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내세운 긴급 추경…들여다보니 ‘선심성’ 가득 [벚꽃추경]

박진석 기자 (realstone@dailian.co.kr)

입력 2026.03.31 12:38  수정 2026.03.31 12:38

청년·문화·지방재정까지 한 바구니

고유가 대응 추경 범위 어디까지

기획예산처. ⓒ데일리안DB

정부가 31일 국회에 제출하는 26조2000억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은 중동전쟁발 고유가와 공급망 충격 대응을 전면에 내세웠다. 석유 최고가격제와 나프타 수급 대응, 수출기업 지원 등 직접 대응 사업이 담겼다.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이번 추경에는 청년 창업과 문화 할인, 지방재정 보강, 에너지 전환 사업까지 함께 편성됐다. 긴급 대응 추경이라기보다 각종 지원 사업을 한꺼번에 담아낸 예산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추경안은 고유가 부담 완화 10조1000억원, 민생 안정 2조8000억원, 산업 피해 최소화 및 공급망 안정 2조6000억원, 지방재정 보강 등 9조7000억원, 국채 상환 1조원으로 짜였다. 전쟁 충격 대응을 앞세운 추경인데도 지방재정 보강 규모가 민생 안정과 산업 피해 대응 예산을 각각 크게 웃돈다.


직접 대응 예산도 적지 않다. 석유 최고가격제와 대중교통 환급 지원 등 전국민 유류비·교통비 경감에 5조1000억원이 반영됐다. 소득 하위 70% 대상 고유가 피해지원금은 4조8000억원이다. 수출바우처 확대와 정책금융 7조1000억원 공급, 나프타 수입비용 지원, 석유 비축 물량 확대도 포함됐다.


논란은 추경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점에 있다. 민생 안정 항목 가운데 청년 창업·일자리 지원만 1조9000억원이다.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와 과학중심 창업도시 조성, 재창업자 전용 자금, 원스톱센터 구축 등이 담겼다.


단계별 청년일자리 지원에도 9000억원이 반영됐다. 고유가와 공급망 충격에 대한 긴급 처방이라기보다 평소 본예산에 담길 법한 청년 정책과 창업 지원 사업까지 이번 추경에 실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화·관광 지원도 선심성 논란이 붙는 대목이다. 정부는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 외에 영화·공연·숙박·휴가 할인에 586억원을 편성했다. 문화산업 육성에는 2000억원이 반영됐다.


청년 콘텐츠 창업 모태펀드 출자와 문화예술 사업자 저금리 대출, 영화 제작 지원 확대, 예술인 생활안정자금 확대 등이 포함됐다. 전쟁 충격 대응을 위한 긴급 추경에 소비 할인과 문화산업 지원까지 묶은 것이 적절하냐는 시선이 나오는 이유다.


에너지 전환과 산업·제조 공정 AX 사업도 같은 선상에 놓여 있다. 정부는 에너지·신산업 전환에 8000억원을 배정했다.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지원 확대와 햇빛소득마을 확산, 신규 아파트 베란다 태양광 보급, AI 분산형 전력망 조성 확대, 전기화물차 추가 보급 등이 담겼다.


중동발 에너지 위기를 계기로 필요성을 설명할 수는 있어도 단기 충격 완화라는 추경의 출발점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고유가 피해지원금 설계도 논란거리다. 정부는 소득 하위 70% 3256만명에게 1인당 10만원에서 60만원을 차등 지급하기로 했다.


지원 대상을 넓게 잡으면서 사실상 준보편 지원에 가까운 틀을 짰다는 해석이 나온다. 충격이 큰 취약계층에 집중하기보다 수혜 대상을 광범위하게 넓힌 것이어서 선심성이라는 비판이 붙는 배경이 되고 있다.


박홍근 기획처 장관은 “청년 일자리나 문화산업이 경기 전체가 침체될 수 있는 위기 앞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하자는 취지로 추경을 편성한 것”이라며 “이런 외부적인 충격으로부터 경기의 회복 흐름이 역행될 수 있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그런 한 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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