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리스크, 포장재로 번졌다…외식업계, 원가 압박에 ‘속앓이’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6.03.26 07:00  수정 2026.03.26 09:22

포장재·물류·환율 겹악재…외식업 ‘4중 비용 구조’

저가 메뉴 직격탄…포장비 비중 높아 수익성 훼손

가격 인상도 막혀…정부 압박 속 대응 여지 축소

정부, 구조적 접근 필요…“시장 전반 고려해야”

서울 여의도에서 시민들이 도시락을 들고 이동하고 있다.ⓒ뉴시스

국제 유가 불안이 외식업 원가 전반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이란 갈등으로 촉발된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비용 부담이 식자재를 넘어 포장·배달 영역으로까지 번지는 흐름이다. 누적된 비용 상승이 지속될 경우 외식 물가 전반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갈등으로 중동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나프타(납사) 등 석유화학 원료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식품 포장재와 비닐 등 플라스틱 제품의 가격 상승 압박이 커지며 수급 불안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 같은 흐름은 원유에서 출발한 가격 상승이 석유화학 원료 전반으로 확산되는 구조적 영향으로 풀이된다. 나프타는 플라스틱 원료의 출발점으로, 중동 긴장 고조에 따른 공급·운송 불안이 가격 변동성을 키우며 포장재 원가 상승 압박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결국 원유발 충격이 포장재 전반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배달용기와 뚜껑 등 포장재 단가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비닐봉투와 일회용 수저·포크, 종이컵 등 전반적인 소모성 자재 가격에도 상승 압력이 가해지는 모습이다.


가장 큰 문제는 외식업계다. 배달·테이크아웃 비중이 높은 구조상 포장재는 단순 부자재가 아닌 핵심 원가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문 건당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특성상 단가가 소폭만 올라도 누적 부담이 커지고, 이는 곧 수익성 악화로 직결된다.


실제로 가격 상승은 이미 현실화 되고 있다. 포장재 유통업체 ‘포장119’는 지난 17일 공지를 통해 “비닐 및 플라스틱 용기 원자재 수입가격 상승과 국내 공급 불안정으로 인해 기존 재고가 소진되는 품목부터 순차적으로 가격을 인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외식업계는 이미 식재료·인건비·배달 수수료 부담이 누적된 상황에서 포장재 변수까지 겹치며 수익성 압박이 한층 커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배달·테이크아웃 중심으로 재편된 시장 구조상 포장재 비용은 단순 부자재가 아니라 핵심 원가 요소로 자리 잡은 만큼 영향이 더 크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배달 주문이 늘어나면서 포장재 비용이 사실상 고정비처럼 작용하고 있다”며 “단가가 조금만 올라도 누적 부담이 커져 수익성이 빠르게 악화되는 구조인데, 메뉴 가격을 올리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장기화 될까 고민이 크다”고 설명했다.


광주 동구 한 삼계탕 전문점에서 삼계탕이 배달 용기에 포장되고 있다.ⓒ뉴시스

이런 상황에서 물류비와 환율 변수까지 더해지며 비용 부담이 복합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해상 운임·보험료 상승은 수입 단가를 끌어올리고, 원·달러 환율 변동은 원가 불확실성을 키워 가격 조정 부담을 높이며 기업과 자영업자들을 압박하고 있다.


쉽게 말해 이미 외식업계는 다중 비용 압박에 직면해 있는 셈이다. 환율 상승과 원재료 가격 변동으로 식자재 부담이 커진 데다, 배달 플랫폼 수수료와 인건비 상승까지 겹치며 수익성은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여기에 포장재 가격까지 올라 사실상 ‘4중 비용 구조’가 형성됐다.


특히 저가 메뉴를 중심으로 하는 분식·치킨·카페 업종의 경우 음식 원가보다 포장비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원가 상승 충격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동일한 포장 구성이 반복되는 구조라 단가가 소폭만 올라도 수익성이 빠르게 훼손될 수 밖에 없다.


설상가상, 가격 인상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가 물가 안정을 이유로 가격 모니터링과 인상 억제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데다, 소비 위축 국면이 이어지면서 가격을 올리기 어려운 환경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결국 업계의 선택지는 가격 인상 또는 비용 흡수로 좁혀진다. 기업이 떠안기엔 가격 인상은 부담이 크고, 비용을 떠안으면 수익성이 무너진다. 때문에 이 과정에서 용량 축소나 포장재 품질 조정, 배달 가격과 매장 가격을 분리하는 이중 가격 구조가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정부 물가 정책의 사각지대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현재 물가 관리 정책은 식품 가격이나 주요 생필품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포장재나 물류비와 같은 간접 비용은 관리 대상에서 상대적으로 비켜나 있다.


다만 정부는 지난 24일 뒤늦은 대응에 나섰다. 중동 사태 장기화로 나프타(납사) 수급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소부장 수급대응 지원센터를 통해 나프타 생산과 도입을 보고 받고 기업의 매점매석 금지, 수출 제한 조치를 이번 주 안으로 본격화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나프타 수급 대응에 나선 것은 필요하지만, 보이는 가격만 눌러서는 체감 물가를 잡기 어렵다”며 “포장재나 물류비처럼 가격에 반영되는 원가 전반을 함께 들여다보는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원가 압박은 계속 누적되는데 가격만 통제하면 결국 기업은 다른 방식으로 대응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며 “단기적인 억제보다 비용 구조 전반을 고려한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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