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달라진 루니…‘제2의 박지성 떴다’

이충민 객원기자 (robingibb@dailian.co.kr)

입력 2010.12.14 02:00  수정

이적 파동 후 팀플레이 치중 ´속죄´

성숙한 경기력, 박지성 정신 통했다

희생하는 루니의 등장은 베르바토프 중심의 단조로운 공격 패턴에 획기적인 변화를 준 결정적 계기가 됐다.

부상에서 복귀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악동’ 웨인 루니(25)가 최근 확 달라진 면모를 보이고 있어 팬들을 흐뭇하게 하고 있다.

루니는 지난달 28일 열린 2010-11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블랙번과의 경기에서 2도움을 기록하며 성공적인 복귀전을 치렀다. 특히 맨유가 7-1 대승을 거둔 데는 조연 역할에 충실한 루니의 공이 컸다. 마치 희생정신의 상징 박지성을 보는듯한 팀플레이를 펼친 것.

9개월 가까이 필드 골이 없는 루니는 홈에서 약체 블랙번을 상대로 득점욕심을 낼 만도 했다. 그러나 공이 올 때 루니의 1차 선택은 패스였다. 전후반 90분 동안 루니는 단 한 번도 첫 번째 터치를 슈팅으로 연결하지 않았다.

이러한 모습은 9일 발렌시아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그룹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도 재현됐다. 블랙번전보다는 상대적으로 패스 전념 횟수가 줄었지만, 여전히 루니는 개인플레이보다는 조직력에 힘을 쏟았다.

이 같은 루니의 이례적인 서비스 정신은 이적파동 때의 ´망발´에 대한 ´사죄´의 측면이 강하다. 이적 파동 당시 루니는 맨유 선수들의 수준을 의심하는 성급한 발언으로 구설에 올라 팀 동료들과 서먹해졌기 때문.

특히 일부 지역 언론에서는 “맨유는 세계적인 선수 영입에 소극적이며 우승 열망이 없다”는 루니의 발언을 그대로 보도해 큰 파문이 일었다. 설상가상으로 루니가 맨유의 숙적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로 이적할 것이란 소문이 나돌아 팬들의 비난이 빗발쳤다.

급기야 이성을 잃은 일부 서포터들은 루니가 맨시티로 이적할 경우 신변에도 위협을 가할 것이라는 위험수위를 넘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루니의 행동에 불편한 심경을 보이기는 퍼거슨 감독과 팀 동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특히 파트리스 에브라와 마이클 케릭은 “맨유는 언제나 세계 최고 선수들이 뛰는 팀”이라며 루니의 실언을 반박했다.

일방적인 여론의 반응을 의식한 걸까. 루니는 이적파동 단 일주일 만에 이적요청을 철회하고 맨유에 충성을 다짐했다. 그리고 사실상 첫 번째 속죄경기였던 블랙번전에서 이전과 달리 유독 팀에 헌신하는 모습을 보였다.

천문학적인 몸값에 걸맞게(?) 굴었던 루니는 이제 더 이상 맨유에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스스로를 낮추며 묵묵하게 자기 임무를 수행하는 ´또 한 명의 박지성´이 나타난 셈이다.

맨유는 변화된 루니의 가세로 조직력이 더욱 탄탄해졌다. 블랙번전, 발렌시아전에 맨유 공격의 짜임새는 더욱 탄탄해졌다. 루니와 박지성의 넓은 활동반경과 잦은 위치 바꿈, 끊임없는 원터치 패스 연결이 시너지가 되면서 공격 전술은 더욱 다양해졌다.

특히 발렌시아전 안데르손의 동점 골 상황에서 루니의 행동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박지성이 페널티 박스 외곽에서 공을 잡았을 때, 루니가 중앙이 아닌 외곽으로 빠지면서 발렌시아 수비진을 순식간에 무너뜨린 것이다.

발렌시아 수비진 입장에선 누가 공격수고 누가 미드필더인지, 누가 마지막 슈팅을 할 것인지를 구분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결국, 마지막 슈팅은 예상을 깨고 루니가 아닌 박지성의 발끝에서 나왔고, 당황한 발렌시아 골키퍼가 가까스로 공을 쳐냈지만 달려들던 안데르손까지 막을 순 없었다.

희생하는 루니의 등장은 베르바토프 중심의 단조로운 공격 패턴에 획기적인 변화를 준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는 선두 탈환을 노리는 맨유에 큰 힘이 될 게 분명하다. [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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