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김주애 후계 판단”, 세 가지 단상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02.20 07:30  수정 2026.02.20 07:30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025년 12월 20∼21일 이틀에 걸쳐 삼지연시에 '현대적인 호텔' 5곳의 준공식이 열렸다고 23일 보도했다. 20일에는 이깔호텔·밀영호텔이, 21일에는 소백수호텔·청봉호텔·봇나무호텔이 각각 문을 열었다. 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일 이깔호텔과 밀영호텔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전했다. ⓒ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국가정보원이 2월 12일 ‘판단’한 김주애(2013년생 추정)의 “후계 내정 단계”에 의문이 인다. 지금 열리고 있을지 모를 노동당 9차 대회에서 김주애로 4대 세습이 공식화되거나 공식 직책을 맡을지에도 과연(?)이란 입장이다.


다만 북한에 관한 한 최고의 혹은 최고가 되어야 할 정보기관의 평가인만큼 일단 개연성을 염두에 두면서 가지는 단상 세 가지다.


첫 번째 단상, 김정은이 왜 이렇게 일찍 어린 자식 그것도 여식을 공식적으로 등장시켰을까.


첫째, 김주애의 오빠가 없거나, 일설에 떠도는 대로 있다 하더라도 후계자로 자질이 부족한 상황이다.


둘째, 김정은에게 후계자가 될 (제대로 된) 아들이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주변의 권력 엘리트(여기에는 김여정도 포함) 내에서 김정은 이후를 대비하는 움직임(차기 대권을 위한 권력 투쟁이나 줄서기 등)으로 권력 이완·누수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이를 조기에 차단해야 한다.


셋째, 김여정은 ‘대를 이은 충성’에 맞지 않고, 만약 만약의 경우 김정은 신변에 무슨 일이 생긴다면, 김여정은 김주애의 후견인이자 버팀목으로 권력 안착에 진력하는 역할을 해야 하고, 이를 김여정에게 그리고 권력 엘리트에게, 조기에 확실히 인식시키고 승복받아야 한다.


두 번째 단상, (제대로 된) 아들이 없다면, 김정은이 처 리설주 외로부터 아들을 얻어 후계자로 삼을 수 있지 않으냐, 김정은 자신도 김정일 본처(성혜림) 자식이 아닌데도 후계자가 되지 않았느냐.


여기에 대한 대답이 될 수도 있고, 필자가 김정은이 왜 어린 김주애를 공식 석상에 등장시켰으나 그것이 후계 구도와는 별개일 수 있다고 보는 이유는 김정은의 ‘열등감’이다.


첫째, 김정은은 김정일의 비공식적 아내 중 한 명인 고용희의 자식이다.


둘째, 고용희는 북한에서 하층민 취급, ‘째포’라 비하·멸시하는 재일교포 출신이다. 북한 체제, 김씨 왕조 정통성의 핵심이 김일성의 항일 투쟁인 데, 그 적이었던 일본을 도왔던 친일 반역 분자, 그 혈통이기 때문이다.


그 피를 이어받은 김정은, 김일성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함께 찍은 사진 한 장이 없다. 생모를 우상화하지 못한다.


셋째, 김정은은 김정일 장남이 아니며, 김정일이 생모(김정숙)를 일찍 여읜 것처럼 김정은도 마찬가지다. 김정일이 후계자를 놓고 생모(김성애)가 생존해 있는 이복동생들(김평일 등)을 제치는 데 큰 힘이 된 것이 김일성의 첫째 아들이란 사실이었다. 장남이 아니었기에 김정은은 권력 세습에 김정일 장남 김정남과 비교되고 어려움 속에 경쟁해야만 했다.


이런 복잡한 열등감 속에서 김정일 사망 당시 27세의 나이에 권력을 잡은 김정은(1984년생 추정)에게 최우선적 과제는 가계·가정에 대한 정통성 확보였다.


이를 위해, 김일성과 닮은 외모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체중, 머리 모양, 모자와 의복, 몸짓과 걸음걸이 등으로 김일성 따라 하기에 나서, 사망한 지 30여 년이 지났지만, TV·신문·잡지를 통해 북한 주민이 거의 매일 볼 수 있는 김일성의 분신이 김정은이라는 의식을 심어주고 있다.


이것이 통하자 불안의 싹을 뿌리째 뽑는 것이 다음 수순이었다. 2017년 김정남이 제거되었다.


이어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에 동생 김여정을 보내 세계적 주목을 받도록 했다. 자신은 세계 최강 미국 대통령(트럼프)이 세 번이나 북한 지도자로 화려하게 공인해 주는 모습을 북한 권력 엘리트·주민에게 연출했다.


다음으로 할아버지·아버지와 차별되게 처 리설주를 공식 석상에 데뷔시켜 정상적 부부상과 가정적 면모를 국내외적으로 보여주었다. 이어 김주애를 조기에 내세우고 자식 사랑을 듬뿍 나타내며 주애가 자신의, 김 씨 가계의 딸을 넘어 북한 주민의 딸로 각인되도록 했다.


본처 자식(들)은 자신이 받지 못한 사랑을 양껏 받도록 하고 싶은 김정은이다. 다른 곳에서 아들(들)을 얻을 수는 있으나, 후계자로 세워 자신이 가졌던 트라우마, 열등감·불안을 그(들)도 겪게 하고 싶지는 않을 김정은이다.


마지막 단상, 왜 이 시점에 국정원이 김주애 후계 판단을 공개했을까. 획득·분석·평가한 정보의 결과 그랬을 수 있지만, 그것만이 아닐 수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가 김정은과 만나기, 북한과 대화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작금이다. 갖은 유화책을 내면서, 저자세로 ‘구애’하고 있다.


김정은·북한과 물꼬를 먼저 트기 위해 국가안보실, 국정원, 통일부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는 풍문도 들리는 상황에서 국정원, 북한 전문가인 원장이 김주애 후계자 판단으로 치고 나온 것이다.


국가안보실장·통일부 장관이 그간 이래저래 세상의 주목을 받는 사이, 은인자중(?)하던 국정원장이 드디어 링에 올라 가운을 벗어 던진 격이다.


대통령 직속인 국정원 본연의 임무는 정보로 최고 정책결정자의 결정을 지원하는 것이지, 판단을 내리고 직접 나서 공개해 정책결정자는 물론이고 여론을 그 방향으로 형성·유도하는 것이 아니다.


이번 국정원의 김주애 후계 판단 공개는 국가안보실, 통일부, 국정원 등 대북 사업 주도권 확보를 다투는 부처 가운데, 국정원의 입지를 다지는 동시에, 원장의 위상을 높이려는 의도가 깔렸을 수 있다.


다음으로 남쪽의 북한 관련 최고의 정보 부처이자 대통령 직속인 막강한 국정원이 김주애를 후계자로 판단한다는 소식이 김정은에게 줄 영향·감정이다.


만약 김정은이 김주애를 정말로 후계자로 낙점하고 있다면, 국정원이 그의 후계 구도 공식화 움직임에 힘을 실어주는 형세가 된다. 김주애를 진작 등장시켜 국내외 반응을 살피면서 어느 시점에 후계 구도를 매듭지으려 했다면, 국정원의 김주애 후계 판단이란 선도적 공식화·공개화는, 김정은이 북한 권력 엘리트에게 주민에게, 후계자 김주애를 공식화하는 명분을 더 강하게 가지게 한다.


물론 국정원이 김정은·김주애의 행태를 분석한 결과 김주애 후계 판단에 이르렀다고 말할 리는 없고, 김정은은 “봐라, 남쪽의 국정원도 우리 주애를 후계자로 인정한다”고 재치를 부릴 것이다.


김주애가 정말로 후계자라면, 김정은의 ‘환심’을 사려 온갖 노력을 기울이는 이재명 정부의 현실에서, 국정원의 이번 움직임은 김정은의 마음을 크게 흡족하게 했을 것이다. 김주애가 후계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김정은 가정이 정통성을 가지는데 국정원이 힘을 실어준 것이 되어 김정은은 만족했을 것이다.


김주애가 후계자이건 아니건, 후계자여서 이번 9차 당대회에서 공식화되건 아니건 간에, 국정원의 김주애 후계 판단은, 김정은과의 만남을 고대하는 이재명에게, 가정·가계에 대한 정통성 확보 및 김주애 후계 확정을 김정은의 속마음으로 읽은, 국정원장의 회심의 한 수라 할 수 있다.

글/ 손기웅 한국평화협력연구원장·전 통일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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