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란 파산…‘머트발’ 삼각 구도 한 축 붕괴
전문 플랫폼 흔들리자 대형 이커머스 공세 강화
G마켓·쿠팡·네이버 명품 버티컬 경쟁 가속
발란 로고. ⓒ발란
국내 1세대 온라인 명품 플랫폼으로 꼽히던 발란이 결국 파산 절차에 들어가면서 명품 커머스 시장의 판도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코로나19 기간 급성장했던 이른바 ‘머트발(머스트잇·트렌비·발란)’ 가운데 한 축이 무너지면서 대형 이커머스 업체들이 빈자리를 노리는 움직임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발란은 지난달 24일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았다. 입점 판매자 정산 지연 사태 이후 지난해 3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지만, 추가 자금 확보에 실패하며 결국 시장에서 퇴출됐다.
2015년 설립된 발란은 코로나19 시기에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오프라인 소비가 위축되면서 명품 소비의 축도 온라인으로 넘어간 것이 주요 성장 요인이었다. 그러나 엔데믹 이후 해외여행이 재개되고 오프라인 소비가 활성화 되면서 발란의 성장세는 꺾였고 이는 발란 경영 악화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다른 1세대 명품 플랫폼들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머스트잇은 2021년 이후 매년 100억원 안팎의 적자를 이어왔으며, 2024년에도 약 7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트렌비 역시 2024년 31억원의 적자를 내며 5년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이처럼 전문 플랫폼들의 성장세가 둔화됨에 따라 대형 이커머스 업체들은 명품 카테고리를 강화하며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G마켓은 해외 직구 명품 전문 플랫폼 ‘MXN 커머스 이태리(MXN)’를 입점시키며 명품 직구 카테고리 강화에 나섰다.
MXN은 약 20만개에 달하는 명품 데이터베이스(DB)를 보유한 플랫폼으로, 해외 배송과 통관 절차까지 일괄 지원해 직구 경험이 없는 고객도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G마켓은 이번 입점을 통해 전통 명품 브랜드부터 최근 인기 있는 신흥 브랜드, 신발·가방 등 다양한 상품을 비교해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G마켓은 그동안 명품 직구 카테고리 확대에 공을 들여왔다.
지난해 4월과 5월에는 중고 명품 플랫폼 ‘구구스’와 해외 직구 명품 부티크 ‘어도어럭스’를 차례로 입점시켰으며, 구하다·와이드샵·인조이런던 등 다양한 명품 셀러도 유치했다.
또 해외 직구 명품 상품을 대상으로 무료 감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신뢰도 강화에도 나섰다.
타 이커머스 기업들도 명품 시장을 핵심 성장 영역으로 보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쿠팡은 2024년 10월 미국 명품 플랫폼 파페치를 인수한 이후 명품 버티컬 서비스 ‘알럭스(R.LUX)’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도 김범석 쿠팡 Inc. 의장은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파페치 등의 성장사업 부문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김 의장은 파페치에 대해 "인수 후 처음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성장했고 전반적인 재무제표 역시 긍정적"이라며 "방대한 상품 구성과 프리미엄급 배송, 반품 서비스를 결합해 전 세계 럭셔리 고객에 새로운 가치 제공하는 기회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 역시 지난해 10월 글로벌 명품 브랜드 판매관 ‘하이엔드’ 서비스를 선보였으며, 무신사는 2021년부터 럭셔리 편집숍 ‘무신사 부티크’를 운영하며 명품 의류와 가방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이 밖에도 롯데온 ‘온앤더럭셔리’, SSG닷컴 ‘SSG럭셔리’, 11번가 ‘우아럭스’ 등 주요 이커머스 기업들이 자체 명품 버티컬 서비스를 운영하며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대형 이커머스 기업들의 명품 시장 등판은 신뢰도 높은 구매 채널을 찾으려는 소비자 수요와도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 명품 플랫폼들의 정산 지연이나 경영 불안 문제가 지속적으로 불거지면서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신뢰도가 높은 대형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명품과 같은 고가 상품일수록 정품 여부와 환불·배송 등 거래 안정성이 중요한 만큼 브랜드 신뢰도와 고객 대응 체계가 갖춰진 플랫폼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사이 전문 플랫폼들이 구조조정을 겪으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어디서 사느냐’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고가 상품일수록 안전한 대형 플랫폼을 통해 구매하려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대형 플랫폼들이 이러한 수요를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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