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 시범사업 1년
시범사업에도 현장 체감은 제한적
전공의 53% “주 72시간 이상 근무”
“해외 사례, 제도적 배경 함께 봐야”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 전공의 전용공간 안내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을 위한 제도 개선이 시행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장시간 근무와 수련 부담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근무시간 규제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의와 함께, 수련의 질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를 놓고 의료계 안팎의 시선도 엇갈린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5월부터 전공의 근무시간을 주 평균 72시간(최대 80시간), 연속 근무 24시간(최대 28시간) 이내로 제한하는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현재 69개 병원, 361개 의국이 해당 사업에 참여 중이다.
이달 21일부터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해 최장 연속 근무시간을 기존 36시간에서 24시간으로 줄이는 내용의 개정 전공의법도 시행됐다. 전공의의 과도한 근무를 줄이기 위한 장치가 제도적으로 마련된 셈이다.
그러나 현장의 체감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국전공의노동조합(전공의노조)이 지난해 9월 실시한 근로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13명 중 52.9%가 주 72시간 이상 근무한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주 80시간 이상 근무자는 27.8%, 주 88시간 이상 근무자는 12.9%에 달했다.
이 같은 결과는 과거 조사와도 큰 차이가 없었다. 2022년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실시한 전공의 실태조사에서도 국내 전공의의 평균 근로시간은 주 77.7시간으로, 응답자 52%가 4주 평균 주 80시간을 초과해 근무한다고 답했다. 제도 도입 이후에도 전공의들의 근무 환경이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현재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주요국에서는 근무시간 규제를 수련 운영 전반에 연계에 적용하는 한편, 구체적인 근무시간 기준과 휴식 규정도 제도화하고 있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전공의 36시간 연속근무제도 개선 연구' 내용. ⓒ의협 의료정책연구원
대한의사협회(의협) 의료정책연구원이 2024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EU 소속 전공의는 유럽근로시간지침(EWTD)에 따라 26주 평균 주 최대 48시간 이내로 근무시간이 제한된다. 또 하루 최소 11시간의 연속 휴식이 보장되며, 매주 하루 또는 격주로 이틀의 휴무, 6시간 근무마다 20분 이상의 휴식도 의무화돼 있다.
체코·헝가리·슬로베니아 등 일부 국가는 연속근무시간을 16시간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영국은 연속근무를 최대 13시간까지만 허용하고 야간 근무 이후 주간 근무를 금지하고 있다.
미국은 미국의학교육인증원(ACGME) 지침에 따라 전공의 근무시간을 4주 평균 주 80시간, 연속근무 24시간으로 제한하고, 근무 사이 최소 10시간의 휴식과 주 1회 이상의 완전 휴무를 의무화했다. 당직 근무도 4주 평균 3일에 1회로 제한된다. 일본은 전공의의 연간 시간 외 근무를 1860시간(주 80시간 수준)까지 허용하고 있으며 연속근무시간은 최대 28시간이다.
다만 이러한 제도를 국내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현실적인 제약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 주당 근무시간이 긴 대신 수련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점 등 제도적 배경의 차이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용범 대한의학회 수련교육이사는 지난 22일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유럽은 전공의가 주 48시간 근무하는 대신 수련 기간은 대부분 7~8년으로 3~4년인 우리와 차이가 크다”며 “유럽 전공의들의 근로시간을 볼 때는 이런 부분도 같이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한 전문의 배출을 위한 적정 역량 확보는 비타협적인 전제”라며 “근무시간 단축 시 수련기간 조정 또는 역량 중심의 교육·평가 체계 전환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