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간담회 직후 10개 그룹 투자·고용 계획 공개
李 취임 8개월간 12차례 기업인 회동…재계 '부담' 호소
규제는 그대로인데 투자만 요구된다는 불만도 전반에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일자리와 지방투자 확대를 위한 기업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국내 주요 10개 그룹이 이재명 대통령과의 간담회에서 향후 5년간 수도권 외 지역에 총 270조원 규모의 투자와 대규모 신규 채용 계획을 발표했다. 청와대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한 투자"라고 강조했지만, 재계에서는 사실상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불만도 제기된다.
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SK, 현대차, LG, 롯데, 포스코, 한화, HD현대, GS, 한진 등 10개 그룹은 전날 이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올해부터 향후 5년간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지역에 총 270조원 규모의 투자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지역 경제 활성화와 청년 고용 창출을 목표로 한 이번 구상에는 올해 신규 채용 5만1600명도 포함됐다. 이 가운데 약 66%에 해당하는 3만4200명은 경력이 아닌 신입으로 채용할 예정이다.
청와대는 이번 투자·고용 계획에 대해 "각 기업체에서 각자가 전부 낸 것이고 그것을 한국경제인협회에서 합친 것"이라며 기업들이 스스로 판단해 결정한 것이고 강제성은 없었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다른 목소리도 나온다. 10개 그룹의 한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 고용과 투자 계획을 발표한 상태에서 다시 청와대로 불러 간담회를 연 것은 추가 투자를 요구하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자율이라고 말해도 기업 입장에서는 내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간담회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창원 SK그룹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그룹 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 총수들이 참석한 상황에서 무언가를 내놓지 않으면, 정부 정책에 협조하지 않는 기업으로 비칠 수 있따는 우려가 재계에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이 대통령과 만난 이 회장은 "향후 5년간 6만명을 국내에서 고용하겠다"고 밝혔고,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매년 8000명 이상의 채용을 꾸준히 유지해 왔는데, 매년 1만4000∼2만명의 고용효과가 나타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호응한 바 있다. 정 회장 역시 지난해 7200명이던 채용 규모를 올해 1만명으로 늘리겠다는 구상을 밝혔었다. 주요 그룹들이 대통령 임기에 맞춰 고용·투자 계획을 내놓은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통령과 총수들이 간담회라는 이름으로 만난 지 몇개월이 채 되지 않았는데 자리를 또 마련한 건, 감사 인사 차원이라 하더라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유독 윤석열 정부 때보다 단기간에 더 자주 소집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10월 31일 APEC 정상회의 장소인 경북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접견에 앞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해진 네이버 의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이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뉴시스
실제 이 대통령은 취임 8개월 사이에만 기업인들과 12차례 만났다. 한 달에 1.5회 꼴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취임 직후 5대 그룹 총수 간담회를 연 데 이어 한달 뒤인 7월 비공개 만찬 회동을 가졌고, 8월에는 대통령 국민임명식과 미일 순방 동행 기업인 간담회 등으로 몇 차례 더 만났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 접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국빈 만찬은 물론 정상외교 기간에도 경제사절단으로 기업인들을 동행시켰다. 반면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임기 첫해인 2022년 5월부터 2023년 4월까지 약 1년간 기업인들과 10여 차례 회동하는 데 그쳤다.
더욱이 이 대통령은 기업들의 애로를 청취해 가능한 사안과 필요한 조치는 적극적으로 풀어주라고 지시했지만, 상법 개정안과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은 재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추진됐다. 반면 경영 부담 완화를 위해 재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배임죄 정비나 규제 완화 논의는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소통 의지를 강조하는 것과 실제 정책 방향 사이에 온도 차가 있다는 느낌을 받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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