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원자재가 파고에도
스마트 공정으로 이익률 방어
국내 주요 제조사, AI 도입 후
공정 효율 및 원가 구조 개선 뚜렷
기술 혁신을 방패 삼아 고물가·공급망 위기를 흡수하는 ‘방탄 경제’ 구조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이미지. ⓒ챗지피티
원자재 가격 폭등과 글로벌 공급망 교란이라는 거대한 파고 속에서도 국내 주요 기업들은 ‘방탄 경제’의 실체를 증명해내고 있다.
과거 물가 상승기마다 가격 인상이라는 고육지책에 의존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기업들이 인공지능(AI) 기반 공정 최적화와 디지털 트윈 기술을 방패 삼아 비용 상승 압력을 스스로 흡수하고 있다. 혁신 역량이 인플레이션 시대의 생존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혁신에 투자한 기업, 인플레 파고에도 이익률 ‘꼿꼿’
최근 산업계와 주요 경제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고물가 국면에서도 견조한 실적을 유지하는 기업들의 공통점은 높은 R&D 투자 비중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주요 대기업들이 선도적으로 도입한 공급망 관리(SCM) 시스템은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원자재가 급등의 직격탄을 피하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 AI가 전 세계 물류 경로와 원자재 시세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최적의 조달 시점을 도출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하는 흐름이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의 최근 집계를 보면, 우리 수출의 주력인 ICT 품목은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속에서도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물가는 오르지만 기술력이 뒷받침된 기업은 오히려 고부가가치 제품을 통해 마진을 유지하며 인플레이션 압력을 견뎌내는 ‘방탄’ 체력을 보여주고 있다.
AI 도입 전후 제조 공정의 효율성과 원가 구조 변화를 비교한 인포그래픽. ⓒ챗지피티
스마트 팩토리가 깎아낸 원가…‘그린플레이션’ 장벽 허물다
전기료와 가스비 등 에너지 비용 상승은 제조 기업들에 가장 위협적인 요소다. 하지만 스마트 팩토리 고도화를 이룬 기업들은 이를 효율화의 기회로 삼았다.
정부의 ‘스마트 제조 혁신’ 지원 사업에 참여한 기업들의 성과 분석 결과가 이를 증명 해준다. 에너지 관리 시스템(FEMS)을 도입한 공장들은 전력 소비 효율을 크게 높여 에너지 비용 상승분을 상당 부분 상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철강 및 석유화학 업계는 수소 환원 제철 기술과 탄소 포집 기술(CCUS)에 대한 선제적 투자를 지속하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외부 규제 비용에 대비하고 있다.
탄소세라는 비용 인상 요인이 기술력을 갖춘 기업에게는 오히려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진입 장벽이 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원가 절감은 단순한 비용 감축이 아니라 알고리즘을 통한 효율의 극대화로 패러다임이 변했다”고 전했다.
기술 투자 수준에 따라 갈리는 기업들의 ‘방탄 체력’ 격차를 나타낸 인포그래픽. ⓒ챗지피티
기술 격차가 만든 ‘K-방탄 경제’의 명암과 과제
기술 혁신을 통한 방탄 경제는 한국 수출 전선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반도체와 배터리 등 핵심 산업군에서 공정 수율을 높여 비용을 절감하는 구조가 안착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초 우리나라는 반도체 등 주력 품목의 수출 회복세에 힘입어 인플레이셔너리 붐의 긍정적 측면을 점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탄 체력은 대기업과 일부 혁신 중견기업에 편중돼 있다는 점이 숙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2026년 기업 경영환경 전망’ 보고서는 중소 제조사들의 상당수가 치솟는 원가 부담을 가격에 전가하지 못해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방탄 경제의 지속 가능성은 기술 혁신의 성과가 산업 생태계 전반으로 얼마나 고르게 퍼지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제언이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현재의 고물가 국면에서 기업의 생존은 기술적 대응 속도에 따라 갈리고 있다”며 “혁신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이 인플레이션의 파고를 넘을 수 있도록 R&D 지원과 에너지 효율화 사업 등 정책적 뒷받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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