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대비 최대 40% 거리 단축에도
‘정시성’ 문제 등으로 화주들 불신
기후 상황·사고 시 대처 등 한계
‘북극항로’ 특화한 선박 필요
북극항로 이미지. ⓒ 자료: 외신종합
북극항로는 운항 거리만 놓고 봤을 때 다른 항로 대비 적게는 3분의 1, 많게는 절반 가까이 단축된다. 선사에게 운항 거리 단축은 곧 비용 절감이다. 줄어든 비용은 운임 인하로 이어지고, 이는 화주에게도 이익이 된다.
다만, 단순히 거리가 줄었다는 사실로 북극항로가 해운 선사와 화주에게 무조건 이익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할 순 없다. 특히 화주들은 단순한 거리 단축보다 공급망 안정성이나 낮은 정치·경제적 리스크(부담)를 더 중요하게 판단한다.
현재 화주들이 북극항로에 신뢰를 보내기 주저하는 이유도 여러 불안정한 요소들 때문이다.
화주들이 북극항로를 전적으로 신뢰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기상이다. 북극 해역은 기상 변동성이 매우 크다. 해빙 재결빙, 강풍, 높은 파고 등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들이 많다. 2050년이면 빙하가 모두 녹는다고는 하나, 오히려 이 때문에 극한 기후 상황이 더 잦아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해빙이 거의 없거나 아주 적어서 일반 선박이 쇄빙선의 도움 없이 자유롭게 항해할 수 있는 수역을 ‘오픈 워터(open water)’라 말한다. 북극항로는 오픈 워터에서 올라오는 열과 수증기가 국지적인 저기압을 형성할 수 있다. 이는 갑작스러운 강풍을 유발하거나, 파도가 높아지면서 선체에 바닷물이 튀어 얼어붙는 ‘착빙’ 현상을 심화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얼음이 사라진 오픈 워터가 넓어지면 바람이 파도를 키울 물리적 공간도 커지게 된다. 이는 풍속이 증가하고, 극한 파고가 늘어나면서 선박 안정성을 위협한다.
기상 악화로 선박 운항이 늦어지면 대체 항로 확보나 긴급 대응도 쉽지 않다. 특히 자동차, 반도체, 신선식품 등 정시 운송이 중요한 화물의 경우 공급망 차질이 곧 생산 중단이나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북극항로는 여전히 고위험 항로로 분류되는 만큼 선박보험과 화물보험 비용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도 감점 요인이다. 사고가 발생하면 구조 비용과 환경오염 피해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은 보험료를 끌어올린다.
이에 따라 일부 화주들은 운항 거리 단축에 따른 운임 절감 효과가 보험료 증가로 상쇄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북극 이미지. ⓒ클립아트코리아
구조·항만 인프라 부족도 부담
북극 해역에는 긴급 기항지나 선박 수리시설, 예인선, 구조헬기 등 해상 안전 시설이 충분하지 않다. 통신망과 항로 관제 시스템 역시 제한적인 수준이다. 사고 시 대응이 늦고, 이는 화물 지연과 추가 비용 발생으로 이어진다.
당분간 북극항로는 여름철에만 안정적인 운항이 가능한 점도 중요하다. 겨울철에는 쇄빙선 지원 없이 운항이 어렵다. 이는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북극항로가 항시 열리더라도 연중 일정한 물류 계획을 수립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해상 공급망은 정시성, 안정성이 매우 중요하다. 만약 북극항로가 기후에 따라 개방과 폐쇄를 반복하면 수에즈, 호르무즈 등 중동 노선과 다를 바 없다.
북극항로 상당 구간이 러시아 영해를 지나거나, 그 영향권 아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정치·외교적인 부담이 상존한다.
지난달 부산항만공사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등이 주최한 제2회 친환경 북극항로 포럼에서 성경제 LX핀토스 해운마케팅 팀장은 “북극항로는 중장기적으로 전략적 가치를 지닌 항로이지만 여전히 주력항로로는 한계가 있다”며 “수에즈, 희망봉, 파나마 등 기존 노선 대비 운임 및 운송시간 경쟁력이 입증된다면 공급망 다변화 차원에서 전략적 대안으로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7월 한국해양진흥공사가 국회에서 개최한 ‘북극항로 개척방안 및 선결과제 점검 토론회’에서 당시 이상철 HMM 컨테이너선대기획팀장은 “수에즈 운하 대비 운항 거리 개선은 가능하나, 대형선 통항 불가로 규모의 경제 실현이 불가능하다”며 “내빙 설계 신조선가의 프리미엄이 150% 이상 될 것으로 추정되며, 중유(HFO) 사용 금지에 따른 연료비 상승 등으로 막대한 추가 비용에 대한 지원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엔진 소리·얼음 깨는 소리…포유류 생태 교란 우려 [줌인 북극항로⑤]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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