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맞불에 환율 변동성 '쑥'…한은, 기준금리 향방 놓고 '고심'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입력 2026.02.23 16:35  수정 2026.02.23 17:52

법원 "대통령의 무제한 관세권 안 돼"

트럼프의 반격 '무역법 122조', 실효성은 글쎄

환율 '출렁'에 한은 통화 방향 동결 무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통상 정책인 '상호관세'에 대해 위헌 및 무효 판결을 내리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혼란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즉각 플랜B를 가동했지만 이마저도 법적 정당성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며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도 극심해질 전망이다.


이에 이번 주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한국은행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6.6원 내린 1440.0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3.6원 내린 1443.0원으로 출발해, 장중 1430원대까지 하락했다.


이같은 환율 하락은 미국 상호관세 무효 판결에 따른 달러 약세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 주말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의 근거로 삼았던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대해 제동을 걸었다.


대법원은 IEEPA가 대통령에게 무제한적인 관세 부과 권한을 부여한 것으로 볼 수 없으며, 의회의 승인 없는 대규모 관세 부과는 권한 남용이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로 미 정부가 잃게 될 관세 수입은 약 1700억 달러(한화 254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 재정수지 적자 역시 올해 0.5%포인트(p)가량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판결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즉시 효력을 갖는 '무역법 제122조'를 꺼내 들었다.


국제수지 불균형 해소를 위해 전 세계에 15%의 관세를 일시 부과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 역시 150일이라는 시한이 있고 이후에는 의회 승인이 필요해 법적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로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이미 내상을 입었다고 평가한다.


대법원의 위헌 판결은 트럼프식 관세 정책에 대한 미국 내 공감대가 약함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실제 ABC 뉴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최근 여론조사에서 관세 정책 반대 여론(64%)은 찬성(34%)을 압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하다.ⓒ연합뉴스

이 같은 혼란은 곧바로 달러화 약세로 이어지고 있다.


관세 환급 소송 가능성과 재정 적자 우려가 미 국채 금리에 부담으로 이어지면서다.


다만 이란과의 군사 충돌 가능성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공존하고 있어 환율의 방향성을 예측하기는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다.


한국 입장에서는 상호관세 무효화가 반드시 호재만은 아니다. 무역확장법 232조(국가안보)에 근거한 철강·자동차 관세는 여전히 유지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트럼프의 새로운 15% 보복 관세 시나리오는 새로운 통상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번 주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이창용 한은 총재 역시 이날 열린 임시국회에서 대내외적 변수로 인해 환율의 변동성이 커졌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0월 이후 1480원대까지 상승했다가 연말 외환수급 안정 대책 등으로 상승폭이 축소됐다"면서도 "미 달러화 및 일본 엔화 움직임 등에 영향을 받으며 여전히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준금리 방향에 대해서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만큼 경기와 물가, 금융안정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면서 정책 방향을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전문가들도 향후 환율과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우려 섞인 시각을 제시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를 2.50%로 동결할 전망"이라며 "금융 안정과 물가에 대한 매파적 기조는 여전하겠지만, 1월 회의 당시와 비교해 상황이 악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매파적 기조가 강해질 만한 근거는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환율의 평균적인 레벨이 1월 금통위 때에 비해 낮아졌으므로 환율 우려를 더 강하게 표현할 빌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관세정책을 둘러싼 뚜렷한 불확실성은 커진 상황"이라며 "관세정책이 일부 타격을 받았다는 점에서 미국 재정 리스크가 재차 부각될 수 있음은 달러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달러·엔 환율 흐름을 주목해야 한다고도 짚었다.


그는 "관세 위법 판결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주요국 통화의 약세를 용인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며 "관세정책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이란간 군사충돌 가능성이 커진 것은 달러 강세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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