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브라더 아닌 ‘빅 마더’로…“대중성은 잡고, 동시대적 진실 묻는다”[D:현장]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6.03.12 15:49  수정 2026.03.12 15:50

서울시극단 이준우 단장 취임 후 첫 작품

3월 30일부터 4월 2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우리가 보고 싶고,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들이 계속 쏟아지는 이 환경 속에서 과연 무엇이 더 중요한 것인가, 진실이 힘을 가질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담고 있습니다.”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시극단의 연극 ‘빅 마더’ 기자간담회에서 이준우 신임 단장(연출)은 작품이 던지는 핵심 메시지를 이같이 밝혔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빅 마더’는 이 단장 부임 이후 처음 선보이는 작품이다. 이 단장은 이 작품을 첫 작품으로 선택한 이유로 대중성과 동시대성을 꼽았다. 그는 “빅데이터 시대에 정보가 어떻게 조작되고 권력화될 수 있는 지를 말해주는 작품”이라며 “우리도 모르게 편안하고 익숙하게 알고리즘을 따라가는 환경을 한 번쯤 되돌아볼 만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극작가 멜로디 무레의 화제작을 원작으로 한 연극 ‘빅 마더’는 정치·미디어·빅데이터가 결탁한 현대 사회의 구조를 스릴러 형식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거대 권력의 음모를 폭로하려는 뉴욕 탐사보도 기자들의 사투를 중심으로, 여론 조작이 일상화 된 사회에서 진실이 어떻게 작동하는 지를 추적한다. 극은 데이터 독재와 자본 논리, 개인사 속에서 길을 잃었던 4명의 기자가 시련을 겪은 후 본연의 임무로 회귀하는 서사를 메인으로 다룬다.


제목 ‘빅 마더’에 대해서는 “과거 강력한 독재자의 감시 체제를 뜻하던 ‘빅 브라더’와 달리, 편안함과 포근함으로 정보를 이용해 우리의 생각을 조작하는 현대의 정보 권력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유머러스하고 풍자적인 요소를 갖춰 관객에게 어렵지 않게 다가간다.


프랑스 원작과의 가장 큰 차별점은 무대 스케일과 미디어의 적극적인 활용이다. 소극장에서 6명의 배우가 연기했던 원작과 달리, 서울시극단은 규모를 키워 8명의 배우가 다채로운 인물 군상을 그려낸다. 영상 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LED 스크린을 무대에 도입한 것도 다르다.


이 단장은 “프로젝션을 단순한 설명용으로 쓰지 않고, 무대 위 스크린으로 나오는 영상과 그 영상이 현장에서 만들어지는 과정을 관객이 동시에 볼 수 있게 연출했다”고 강조했다. 또 약 58개에 달하는 짧은 장면들이 빠른 호흡으로 이어지는 구성과 관련해 “관객들이 마치 넷플릭스 드라마를 볼 때의 감각처럼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들을 따라갈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라며 관객의 몰입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고 밝혔다.


베테랑 저널리스트이자 뉴욕 탐사의 편집장 오웬 역에 조한철과 유성주가 더블 캐스팅됐다. 사건의 실체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젊은 기자 쿡 역은 이강욱과 김세환이, 사건의 흐름 속에서 감정의 균형을 잡는 줄리아 역은 신윤지가, 기후 위기 전문 기자 블랙웰 역은 최나라가 연기한다. 이 밖에도 서울시극단 단원 김신기, 배우 김은희, 최호영, 조수연 등이 함께 한다.


오웬 역을 맡은 배우 유성주는 극중 내레이터의 대사인 “기자는 죽여도 이야기는 남는다”를 언급하며 “이 작품을 끝까지 끌고 갈 수 있는 힘은 결국 이 대사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고 작품의 묵직한 에너지를 전했다.


극중 등장하는 기자들이 자칫 미디어에서 흔히 그리는 전형적인 클리셰처럼 보일 수 있지만, 배우들은 그 이면에 담긴 인간적인 매력을 강조했다. 조한철은 “인물의 감정선이 좌충우돌하고 ‘얘가 갑자기 왜 이러지’ 싶다가도 결국 ‘사람이 또 그렇지’ 하며 이해가 되는 지점들이 있다”며 “오히려 이해가 되는 기자처럼 보일 것”이라고 단순한 고발극을 넘어선 인간 중심의 드라마임을 예고했다.


무대 연출에 있어서도 과감한 ‘비움’을 택했다. 조한철은 “대도구, 소도구의 도움 없이 무대를 시원하게 비워놓고 해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라면서도 “오히려 그 빈 공간 덕분에 배우들의 연기가 더 잘 보일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처럼 쉽지 않은 초연 작업임에도 배우와 창작진은 “서로 똘똘 뭉쳐 밤 10시가 넘어서까지 한 팀처럼 즐겁게 연습하고 있다”며 끈끈한 팀워크를 자랑했다.


젊은 신임 단장의 합류로 서울시극단의 향후 행보에도 기대가 모인다.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한국 연극은 대학로를 중심으로 한 연극인들의 강한 생명력이 지키고 있다”며 “거기에 세종문화회관과 서울시극단도 핵심적인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면서 “뮤지컬단, 오페라단 등도 있지만 극단을 중심으로 연극이 중심이 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서울시극단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 역할을 해줄 파트너, 적임자로 이준우 연출을 생각했다”고 이 단장 체제에 힘을 실었다.


배우 최나라 역시 “단장님이 새로 오시고 감각이 달라지는 것을 느낀다”며 “기존 관객층을 넘어 더 확대되고 다양한 관객분들이 극단을 찾아주실 수 있겠다는 긍정적 기대로 즐겁게 작업하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 단장은 서울시극단이라는 공공기관의 특성, 광화문이라는 공간적 특성을 언급했다. 그는 “공연을 올리기에 급급한 순간들도 있었고 정작 하고 싶은 작업을 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작업자로서 스스로 지치고 고민이 많던 시기에 서울시극단을 맡게 됐다”며 “제가 하고 싶은 작업을 시간을 갖고 개발을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공공기관에서의 작업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고, 공간적으론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하는 곳인 만큼 서울시극단만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작업들을 해보고 싶다”고 공공 극단으로서의 포부를 밝혔다.


나아가 “연출 작업뿐만 아니라 좋은 창작진을 꾸려서 프로듀싱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며 “좋은 창작자와 좋은 작품을 매칭하거나 개발하는 역할에도 집중할 계획”이라고도 덧붙였다.


서울시극단의 연극 ‘빅 마더’는 3월 30일부터 4월 2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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