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배우 아니면 안 봐”…뮤지컬 시장, 성장 이면의 씁쓸한 양극화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6.03.17 09:02  수정 2026.03.17 09:03

덩치 키운 공연계, 실제 수익성은 사실상 '감소'

상위 10개 작품 전체 매출의 35.7%...전년 대비 4.7%p 증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을 바탕으로 발표한 ‘2025 공연시장 티켓판매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뮤지컬 시장의 총 티켓 판매액은 498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약 336억원의 티켓판매액 증가폭을 보였다. 지표상으로는 뚜렷한 호황이다.


ⓒAI 이미지

하지만 공연 1회당 평균 티켓 판매액은 6.5% 줄었고, 티켓 1매당 평균 판매액도 1.6% 감소했다. 무대에 올린 전체 공연 횟수와 예매 수를 늘려 산업의 덩치만 키웠을 뿐, 공연의 수익성은 사실상 감소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보고서에서 역시 “양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질적 성장은 이루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시장의 불균형은 상위권 쏠림 현상에서 가장 먼저 확인된다. 상위 10개 작품의 티켓판매액은 약 1783억원으로 전년보다 약 342억원 증가하면서, 이들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5.7%로 전년보다 4.7%p 증가했다. 막대한 자본을 투입한 극소수의 대형 라이선스나 유명 연출작이 관객의 선택을 독식하는 셈이다.


반면 중소형 창작 뮤지컬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대작은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며 장기 공연을 이어가지만, 새로운 시도를 담은 창작물은 손익분기점조차 넘기지 못하고 도태되는 극단적인 양극화가 굳어지는 실정이다.


이러한 편중 현상의 근저에는 특정 스타 배우에 대한 기형적인 의존도가 자리 잡고 있다. 현장에서는 캐스트별 티켓 판매량 편차가 산업의 존립을 위협할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작품의 서사나 완성도보다 ‘어떤 배우가 출연하는가’가 흥행을 결정짓는 절대적 기준이 됐다.


심지어는 한 작품 안에서도 캐스트별 판매량 편차가 커 부익부 빈익빈 구조가 심화하고 있다. 즉 같은 작품, 같은 배역이라도 대중적 인지도를 갖춘 유명 배우와 그렇지 않은 배우의 회차 예매율은 극명하게 갈린다는 것이다.


최근 무대에 오른 한 대형 작품의 사례가 이러한 시장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 작품에는 같은 주연 배역에 두 명의 배우를 번갈아 기용하는 더블 캐스팅 시스템을 채택했다. 그런데 대중적 인지도를 확고히 다진 배우 A의 출연 회차는 티켓 오픈과 동시에 막대한 예매 수를 기록한 반면, 상대적으로 대중적 인지도가 낮은 배우 B의 회차는 판매 부진을 겪었다. 두 배우의 티켓 예매 수와 판매액은 애초에 비교가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급기야 B가 출연하는 공연 당일에는 팔리지 않은 티켓이 뮤지컬 마니아 관객 사이에서 헐값에 거래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동일한 무대, 동일한 연출의 작품임에도 오직 배우의 이름값 차이 만으로 공연의 상업적 가치가 극단적으로 추락한 것이다. 작품성만으로는 관객을 설득할 수 없는 시장 구조의 단면이다.


한 공연 관계자는 “현재의 비정상적인, 기형적 구조는 근본적으로 공연 시장의 성장과 관객의 경제적 부담 등에 있어서 결단코 올바른 방향이 아님을 알고 있음에도 당장 제작사도, 관객도 눈앞의 손해를 감수하고 싶지 않은 심리 탓에 쉽게 벗어내기 힘든 상황”이라며 “5000억원 돌파를 눈앞에 둔 국내 뮤지컬 산업이 외형적 팽창에 안주해 내부의 모순을 방치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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