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 수사·재판 진행 후 필리핀으로 반환
필리핀서 형기 채우고 한국에서 재차 수감
정부 "공범·범죄수익 추적해 엄정히 단죄"
법조계 "마약 '총책' 징역 20년 이상 예상"
일명 마약왕 박왕열(48)이 2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송환되고 있다. ⓒ연합뉴스
필리핀에 수감 중이던 일명 마약왕 박왕열(48·닉네임 전세계)이 국내로 송환되며 사법 절차에 이목이 향한다. 정부가 강력한 사법정의 실현 의지를 내비친 가운데 중형이 내려질지도 주목된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왕열은 이날 오전 한국과 필리핀 간 '범죄인 인도 조약'에 근거한 '임시 인도' 방식으로 국내에 송환됐다. 2016년 '사탕수수밭 살인사건' 이후 9년 만에 이뤄진 범죄인 인도다.
박왕열은 2016년 필리핀에서 한국인 3명을 살해한 핵심 인물이다. 박왕열은 국내에서 150억원대 유사수신 범행을 벌이다 필리핀으로 도주해온 한국인 3명을 지인과 공모해 필리핀 바콜로시 한 사탕수수밭에서 총으로 쏴 살해했다.
박왕열은 범행 이후 이들로부터 받았던 카지노 투자금 7억2000만원(3000만 필리핀 페소)을 빼돌리기도 했다. 박왕열은 피해자와 카지노 투자 사업 문제로 갈등이 생기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박왕열은 현지에서 살인죄로 수감된 이후 두 차례 탈옥을 벌였다. 결국 필리핀 법원은 지난 2022년 4월 박왕열에게 단기 징역 52년, 장기 징역 60년을 선고했다.
박왕열은 현지 교도소에서 마약유통 업자로 탈바꿈해 호화로운 생활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왕열은 텔레그램에서 '전세계'라는 활동명으로 국내 마약 유통 조직에 물량을 공급하고 판매를 지시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간 정부는 박왕열을 국내로 송환하기 위해 노력했고,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필리핀 국빈 방문 중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직접 범죄인 임시 인도를 요청해 이번 송환이 성사됐다.
법무부와 경찰청 등으로 구성된 '초국가범죄 특별대응 태스크포스(TF)'는 박왕열을 상대로 마약 밀수입과 유통 혐의 등을 조사해 사법처리할 계획이다. 정부는 공범과 범죄수익을 끝까지 추적해 엄정히 단죄 하겠단 방침이다.
통상 범죄인이 외국에서 복역 중이라면, 그 나라에서 형기가 모두 끝나야 국내로 송환할 수 있다. 박왕열의 경우 60년을 선고 받아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늦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임시 인도'는 범죄자를 국내로 데려와 수사와 재판을 먼저 진행하고 결과가 나오면 복역 중이던 국가로 돌려보내는 제도다. 범행 증거와 공소시효 만료를 방지하고 형사 절차를 앞당기는 데 목적이 있다.
국내 수사기관은 범죄자가 송환되면 일반 형사절차에 따라 신병 인수 후 체포와 구속 필요성을 검토하고 권리고지, 조사, 석방·구속 여부 등을 판단해 절차를 진행한다. 특정성 원칙에 따라 인도 허용 범죄 범위를 넘어 다른 범죄로 구금, 기소, 재판할 수 없다. 예외적으로 상대국 동의 등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확대가 가능하다.
25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시 경기북부경찰청에서 일명 '마약왕'으로 불리던 박왕열이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박왕열은 경기북부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에서 수사를 받게 된다. 체포 영장을 발부받은 경찰은 이날 조사를 마치고 의정부경찰서 유치장에 박왕열을 수감한 뒤 오는 26일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범죄인 인도 조약에 따라 박왕열은 마약 관련 국내 수사와 재판이 종료된 후에는 필리핀으로 돌아가 잔여 형을 복역해야 한다. 이후에는 국내로 돌아와 한국 법원이 선고한 형량을 또 살아야 한다.
법조계는 수사기관이 박왕열의 마약 밀수입과 유통 혐의에 대한 수사에 집중할 것으로 봤다. 만일 혐의가 인정될 경우 마약 유통 물량을 고려해 법원이 형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박왕열이 국내 마약 유통의 '총책' 역할을 한 점을 고려할 때, 마약 관련 혐의만으로도 20년 이상의 중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높다고도 내다봤다.
신병재 변호사(법무법인 대륙아주)는 "국내에선 인도 청구서에 명시된 마약 관련 혐의에 대해서만 우선적인 사법 처리가 가능하다"며 "국내법을 기준으로 수사 및 재판이 이뤄지며 혐의가 명확한 부분을 기준으로 먼저 기소가 되고 구속기간 등을 고려해 계속 추가 수사 및 재판에 사건 병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박왕렬이 예전 IDS홀딩스 다단계사건의 모집책이었다가 도망간 것으로 보여, 이 부분도 추가 수사 가능할 것"이라며 "최근 범죄인 인도 청구 부분 아닌 부분 추가 기소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해외에서 복역 중이던 사람을 임시로 데려온 경우, 국내법상으론 목적 달성 후 다시 송환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존재하므로, 원칙적으로는 해외 형의 집행은 '해외 기준으로 계속 진행될 여지'가 있고 국내는 반환을 전제로 절차를 진행하는 형태로 이해하면 된다"며 "상대국 동의 등으로 임시 인도가 최종 인도로 전환되면, 더 이상 반환이 예정된 임시 체류가 아니라 국내에서 계속 신병을 확보해 별건 기소·심리 등도 가능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법원은 형법 제7조의 취지를 '국외·국내에서의 실질적 이중처벌로 인한 불이익 완화'로 설명하면서, 외국 법원의 유죄판결에 의해 형이 실제 집행된 경우 그 집행된 형을 국내에서 선고하는 형에 산입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판시하고 있다"며 "임시 인도된 사람이 국내에서 재판받는 공소사실이 해외에서 이미 유죄·집행까지 된 '동일 행위'라면, 해외에서 실제 집행된 기간이 국내 형에 산입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