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합당 "전당원 투표하자" 제안에
반대파, '합당반대 당원 서명운동' 반격
일부 당원에선 '합당 반대파 저격' 등장
강득구 "당원 분열…중도층 민심 이반"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조국혁신당에 합당을 제안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여부를 놓고 민주당 내 반발이 확산하는 가운데, 정청래 대표가 최근 당 중앙위원회를 통과한 1인1표제처럼 합당도 '전당원 투표'로 의사를 묻자고 제안했다. 투표를 통해 권리당원들의 의견을 직접 물어 합당 명분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투표는 당헌·당규상 구속력이 없는 여론조사 성격이라는 점에서 합당 반대파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으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반대파에서도 '합당반대 당원 서명운동'을 추진하며 반격에 나섰다. 합당을 놓고 당 내분에 더해 지지자들까지 갈등을 겪는 모양새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원의 뜻은 당 운영에 더욱 세밀하게 반영될 것이며 당원들의 빛나는 집단지성은 당의 역량을 강화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의 중요 의사결정 과정은 이른바 '당의 주인'인 당원들의 뜻에 달려있다는 명분을 내세운 셈이다.
정 대표가 합당 추진 과정에서 당원들의 의사를 앞세운 배경은 당내 역학구도를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최고위원 다수가 정 대표의 제안을 반대하는 데엔 합당에 대한 사전 고지 및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절차상의 오류 탓이다. 이에 따라 의사 결정의 주체를 당원에 맡겨 절차적 논란을 상쇄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전당원 투표 제안은 권리당원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는 자신감이 바탕된 것으로도 해석된다. 정 대표는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당원주권정당' '1인1표제 확립' 등을 공약으로 내세워 권리당원 표심을 거머쥐었다. 합당에 대한 반대 인사들과의 의사 조율이 만만찮은 상황에서의 권리당원 표심은 현 상황에 유일한 돌파구라는 분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가 합당 여부에 대한 전당원 투표를 제안하자 반대파에서도 '합당 추진을 중단하라'고 촉구하는 당원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서명을 주도한 원외 친명(친이재명)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측 관계자는 "지난 3일부터 5일 사흘 현재까지 합당 반대에 서명한 권리당원들은 2만8300여명 정도로 하루에 1만명 꼴로 올라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정 대표가 합당 문제에 전당원 투표를 제안하면서 당원들끼리 분열되는 사태를 초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혁신회의 측 관계자는 "합당에 대한 당원 여론을 조사하려면 그 결과가 최소 찬성 8·반대 2 수준을 확신하고 해야 한다"며 "권리당원 지지를 앞세워 당원 투표를 수시로 던져 놓으면 당원끼리 갈라치기 하는, 또는 분열되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다수는 합당에 찬성한다. 그러나 지금은 지방선거에 충실하고, 승리한 이후 논의를 갖고, 모두가 찬성해서, 이로써 합당이 이견 없이 축하를 받도록 하자는 취지"라며 "그러나 신중론을 펼치는 사람들을 마치 '반대론자'로 몰아붙여 포위하려는 것은 합당을 강요하는 폭력적 모습"이라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익명을 원한 비당권파 한 의원은 "당의 명운이 걸린 합당 문제를 정 대표 지지세가 높은 권리당원, 즉 전당원 투표로 결정의 근거로 삼자는 건 자신의 의지에 반발하는 인사들을 '당심을 거역하는 반역자'로 몰아가려는 것으로 오해를 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혁신회의 해체'를 요구하는 전당원 서명운동도 등장했다. 자칭 '당원주권 회복과 계파정치 청산을 요구하는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 모임 일동'은 최근 온라인 서명운동 참여 링크를 공유하며 "지금 당은 이재명정부의 성공과 지방선거 승리라는 중대 국면에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도 "최근 당내에서 혁신회의를 주축으로 한 일부 정치그룹과 인사들이 당의 단합과 당원 주권을 반복적으로 훼손하고 있다는 심각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이것은 '비판'이 아니라 '해당행위'다. 민주당의 주인은 계파가 아니라 당원"이라고 강조했다. 합당 찬성파와 반대파 모두 '정부의 성공'과 '선거 승리'엔 공감하는 한편, 합당 시점과 명분을 놓고 갑론을박을 펼치는 것이다.
합당 문제를 두고 정 대표 면전에서 공개 반발 중인 강득구 최고위원은 현 상황에 대한 당원들의 분열을 우려했다. 강 최고위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늘 발표된 NBS 여론조사를 보면 당 지지층의 합당 찬성은 47%, 반대는 38%"라며 "시간이 갈수록 반대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들이 분열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중도층 민심은 더 차갑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중도 성향 응답자들은 합당 찬성이 25%, 반대가 51%다. 선거는 결국 중도 확장에서 결정되는데, 중도층이 고개를 젓고 있다"며 "이 흐름은 정 대표가 합당의 이유로 내세웠던 '지방선거 압승'의 명분과는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는 냉정한 신호"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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