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500원 돌파…중동 전쟁 장기화에 고환율 고착화
미국의 지상군 투입시 '환율 1550원' 가능성까지 거론
달러 결제로 단기 수혜 '착시'…원가·물류비 상승 압박
삼성·LG전자, 가전·TV 적자 속 수익성 방어 전략 고심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와 환율이 표시돼 있다.ⓒ연합뉴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촉발된 중동 전쟁이 한 달 넘게 이어지며 고환율 고착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 선을 돌파하면서 국내 전자업계는 장기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달러로 주요 거래를 진행하는 전자업계 특성상 단기적으로는 환율 상승의 수혜를 기대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제조 원가와 물류비 상승 압박이 겹치며 수익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전자업계는 환율 상승에 따른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 원·달러 환율은 1515.2원으로 시작했다. 한 달 째 이어지고 있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중동 전쟁 여파가 반영된 결과다.
표면적으로 고환율은 수출 기업에 유리하다. 제품 대금을 달러로 받기 때문에 환율 상승 시 실적이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난다. 그러나 이는 단기적인 착시 현상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 원재료 조달부터 부품 구매, 물류비까지 상당 부분이 달러로 결제되는 구조인 만큼, 환율 상승은 곧바로 제조 원가와 운송비 상승으로 이어진다.
현장에서는 이미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백선필 LG전자 디스플레이 CX담당(상무)은 지난 25일 서울 양평동 그라운드220에서 진행된 LG전자 2026년형 TV 신제품 발표회에서 "미국과 이란 간 긴장으로 환율과 물류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 변수로 운송비 상승 압박이 있다"고 말했다.
가전 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연일 1500원대를 유지하며 고환율이 지속된다면 물가 상승을초래하고 소비심리를 위축시키게 된다"며 "소비-투자-생산이 반복되는 업계 전반에 큰 악순환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환율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제품을 팔면 팔수록 오히려 이익이 줄어드는 구간이 생긴다는 뜻이다.
주요 전자기업들은 원재료 매입 비용 증가 등 환율 상승 이전부터 부담이 가중된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가전 등을 담당하는 DX(디바이스경험) 부문은 지난해 원재료 매입액이 74조5693억원으로, 전년보다 약 7조원 늘었다. LG전자 역시 같은 기간 원재료 매입액이 약 1조원 증가하며 비용 압박이 확대됐다.
문제는 환율 상승이 일시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미국의 이란 내 지상군 투입이 거론되고 있어서다. 중동 지역을 관할하는 미 중부사령부는 지난 28일(현지시간) 강습상륙함 트리폴리함에 탑승한 병력이 작전 구역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추가 파병까지 검토되며 최대 1만7000명 규모의 지상군 투입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란 역시 강경 대응을 예고하며 긴장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번 주 미국의 지상군 투입이 현실화할 경우 환율이 1550원 선을 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환율과 원자재 가격 급등, 물류비 부담 확대 등 기업이 우려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미국과 이란이 여전히 강하게 대치하고 있어서 결국 기업들이 체감하는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도버 공군기지에서 이란 전쟁에서 숨진 미군 장병 6명에 대한 봉환식에 참석해 경례를 하고 있다.ⓒ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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