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안 플라자] 머물 것인가, 탈환할 것인가 - 갈림길에 선 국민의힘

정상환 한경국립대 객원교수 (desk@dailian.co.kr)

입력 2026.02.25 07:45  수정 2026.02.25 07:45

정상환 한경국립대 객원교수 기고

尹 1심 판결 이후 국민의힘 지도부

"아직 1심에 불과하다" 입장 유지

법정은 과거를, 유권자는 방향을 봐

윤석열(왼쪽 위) 전 대통령이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1심 선고기일에서 변호인과 대화하며 잠시 미소짓고 있다. 법원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 서울중앙지법 제공

정치에서 평가는 의도가 아니라 결과로 확정된다. 선거에서 이기면 약점은 관리 가능한 변수로 정리되고, 지면 장점마저 책임의 대상이 된다. 잔혹하지만 이것이 정치의 구조다. 정치는 감정을 보상하지 않는다. 오직 성과를 계산한다.


정당의 명분은 '승리'라는 관문을 통과할 때만 현실의 힘을 얻는다. 권력을 확보하지 못한 정의는 실행되지 못하고, 실행되지 못한 정의는 설득력을 잃는다. 힘이 있어야 정책이 작동하고, 책임도 완성된다.


윤석열 전 대통령 1심 판결 이후 지도부는 "아직 1심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법리적으로 성립 가능한 주장이다. 그러나 정치는 법정과 다르다. 법적 무죄 추정과 정치적 책임은 동일하지 않다. 법정은 과거를 다루지만, 유권자는 방향을 본다. 판결문의 문장보다 그 이후 정치가 무엇을 선택하는지가 평가의 기준이 된다. 법은 사실을 판단하지만, 정치는 신뢰를 판단한다.


최근 여론의 흐름은 단순한 등락의 문제가 아니다. 방향의 신호에 가깝다. 유권자는 과거의 공방보다 현재의 물가와 일자리, 지역경제를 묻고 있다. 정치가 내부 논리에 머무는 동안 민생의 질문은 누적된다. 이에 답하지 못하면 다른 모든 설명은 부차적인 것으로 밀려난다. 민생의 질문을 외면한 정치는 결국 민심을 잃는다. 평가는 선거에서 확정된다.


강성 지지층의 결속은 정당의 기반이다. 그러나 선거는 경계선 위에서 결정된다. 확장하지 못하는 전략은 안정적일 수는 있어도 승리로 이어지기 어렵다. 확장하지 못하는 정의는 결국 소수가 된다. 지방선거는 이념의 전장이 아니라 생활의 심판장이다. 지역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는가, 서민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가, 불안정한 대외 환경을 안정시킬 수 있는가가 판단 기준이다. 감정의 표출이 아니라 역량의 검증이다.


국민의힘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의미 있는 반전을 만들지 못한다면, 향후 총선은 더욱 불리한 구조 속에서 치를 가능성이 높다. 지금의 위치는 우위가 아니다. 흐름을 되돌려야 하는 입장이다. 지방선거의 패배는 단순한 1패가 아니라, 전세를 전환할 동력 상실을 의미한다.


선거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흐름을 만든다. 선거는 고립된 사건이 아니라 연쇄 구조다. 한 번의 패배는 다음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는 기대를 약화시킨다. 기대가 약화되면 인재와 자원은 위축되고 전략은 방어적으로 변한다. 반복되는 수세는 구조적 열세로 이어진다. 패배는 결과 이상의 심리적 후유증을 남긴다. 패배가 반복되면 패배는 구조가 된다.


이 지점에서 필요한 것은 과시가 아니라 절제다. 모든 전선을 동시에 유지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역량을 분산시킨다. 때로는 빛을 낮추고 힘을 축적하는 선택이 필요하다. 도광양회는 굴종이 아니라 우선순위의 재조정이다. 목표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달성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다. 이길 수 있는 전선에 집중하는 것이 전략이다.


지금 보수가 직면한 문제는 소신의 유무가 아니라 현실 인식의 정확성이다. 지지층을 안심시키는 언어와 중도층을 설득하는 언어는 다르다. 이를 구분하지 못하면 전략은 혼선을 겪는다. 선거는 다수의 선택으로 끝난다. 다수의 언어를 확보하지 못하면 명분은 사회적 동의로 확장되지 않는다. 정당은 지지층만으로 존재할 수 있어도, 집권은 다수 없이는 불가능하다.


사법과 정치의 경계는 분명해야 한다. 제도를 안정시키는 힘은 결국 선거에서 나온다. 윤 전 대통령을 둘러싼 법적 다툼 역시 마찬가지다. 정치적 기반이 약하면 논쟁은 길어지고, 기반이 단단하면 갈등은 관리된다. 결국 문제는 기반이다.


지방선거는 과거에 대한 찬반 투표가 아니다. 정치적 효능에 대한 평가다. 경제를 관리할 수 있는가, 불안을 통제할 수 있는가, 생활을 안정시킬 수 있는가를 묻는 시험대다. 여기서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총선은 반전의 무대가 아니라 생존의 시험장이 된다. 총선에서 구조적 열세가 고착되면 대선 역시 멀어진다.


보수는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 과거의 정당성을 방어하는 길과 미래의 유능함을 증명하는 길이다. 두 길을 동시에 갈 수는 없다.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정치는 의지를 묻지 않는다. 결과를 묻는다. 이기지 못하면 명분은 버티지 못한다.


머물 것인가, 탈환할 것인가. 답은 복잡하지 않다. 민심을 얻지 못하면 이길 수 없다. 이기지 못하면 아무것도 지킬 수 없다.


글/ 정상환 한경국립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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