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경마장 건설비 최소 1조원…재원 마련 방안 전무
이전 부지 미확정 상태서 2030년 착공 목표도 의문
마주 이탈·경주마 공백…말산업 생태계 붕괴 우려
과천경마공원 모습. ⓒ뉴시스
정부가 과천경마공원 이전을 추진하고 있지만 재원 마련부터 이전 일정, 말산업 생태계 보전까지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
새 경마장 건설에는 최소 1조원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재원 마련 방안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 이전 부지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전이 장기화될 경우 말산업 생태계 전반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린벨트 매각·축발기금…재원 마련의 벽
한국마사회 내부 보고서인 '정부정책 및 경영환경 변화 대응전략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건물 공사비와 데이터센터·방송장비 등 특수장비 도입 비용, 이전 경비 등을 합산할 경우 최대 1조2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토지 매입비를 제외한 금액이다. 부지 매입비까지 더하면 총 사업비는 훨씬 커질 수밖에 없다.
보고서는 현재 과천 수준인 일 평균 2만5000명~3만명의 관람객을 수용하려면 최소 1조원 이상의 재원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경마장 이전을 위해선 최소 1조원 이상이 필요하지만 재원 조달은 막막한 실정이다.
과천경마공원 부지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으로 묶여 있어 공시지가가 낮다. 시세 대비 매각가가 현저히 낮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 더해 마사회가 부지를 매각할 경우 처분이익의 70%가 법률에 따라 축산발전기금으로 귀속된다. 결국 마사회가 실제로 손에 쥘 수 있는 재원은 현저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과천경마공원 이전에 따른 매출액 타격도 크다. 지난해 한국마사회 총매출액 6조4240억원 중 과천경마공원 매출액은 약 20%인 1조2000억원에 달했다. 마사회는 총매출액 중 10%를 축산발전기금으로 조성하고, 레저세 10%·지방교육세 4%·농어촌특별세 2% 등 총매출액의 16%를 세금으로 납부하고 있다.
새 경마장 건설에는 최소 1조원 이상이 필요한 상황에서 정부가 별도의 재정 지원 방안을 제시하지 않는 한 이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제시한 2030년 착공은 경마장 부지에 들어설 주택의 착공 목표다. 즉, 그 전에 경마장이 완전히 빠져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문제는 공공기관은 입찰을 통해 설계사를 선정해야 하는데 실시 설계까지만 통상 2년 가까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경마장은 일반 건물과 달리 전문 건설사가 많지 않아 설계와 시공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변수다.
부지 선정, 실시 설계, 착공 등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고려하면 과천경마공원은 2030년 새 부지에서 영업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올해 개장을 앞두고 있는 영천경마공원(렛츠런파크 영천)은 준공까지 약 17년이 걸렸다. 앞서 2009년 후보지 선정 이후 2014년 완공 목표를 설정했지만 세제 감면 문제, 주민 합의 과정 등 이유로 지연됐다.
과천 서울경마장에서 경주마들이 질주를 하고 있다. ⓒ뉴시
이전 공백기, 말산업 생태계 붕괴 우려
이전에 따른 공백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말산업 생태계 붕괴도 현실화 될 가능성이 크다.
경마는 말을 소유한 마주(馬主)가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 구조다. 마주들은 대부분 수도권에 거주하는데, 경마공원이 외곽으로 이전할 경우 접근성이 떨어져 말을 구매하지 않으려 할 가능성이 높다.
마주가 줄면 말 생산자도 타격을 입고 결국 말산업 전체 생태계가 흔들린다.
망아지가 경주마로 활동할 수 있을 때까지는 통상 3년이 걸린다. 새 경마공원이 완공되지 않으면 이 경주마들은 뛸 공간 자체가 사라진다. 경주마로 훈련된 말은 승용마로도 전환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전 공백기 동안 우수 경주마 생산은 중단되고 말산업 생태계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
이찬웅 전국경마장마필관리사노동조합 위원장은 “영천경마장은 부지 선정 후 준공까지 17년이 걸렸는데 과천경마장을 5년 만에 옮기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고 지적했다.
마사회의 한 관계자는 “경마장은 배팅만 하는 장소가 아니다. 말 관리를 위한 공간과 그에 따른 고용 인원 등 한 시설을 지을 때 고려해야 할 사안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마주들은 대부분 서울에 거주 중이다. 만약 과천경마장이 경기 북부로 이전한다고 하면, 거리가 멀어지는데 말을 사서 마주를 할 지 의문이다”며 현 이전 계획은 경마공원에 대한 시설 이해도, 관련 노동자들, 마주 상황 등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과천 경마장 밀어버리고 신규 경마장 신설하기까지 최소 몇 년, 사실 10년까지도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는데 그 사이에 말산업은 못 버틸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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