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프로야구 현역 최장수 사령탑이던 넥센 김시진 감독마저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넥센은 지난 17일 보도 자료를 통해 김시진 감독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하는 한편, 김성갑 수석코치 체제로 잔여 경기를 치른다고 발표했다. 지난 2009년 넥센에 부임한 김시진 감독은 8개 구단 감독들 가운데 가장 긴 재임기간을 유지하고 있었다.
최근 프로야구는 감독들의 목숨이 ‘파리 목숨’보다 못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올 시즌 들어 무려 4개 팀(SK, 두산, KIA, LG)의 수장이 새 얼굴들로 바뀌었고, 삼성과 롯데 역시 2년 차 시즌을 보내고 있는 류중일·양승호 감독이 팀을 이끌고 있다. 지난 3년간 최하위를 나눠 가진 한화와 넥센도 한대화·김시진 감독이 물러나며 사령탑 교체의 칼바람을 피해가지 못했다.
감독들이 자진 사퇴하거나 경질되는 이유는 뚜렷하다. 바로 부진한 팀 성적 때문이다. 프런트와 재계약 여부를 놓고 갈등을 빚은 SK와 김성근 감독(현 고양 원더스)을 제외하면 나머지 7개 구단 모두 구단 수뇌부를 만족시켜주지 못했다.
게다가 교체되는 과정과 속을 들여다보면 팬들을 납득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삼성 선동열 감독과 KIA 조범현 감독은 나란히 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하고도 지역색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물러난 케이스다. 물론 발표 내용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는 포장지가 씌워진 자진 사퇴 형식이었다.
롯데는 8년 만에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던 제리 로이스터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았다. 롯데는 로이스터 감독 재임 기간(3년) 내내 가을 야구를 했지만 팀이 바란 건 우승이었다. SK 역시 ‘김성근식 야구’가 재미없다며 3번의 우승과 한 차례 준우승을 차지한 야신을 내쳤다. 팬들은 이를 두고 “배가 불렀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LG는 지난 2010년, 팀 성적 대신 리빌딩에 주력하겠다며 박종훈 감독에게 계약기간 5년이라는 파격 조건을 제시했다. 하지만 지난해 팀이 상위권을 내달리자 욕심을 낸 프런트는 여러 차례 트레이드를 추진했고,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다. 그리고 이에 대한 책임은 박종훈 감독이 고스란히 떠안았다.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한 하위권 팀들도 마찬가지였다. 각각 2009년과 2010년, 넥센과 한화에 부임한 김시진·한대화 감독은 최하위권을 전전하면서도 구단 수뇌부의 신뢰를 잃지 않았다. 그러나 상황은 올 시즌 들어 급변했다.
그동안 돈지갑을 열지 않았던 넥센은 FA 이택근과 전직 메이저리거 김병현을 영입하는 등 모처럼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한화도 김태균, 박찬호, 송신영이 가세하며 전력 보강을 이뤘다. 구단 측은 기대감에 부풀었다. 하지만 이들만 가지고 팀 성적이 나아질 수 없다는 것은 모든 팬들이 알고 있던 부분이었다. 넥센과 한화의 실망스러운 올 시즌은 사령탑이 물러나며 마무리되고 있다.
프로 8개 구단 감독 수명.
현재 프로야구는 8개 구단 가운데 2개팀의 감독 자리가 공석인 상태다. 더욱 우려가 되는 부분은 나머지 6개 구단의 감독들도 좌불안석이라는 점이다.
부임 때부터 팬들의 환영을 받지 못했던 SK 이만수 감독은 여전히 고독한 승부를 펼치고 있다. 급기야 최근에는 특유의 과도한 세리머니가 다른 팀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단초를 제공하기도 했다. ‘팬사랑’을 얻지 못하는 이 감독이 스포테인먼트를 표방한 SK에 적합한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LG 김기태 감독도 입방아에 오르기는 마찬가지다. 김 감독은 지난 12일 승부를 포기해버리는 선수기용으로 KBO로부터 벌금 500만원과 엄중 경고의 철퇴를 맞았다. 무엇보다 팬들의 뜨거운 열정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점은 초보 감독의 실수치곤 너무 큰 대형 사고였다.
KIA 선동열 감독 역시 안심할 처지가 못 된다. KIA는 지난 시즌 후 타이거즈 역사상 최고의 프랜차이즈 스타를 데려오는데 성공했다. 계약 조건 역시 3년간 총액 16억4000만원(계약금 5억원, 연봉 3억 8000만원)의 특급 대우다. 하지만 선 감독의 첫 시즌은 실패로 끝나가고 있다.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이 성적 부진의 가장 큰 이유이지만 이는 지난해 4위에 올랐던 조범현 체제에서도 지적된 문제점이었다.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삼성 류중일 감독과 롯데 양승호 감독, 두산 김진욱 감독은 그나마 안정권이라 할만하다. 하지만 그동안 감독 경질의 이유가 꼭 성적 부진만은 아니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이들 역시 납득하기 어려운 통보를 받을 수 있다. 현장보다는 프런트의 입김이 더욱 막강해진 프로야구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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