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월 1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정당 지도부 초청 오찬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시스
▲쌓여가는 불신…靑, 정청래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한 청와대의 불신이 갈수록 커지는 분위기다.
민주당 지도부가 이른바 '불법 대북송금 사건' 관련 재판에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변호를 맡았던 전준철 변호사를 3대(내란·김건희·해병대원) 특검에서 미진했던 부분을 추가 수사하는 2차 종합특검 후보로 추천하고, 이 대통령이 강한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청 갈등은 정점을 찍는 모습이다.
그동안 당청은 정 대표가 주도하고 있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논란과 정부의 검찰개혁 후속 입법 등을 두고 파열음을 노출해 왔다.
9일 청와대는 공개적인 대응은 하고 있지 않지만,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불쾌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전 변호사는 친청(친정청래)계 이성윤 최고위원이 추천한 인물인데, 민주당 지도부는 전 변호사의 이 같은 이력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내부에선 사전에 이력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도 큰 문제지만, "의도성을 갖고 그런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표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 대신 조국혁신당이 추천한 판사 출신 권창영 변호사를 지난 5일 종합특검으로 낙점했는데, 참모들에게 "(민주당 지도부가) 어떻게 이런 인사를 추천할 수 있느냐" "부적절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회장은 과거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 관련 재판에서 이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여러 차례 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정청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다시 한번 (이재명) 대통령께 누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대단히 죄송하다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전날엔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한 논란이 발생한 데 대해 당의 인사검증 실패로 대통령께 누를 끼쳐드린 데 대해 죄송하다"며 박수현 수석대변인을 통해 사과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공개적인 대응에 나섰다가 당청 갈등과 관련한 또 다른 정치적인 해석이 나오는 것을 경계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권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정청래 대표의 사과로 이번 논란은 일단 표면적으로는 일단락되는 모습이지만, 권리당원 1인 1표제,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 검찰 보완수사권 논란 등으로 누적된 (청와대의 정 대표를 향한) 불신은 이제 해소되기 힘든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전날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당에 대한 불만을 에둘러 표현하기도 했다.
강 실장은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정부와 청와대가 아무리 좋은 정책을 준비해도 법적인 토대가 마련되지 않으면 실행에 옮길 수 없다. 실질적 성과는 결국 입법으로 완성되는 것"이라며 입법에 속도를 내달라고 주문했다.
강 실장은 비공개 회의에선 검찰개혁 일환으로 추진되는 중수청(중대범죄죄수사청)·공소청 설치법 추진 등과 관련해 "논의 과정에서 (당청이) 매끄럽게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유지하되, 예외를 두는 방식을 언급했지만, 민주당은 지난 5일 의원총회에서 보완수사요구권만 부여하는 방안을 언급하며 이 대통령의 제안을 수용하지 않았다.
▲김민석, 마음은 이미 총리 아닌 여당 대표?…야당 의원 상대로 "얻다 대고"
김민석 국무총리가 국민의 공복(公僕)인 국무위원의 자격으로 국회 대정부질문에 임하면서 국민의 대의대표인 야당 국회의원을 향해 "얻다 대고"라고 말하며 고함을 쳐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제1야당 원내대표인 송언석 원내대표는 긴급 메시지를 통해 "말꼬투리와 오만한 답변 태도"라며 즉각 성토했다.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은 9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통일·외교·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김민석 총리를 향해 "지난달 JD 밴스 미국 부통령과 회담하시지 않았느냐"라며 "(총리가) 귀국하자마자 25% 관세 폭탄 뒤통수를 맞았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지난해 북한이 공개한 신형 핵잠 보셨느냐. 우리에게 어떻게 위협이 된다고 보느냐"라고 물은 뒤, 김 총리가 "북핵 전체가 이미 위협"이라고 답하자 "능구렁이처럼 넘어가려고 하지 마시고, 이게 얼마나 위험천만한 무기인지 알고 계시느냐"고 다그쳤다.
그러자 김 총리는 "인신 모독적 표현은 부적절하다"며 '능구렁이'라는 표현을 취소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박 의원은 취소 의사 없이 "전작권 전환, 삼단봉 들라, 한미 연합 훈련 축소, DMZ 관리로 유엔사와 실랑이"를 열거하며 "위협 인지 능력도 없고, 대책도 없고, 기강도 없고, 훈련도 없고, 뭐든 게 없고, 딱 하나 있는 게 김정은 심기 보좌밖에 없다"고 질타했다.
이처럼 박 의원이 현 정권의 대북 저자세를 질타하자, 김 총리는 돌연 "얻다 대고 국군에 대해 아무 것도 없다고, 어디서!"라며 "대한민국 국군에 대해 아무 것도 없다고 어디서 그렇게 얘기할 수 있느냐. 사과하라. 국군 전체에 대해 사과하라. 앞으로 그런 식의 질의는 하지 말라"고 고성을 질렀다.
일본 군국주의 시대였던 1938년 3월 3일, 제국의회 중의원에서 야당인 정우회의 미야와키 조키치(宮脇長吉) 의원의 질의에 공무원이었던 사토 켄료(佐藤賢了)가 "닥치라"고 소리를 질러 큰 파문을 일으킨 적은 있었지만, 국무위원이 국회의원의 질의에 "얻다 대고"라고 고함을 친다는 것은 민주화가 된 현대민주주의·대의제 국가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제1야당 원내대표인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긴급 메시지를 내서 김민석 총리를 질타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오늘 김민석 국무총리가 대정부질문에서 우리 당 박충권 의원에게 보여준 말꼬투리 잡기와 오만한 답변 태도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김민석 총리는 박충권 의원의 질문에 제대로 된 답변 없이 말을 빙빙 돌리면서, 오히려 질의를 왜곡하는 말꼬투리 잡기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능구렁이처럼 넘어가지 말라'는 것은 하나의 비유이지, 어떻게 인신모독이냐"라며 "'총 대신 삼단봉' 휴대 지침, 한미연합훈련 축소, DMZ법 논란 등 여러 현안을 거론하면서 '김정은 심기 보좌'를 비판한 것은 우리 정부의 대북 저자세를 지적한 것이지, 우리 국군을 비판한 것이 아님은 문맥상 명백하다"고 규정했다.
아울러 "국무총리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을 상대로 '얻다 대고'를 운운하며 고함을 친 것은 국무총리로서 자격이 없는 지극히 오만한 행태"라며 "국회를 모독하고, 국민을 모독한 김민석 총리는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일각에서는 6·3 지방선거 이후 국무총리를 사임하고 당에 복귀해 전당대회에 출마, 집권여당 당권을 노릴 것으로 전망되는 김 총리의 '정치적 행보'의 일환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쇼츠 정치' 차원에서 질의를 하는 야당 국회의원을 향해 "얻다 대고"라고 소리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박충권 의원도 이날 김 총리를 향해 "지금 정청래 대표와 한판 붙을 생각하느라 국정운영을 아예 생각 못하시느냐"라며 "신경 쓰실 여유가 없으시냐"라고 꼬집었다.
▲주호영, 대정부질문서 대장동 항소포기 사태 추궁…정성호의 답변은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2월 임시국회 대정부질문 1일차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당내 최다선 의원임에도 직접 '저격수'로 등단해, 이재명정부의 국무위원들을 상대로 대장동 사건 항소포기 사태, 계속되는 특검몰이, 국가 수사 체계 붕괴에 따른 공백 사태 등을 조목조목 추궁했다.
주호영 부의장은 9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불러내 대장동 사건 항소포기 사태를 질문했다. 주 부의장은 "대검에서 두 번이나 항소 보고를 했는데 '신중히 판단하라'고 지시한 것은 사실상 항소하지 말라는 압박 아니냐"고 물었다.
정성호 장관이 "일반적인 의견 표명이었다"고 해명하자, 주 부의장은 "국민이 바보냐. 그런 말장난은 우리끼리 하지 말자"고 일갈했다. 이어 "물이 빠지면 바위가 드러나는 법(水落石出)"이라며 "장관 그만두고 돌아오면 법적 책임은 혼자 져야 한다. 법조인의 양심을 지키라"고 꼬집었다. 정 장관은 "공개돼 평가받을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비껴갔다.
현 정권 들어 수사권과 기소권의 완전한 분리를 외치면서, 오히려 수사와 기소가 완전 통합돼 있는 특검을 마치 상설화하듯 '내란 2차 종합특검'까지 강행 처리하는 행태에 대해서도 질타가 이어졌다. 주 부의장은 "검찰 수사가 편파적이라며 없애겠다는 사람들이, 민주당이 추천하고 책임도 안 지는 특검을 2차까지 하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다그쳤다.
정 장관은 "특검은 국회의 입법 결단"이라며 책임을 국회로 돌렸으나, 주 부의장은 "대한민국 법 체계 작동에 대해 법무부 장관이 모른다고 할 일이냐"며 "정성호 장관 시절 검찰이 장례를 지냈다는 소리가 나와서야 되겠느냐"고 질책했다.
특히 주 부의장은 민주당정권에서 자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발생한 사법 현장의 혼란을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가며 정성호 장관을 압박했다. 그는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을 검사가 다시 기소한 건수가 2021년 1263건에서 2024년 7133건으로 무려 5배 넘게 폭증했다"며 "멀쩡한 제도를 깨서 왜 이런 사법 부실과 민생 피해를 초래하느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정 장관은 "보완책을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주 부의장은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을 불러내 중수청(중대범죄수사청) 신설에 따른 전문성 저하와 정치적 중립성 훼손 문제를 따져 물었다. 주 부의장은 "법률 전문가인 법무부 장관의 지휘 체계는 허물면서, 법률 전문가라는 보장도 없는 행안부 장관이 중수청장을 직접 지휘하는 것이 정당하냐"며 "정치적 압력을 다이렉트로 받겠다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윤호중 장관은 "집행 방식과 한계가 명확히 다르다"며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으나, 구체적인 정치적 독립 확보 방안에 대해서는 "우려를 새겨듣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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