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 카나브 약가 인하 소송 1심 패소
카나브 약가 인하 반영에 잠정 매출 축소
항소 통해 약가 인하 유예기간 확보 계획
보령 사옥 ⓒ보령
국내 제약사 보령이 ‘카나브’ 약가 인하 처분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연간 18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책임지는 간판 제품의 수익성 악화가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이번 판결 여파로 7년 연속 최대 실적을 달성한 보령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줄어드는 등 카나브 약가 인하 여파가 가시화되고 있다.
19일 제약 업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보령이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약제급여 상한금액 인하 처분 취소’ 소송 1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보건복지부의 카나브 약가 인하 처분이 적법하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2023년 2월 카나브의 물질특허가 만료됨에 따라 지난해 7월부터 ▲카나브 ▲카나브플러스 ▲듀카브 등 카나브 제품군의 약가를 최대 48%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제네릭(복제약) 진입에 따라 오리지널 제품의 약가를 인하키로 했던 것이다.
이에 보령은 카나브가 고혈압 외에도 ‘단백뇨 감소’ 적응증에 대한 별도 특허를 2036년까지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우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알리코제약의 알카나 ▲동국제약의 피마모노 ▲대웅바이오의 카나덴 ▲한국프라임제약의 피마솔로 ▲휴텍스의 휴나브 등 현시점 출시된 제네릭 5종이 단백뇨 감소 효과까지 대체할 수 없는 만큼 동일 선상에서 카나브의 약가를 낮추는 것이 부당하다는 논리였다.
보령이 개발해 2010년 식약처의 시판 허가를 받은 국산 15호 신약 카나브는 보령의 전체 실적의 15~20% 가량을 이끄는 핵심 매출원이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제네릭 5종이 출시됐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카나브 패밀리 7종의 합산 처방액은 1873억원으로 전년 대비 8.3% 증가했다. 지난해 11월 기준 피마사르탄(카나브 성분명) 시장에서 카나브 패밀리의 점유율은 99.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1심 판결에서 재판부가 보령의 특허 방어 논리를 받아들이지 않은 만큼 카나브 패밀리 약가 인하에 따른 대규모 매출 감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복지부가 지난해 6월 고시한 인하안은 카나브 약가를 30㎎ 기준 439원에서 307원으로 약 30% 인하하고, 카나브 60㎎ 제품은 642원에서 450원으로, 120㎎ 제품은 758원에서 531원으로 낮추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수준의 약가 인하가 적용될 경우 연간 수백억원 규모의 매출도 증발하게 된다.
실제로 약가 인하 소송 패소에 따른 영향을 보령이 선제적으로 반영하면서 지난해 4분기 실적도 대폭 수정됐다. 보령은 최근 공시를 통해 지난해 4분기 잠정 매출이 2640억원에서 2453억원으로 정정됐다고 밝혔다. 198억원으로 발표했던 영업이익은 6억원 영업손실로 변경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보령의 연간 잠정 매출과 영업이익도 각각 1조360억원에서 1조171억원, 855억원에서 651억원으로 변경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0.03%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7.7% 줄어들면서 8년 연속 매출과 영업이익 동반 성장이라는 기록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이에 보령은 소송을 통해 최대한 시간을 벌면서 약가 인하 충격을 상쇄할 돌파구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보령은 소송 결론이 나올 때까지 약가 인하를 멈춰 달라는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해 법원으로부터 인용 결정을 받아낸 바 있다. 보령이 3심까지 소송을 이어갈 경우 최종 확정 판결 전까지 카나브 약가 인하 시점을 미룰 수 있는 것이다.
보령은 “1심 결과를 바탕으로 추정한 충당부채 설정액을 실적에 반영했다”며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해 집행정지 신청과 상급심 과정으로 법리적 소명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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