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리스크가 밥상까지”…농산물 가격 인상에 ‘도미노 압력’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6.04.02 07:25  수정 2026.04.02 07:25

중동 리스크 확산 → 면세유·요소 상승 → 농가 비용 압박

실내등유만 ‘나홀로 상승’…난방비 부담 직격탄

비료·사료까지 들썩…농산물 가격 ‘시차 반영’ 전망

식탁물가로 번지는 비용 전가…정부 2600억 대응 착수

경기 수원시 팔달구 못골시장에 과일이 진열돼 있다.ⓒ뉴시스

중동발 지정학적 긴장이 국내 농산물 시장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제 유가 불안이 농업용 면세유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농가 생산비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과일 품목을 중심으로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며 식탁물가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농업용 면세 실내등유 가격은 지난달 중순 이후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0일 기준 리터(L)당 1256.15원을 기록하며 최고가격제 시행 직후보다 오른 데 이어, 최근까지 상승세가 지속되는 모습이다.


이는 일반 유류 가격 흐름과도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면세유가 아닌 일반 휘발유와 경유, 실내등유는 최근 고점 대비 100원 안팎 하락했다. 면세유 가운데서도 휘발유와 경유는 지난달 13일 이후 20~30원씩 내렸는데, 실내등유만 같은 기간 약 35원가량 올랐다.


최고가격제 시행을 전후로 기름값이 일제히 떨어졌지만, 면세유 실내등유만 유일하게 상승세를 보인 것이다. 실내등유는 비닐하우스 등 시설농업에서 작물의 생육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대표적인 난방 연료다. 최고가격제 시행에도 등유가 상승세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비료용 요소도 문제다. 우리나라의 비료용 요소의 중동 의존도는 43.7%에 이른다.


이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물량은 38.4%다. 중동 전쟁으로 비료용 요소 국제 시세는 급등했다. 대체 수입선인 동남아산 요소 가격도 전쟁 이전의 1.5배 수준으로 상승했다.


설상가상 사료 가격도 상승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농식품부는 오는 7월까지 사용할 사료 610만톤이 있지만 고유가와 고환율이 이어지면 가격 상승 압력이 생길 수 있다고 예상했다. 농식품부는 사료 구매 자금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가격 상승이 농가 경영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실내등유는 방울토마토, 파프리카, 하우스 감귤 등 시설작물 재배에 필수적인 난방 연료로, 가격 변동이 곧 생산비로 연결된다.


난방비 부담이 커질 경우 농가는 이를 출하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고, 결국 소비자 물가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비료용 요소와 사료 등 주요 투입 비용까지 동반 상승할 경우 비용 압박은 더욱 확대되며, 물가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농가의 경영비 상승이 시차를 두고 농산물 가격에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농가의 난방비 부담이 결국 식탁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식재료 원가가 바로 반영되기 때문에 메뉴 가격 인상 압박이 커질 수 밖에 없다”며 “이미 인건비와 임대료 부담까지 겹친 상황에서 추가 원가 상승이 이어질 경우, 외식업계 전반의 가격 인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 삼겹살과 비빔밥 사진이 게시돼 있다.ⓒ뉴시스

특히 농산물은 기상 여건과 수급 상황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큰 품목인 만큼, 생산비 상승이 더해질 경우 체감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크게 나타날 수 있다. 과일과 채소 등 신선식품 가격이 오르면 외식·가공식품 가격과 전반적인 식품 물가 상승에 압력을 키우는 구조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직접적으로 확대될 수 밖에 없다. 신선식품 가격 상승은 대체재 선택을 어렵게 만들고, 외식 가격 인상으로까지 이어질 경우 전반적인 소비 심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국 중동발 유가 불안이 농가의 생산비를 자극하고, 이는 농산물 가격과 식품 물가를 거쳐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지는 ‘비용 전가 구조’가 형성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외식업계 다른 관계자는 “과일과 채소 등 신선식품 가격이 오르면 식재료 원가가 연쇄적으로 상승해 외식 가격과 가공식품 가격까지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최근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농가 경영 부담을 완화하고, 농축산물 물가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올해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2600억원을 편성했다. 비료·면세유 등 핵심 농자재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이 국회 심의 과정에서 추가로 검토될 전망이다.


농식품부는 "중동 전쟁에 의한 농업 분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비료·면세유·사료 등 핵심 농자재에 대한 지원과 수급 안정 조치를 신속하게 이행하겠다"며 "농업 및 연관산업 전반의 부담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완화되도록 총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