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만료로 생긴 6석 놓고 5인·6인 선임안 정면 충돌
3대3 배분 시 9대6 구도…견제력 강화 여부 주목
국민연금·외국인 표심이 향배 좌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왼쪽)과 장형진 영풍 고문.ⓒ데일리안 박진희 디지이너
경영권 분쟁의 정점에 선 고려아연이 내달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영풍·MBK 파트너스 연합과 이사회의 실질적인 주도권을 가를 운명의 표 대결에 돌입한다. 이번 주총의 핵심 관전 포인트는 이사 선임 인원수를 둘러싼 양측의 안건 충돌이다. 고려아연 측은 5명의 이사 선임안을, 영풍·MBK 측은 6명의 선임안을 각각 상정하며 단 1명의 차이를 둔 치밀한 수 싸움을 예고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전날 임시 이사회를 통해 주총 일정과 안건을 확정했다. 정기주총은 다음 달 24일 오전 9시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다.
이번 주총은 유미개발과 와이피씨·영풍·한국기업투자홀딩스(MBK파트너스), 크루서블JV 등 주요 주주들이 제안한 안건을 대거 상정하며 수용한 것이 특징이다.
이 가운데 이사 선임 인원수를 둘러싼 안건 충돌이 이번 주총의 핵심 승부처로 부상했다. 영풍·MBK 측이 요구한 6인 선임안이 가결될지, 고려아연 측이 제시한 5인 선임안으로 제한될지에 따라 이사회 내 영풍 측이 확보할 견제 의석 규모가 달라질 전망이다.
이러한 인원수 대결은 향후 이사회 구도를 결정짓는 분수령이 된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총 19명으로 최윤범 회장 측 인사가 15명(직무정지 4인 포함), 영풍·MBK 측은 4명으로 구성돼 있다. 내달 중 최 회장 본인을 포함해 사내외 이사 6명의 임기가 만료되는데, 최 회장 측 5명과 영풍 측 1명이 물러나게 된다.
임기 만료 직후 이사회는 최 회장 측 6명, 영풍 측 3명 체제가 된다. 여기서 집중투표제 시나리오에 따라 이사회 재편 향방이 갈린다. 6인 선임안 가결 시 양측의 지분율이 비슷해 각 3명씩 나눠 갖는 3대 3 구도가 유력하며, 이 경우 이사회는 최 회장 측 9명 대 영풍 측 6명 구조가 된다.
반면 5인 선임안 가결 시 3대 2(최 회장 측 3명, 영풍 측 2명 선임)가 되면 9대 5 구조가 되지만, 2대 3(최 회장 측 2명, 영풍 측 3명 선임)으로 결과가 나올 경우 8대 6으로 재편된다.
이사 선임이라는 머릿싸움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고려아연은 소액주주의 표심을 겨냥한 파격적인 ‘현금 승부수’를 던졌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주당 2만원의 현금배당안과 함께 9177억원 규모의 임의적립금을 미처분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이는 영풍 측이 제안한 3925억원 규모의 전환안보다 2배 이상 큰 규모로, 주주환원을 앞세워 이사 선임 표 대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인적 구성 면에서도 상징적인 후보군이 이름을 올렸다. 고려아연은 최윤범 회장의 재선임 안건과 함께, 미국 제련소 합작법인인 ‘크루서블(Crucible JV LLC)’이 추천한 월터 필드 맥랠런(Walter Field McLallen)을 기타비상무이사 후보로 내세웠다. 이는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한 경영권 방어 명분을 확보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이에 맞서 영풍·MBK 연합은 최연석 MBK 파트너와 박병욱 회계사 등 5명을 신임 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영풍·MBK 측은 이번 주총 안건의 상당수가 자신들의 지속적인 요구로 이뤄낸 거버넌스 개선의 결실이라고 강조한다. 이들은 이사의 총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명문화와 배당 재원 확보 등이 최대주주로서 제기해온 결과물이며, 경영진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를 주주 중심으로 전환하는 전환점이 마련됐다고 평가한다. 또한 이사회 소집 통지 기한 연장과 자사주 소각 결정 등도 주요 성과로 꼽고 있다.
이 밖에도 이번 주총에서는 영풍·MBK 측이 요구한 액면분할, 집행임원제도 도입 등 정관 변경 안건들이 다뤄진다. 영풍·MBK 측은 액면분할을 통한 주식 유동성 확대와 집행임원제 도입을 통한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를 장기적 과제로 지속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라는 명분 아래 양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선택이 고려아연의 향후 행보를 결정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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