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가뜩이나 부족한데…” 실습생 하선에 해기사 부족 심화 우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6.03.31 15:12  수정 2026.03.31 15:12

중동 전쟁에 해기사 실습생 귀국길 올라

일반 선원도 장기 정박 힘들어 하선

호르무즈·홍해 위험 상시화 가능성에

‘귀한 몸’ 해기사, 수급 더 어려워질라

지난 11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태국 국적 화물선 마유리나리호가 검은 연기에 휩싸여 있다. ⓒ EPA/연합뉴스

중동 전쟁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였던 국립한국해양대학교 소속 실습 선원 2명이 배에서 내려 귀국길에 올랐다. 일부 일반 선원들도 현재 하선을 진행 중이다. 실습생에 이어 일반 선원까지 하선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향후 해기사 양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31일 현재 호르무즈 해협 선박에 남은 우리 선원은 총 175명이다. 국적 선박 138명, 외국 선박 37명 탑승 중이다. 이들 가운데 해기사 실습생은 한국해양대 10명, 국립목포해양대 4명, 한국해양수산연수원 2명이다.


실습생과 일반 선원 가운데 일부는 하선을 진행 중이다. 해수부는 신변 보안 등을 이유로 구체적인 하선 인원수를 밝히지 않았다.


해수부는 하선한 실습생은 해기사 자격을 취득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실습생들은 본인들이 희망해서 학교 실습선 대신 배에 오른 것일 뿐”이라며 “귀국 후 학교 실습선에서 나머지 과정을 마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전쟁이 한 달 이상 장기화하면서 배에 남은 선원 175명의 어려움도 가중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과 식량 등의 불편도 있지만 무엇보다 심리적 불안·압박이 커지고 있다. 일반 선원 일부가 하선을 결정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


해수부 관계자는 “현재 육지에 내릴 수는 있지만, 이 경우 비자나 출입국심사 등의 문제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며 “우선 교대근무를 통해 이런 불편을 조금이라도 해소하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중동 전쟁 사태로 가뜩이나 수급이 어려운 해기사 양성에 악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는다. 장거리 운항으로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것 외 실질적인 신변 위협의 상황마저 늘어나면서 일에 대한 불안이 커진다는 것이다.


해운업계에서는 전쟁이나 테러 위험이 있는 특정 항로에 대한 기피 현상이 실습생뿐만 아니라 현직 해기사들에게도 번질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미래 자원인 실습생들이 첫 승선 경험에서 생명의 위협을 체감했다는 점은 향후 인력 유입에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과거 항해사로 일하다 몸을 다쳐 배를 그만 타게 됐다는 황 아무개(38) 씨는 “1년의 절반 이상을 가족과 떨어져 지내고 큰 파도 속에서 좁은 선실에서 수개월 동안 버티는 것만으로도 힘든데 목숨의 위험까지 느껴지게 되면 아무리 강단 있는 사람이라도 겁이 안 날 수가 없다”며 “안 그래도 힘든 일이라 하려는 사람을 찾기 어려운데 전쟁이나 해적 같은 게 계속되면 (새로 인력을 양성하는 게) 생각만큼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력 20년의 현직 기관사 강 아무개(48) 씨 역시 “우리야 이제 오래 이 일을 했고, 다른 일을 생각하기엔 늦었지만 새로 해기사를 생각하는 사람들에겐 이런 일(중동 사태 등)들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 같다”며 “특히 과거보다 이런 위험이 더 자주, 현실에 가까이 다가오는 것 같아 좀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지금 호르무즈에 있는 배에서 내리는 사람은 별로 없다. 오히려 교대해서 배에 오르는 분들도 계시다”며 “부모나 지인들이 보면 일부 말릴 수는 있겠지만 (해기사 양성에) 큰 영향을 미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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