적으로 공격하며 징계를 요구한 것은 전대미문의 일"이라고 반발했다.


실제로 국민의힘 김형동·고동진·박정훈·정성국·우재준·유용원·안상훈·김건·한지아·진종오 의원은 지난달 30일 고 박사가 당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발언을 여럿 꺼냈다는 점을 지적하며 서울시당 윤리위원회에 '고성국 징계 요구서'를 제출한 바 있다. 고 박사는 앞서 지난달 5일 국민의힘 서울시당에 입당원서를 제출해 입당 절차가 완료됐던 바 있다.


이들 의원들은 고 박사가 자신의 유튜브 '고성국TV' 방송에서 꺼낸 △김무성(전 대표)이가 아직 안 죽었나. 요즘 뭐 80, 90세까지 가니깐 김무성이도 아직 그 죽을 나이는 아니다(지난달 5일) △누구나 다 오세훈(서울시장)이는 공천 받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제일 상징성이 큰 데인데 바로 그 지역에서부터 아주 혁명적이고 충격적인 컷오프를 시켜서 모든 국민들이 '야 이게 뭐냐 야 장동혁이 대단하네' 이 정도로 만들어놓고 판을 우리가 주도해가야 한다(지난달 5일) △전두환 대통령, 노태우 대통령, 김영삼 대통령,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까지 당사에 사진을 내걸어야 된다고 생각한다(지난달 29일)는 발언들을 문제 삼았다.


이에 대해 고 박사는 페이스북 글에서 "나는 국민의힘 평당원으로서 김무성을 용서할 수 없고 오세훈을 용납할 수 없다. 특히 전두환 대통령과 관련해 자유우파가 그동안 역사적 진실을 외면해 왔다고 생각한다"며 "당 윤리위가 나를 소환해 달라. 1대10이든 1대100이든 상관없으니 나를 징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국회의원들과 공개 토론을 하자"고 요구했다.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한 친한계 의원들이 지난달 29일 오후 국회 로텐더홀에서 지도부의 한동훈 전 대표 제명 결정에 대해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고 박사의 망언들이 국민의힘 내부에서 잡음을 일으킨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고 박사는 지난달 14일 자신의 방송에서 친한계 의원들이 '한동훈 전 대표 제명안'에 반발하고 나서자 "허접한 그 똘마니들은 빼고 한동훈, 양향자(최고위원), 우재준(최고위원) 요 세 사람에 대해서 어떻게 할 것인지는 (당원들에게 투표로) 한번 물어보자. 자신 있으면. 아 배현진(의원)이도 집어넣어야 되겠네"라고 발언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달 28일 방송에서는 고동진·배현진 의원과 함운경 서울 마포을 당협위원장을 거론하면서 "한동훈 전 대표 이상으로 징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한 의원은 "평당원이라고 하면서 원내 의원들과 당협위원장에 대한 징계를 해야 한다는 얘기를 어떻게 대놓고 할 수가 있느냐. 이거야 말로 당을 갈라치기 하는 해당 행위"라며 "매번 정부·여당에 잘못된 정책이나 그릇된 국정운영 방향을 내놓고 찍어주는 (유튜버) 김어준(씨)과 뭐가 다른 거냐. 그래놓고 김어준을 비판할 자격이 있다고 보느냐"라고 날을 세웠다.


당 안팎에선 고 박사의 발언 수위가 단순히 당내 현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있단 사실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고 박사가 장동혁 대표 취임 직후인 지난해 9월 2일 올린 영상에서 국민의힘을 향해 "내년 지방선거에서 지자체장 30석을 전광훈 자유통일당, 황교안 자유와혁신당 등 4개의 자유우파 정당에 양보해달라"고 요구한 것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최근 고 박사가 '오세훈 시장 공천' 관련 발언을 꺼내면서, 당내 일각에선 '그 자가 공천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것을 심상치 않게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당 윤리위원회로부터 '탈당 권유'의 중징계를 받은 김종혁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은 지난달 31일 여의도에서 열린 집회에서 연단에 올라 "지금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는 도대체 우리 당대표는 장동혁이냐 아니면 고성국이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궤에서 해석될 수 있단 분석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도 "이분(고 박사)이 특히 영남권을 중심으로 해서 기초단체장 후보라든지 이런 분들을 자기 방송에 출연시켜서 소개도 하고 '경선에서 이런 사람 밀어야 된다'고 하고 있으니 일반 인사라 보기 어려운 게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9월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당내 소장파 의원들은 지금이라도 고 박사와 당의 접점을 끊어내지 못하면 내홍이 더 격심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고 박사가 '윤어게인'을 주장해왔던 만큼, 지방선거에서 중도·외연 확장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란 주장이다.


특히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이 계엄 해제 사흘 후인 2024년 12월 6일 오후 4시 37분~44분 사이에 고 박사에게 5회 전화를 걸었고, 고 박사가 같은 날 저녁 유튜브 방송에서 한 전 대표를 집중 성토했다는 사실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후 윤 전 대통령은 12월 10일 오전 11시쯤에도 고 박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또 다른 국민의힘 한 의원은 "계엄이 잘못된 수단이었다고 얘기하면서 이를 극복하겠다고 선언한 장 대표가 계엄을 적극 옹호하는 고 박사조차 내치지 못하면서 어떻게 국민들을 '우리가 계엄과 절연했다'고 설득해낼 것인지 모르겠다"며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고 박사가 국민의힘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라면 대체 당에 민주주의가 어디있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토로했다.


당내 일각에선 고 박사의 발언들로 인한 논란들이 '토론의 대상'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꺼내고 있다. 국민의힘 조직부총장인 강명구 의원은 2일 BBS 라디오에 출연해 '친한계가 당사에 전두환 사진을 걸자는 고성국 씨 말에 대해 징계해야 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징계가 아니라 토론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유튜버 정치'가 당에 쉽게 스며들고 있는 현상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최근 유럽의 정당들은 모두 특정 이념에 한하지 않고 유권자를 넓게 포섭하려는 목표를 가진 캐치올 파티(catch-all party·포괄정당)로 나아가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반대로 이념 정당화 돼 가면서 '특정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만 주목을 받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신율 교수는 "게이트키핑(gate keeping)이나 팩트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환경에서 정치 유튜버들이 극단의 목소리를 앞세워 성공적인 사업 모델을 이룩한 것이 정당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며 "이런 모델이 여야에 모두 정착하면서 일반적인 이야기만으로는 이목을 끌 수 없는 상황으로 나오고 있는 것인데 이 악순환을 끊어내지 못하면 정치권은 결국 극단 유튜버 중심의 여론에 끌려다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태곤 실장도 "과거엔 정치인들이 깃발을 들고 나섰으나 요즘 정치인들은 인터넷에서 뭘 떠드나 본 뒤에 그 여론을 따라가고 있어서 여야를 불문하고 유튜브 등에서 '전사'들이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그러면서 정치가 장외에 끌려다니고 있고, 앞으로도 제2, 제3의 김어준 고성국이 되겠다며 나서는 사람들이 우후죽순 생겨날텐데 그러면 일반 국민들의 정치 피로도는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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