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 MVP’ 클래스가 빚어낸 무게감 차이
이승엽 선제 투런포로 가볍게 1차전 승
침묵 SK 중심타선 11타수 1안타 빈타
승리 공식을 모두 대입한 삼성이 한국시리즈 1차전 승리를 잡으며 2년 연속 우승에 한 발 앞서나갔다.
삼성은 24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SK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1회 이승엽의 투런포에 힘입어 3-1 승리를 거뒀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1차전 승리팀의 우승확률은 82.1%. 무승부로 경기를 마친 프로 원년(1982년)을 제외하고 28차례 한국시리즈에서 1차전을 가져간 23개 팀이 최종 승자로 기억된 바 있다.
단순한 1경기가 아니었다. 삼성과 SK 모두 호수비가 빛을 발하는 등 최고의 경기력을 선보였지만 두 팀 간의 전력 차는 3-1이라는 스코어 이상이었다.
삼성은 선발 투수가 호투한 가운데 중심타선의 폭발력으로 점수를 따낸 뒤 강력한 불펜진이 문단속을 하는 특유의 승리공식으로 무난한 승리를 따냈다. 특히 이승엽을 앞세운 중심타선의 파괴력이 플레이오프 내내 부진했던 SK보다 월등하다는 점은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 삼성의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승엽은 1회 첫 타석에서 SK 선발 윤희상의 3구째 공을 밀어 올려 좌측 담장을 살짝 넘기는 비거리 105m짜리 투런 홈런을 터뜨렸다. 이는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선제 홈런을 기록했던 SK 4번 타자 이호준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할 만한 장면이었다. 두 선수 모두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양 팀 타자들 가운데 절정의 타격감을 자랑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러나 이후 타석부터 이호준과 이승엽은 전혀 다른 길을 걸었다. 당시 이호준은 두 번째 타석에서 2사 만루의 찬스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롯데 선발이었던 유먼은 앞선 타자 최정을 사실상 고의 4구로 내보낸 뒤 홈런을 허용했던 이호준과 상대하는 초강수를 뒀다. 결과는 헛스윙 삼진.
이호준 입장에서는 당연히 자존심이 상했다. 상대가 자신을 만만히 봤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호준은 5차전까지 이어진 승부에서 수많은 찬스와 마주했지만 끝내 방망이가 터지지 않았다. 플레이오프에서의 이호준의 기록은 타율 0.136 1홈런 1타점이 전부였다.
반면, 이승엽은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이호준과 클래스가 다르다는 것을 입증이라도 하듯 무시무시한 존재감을 뽐냈다. SK 포수 조인성은 3회 1사 2루 상황에서 이승엽 차례가 오자 고민할 것도 없이 윤희상에게 고의 4구를 주문했다. 윤희상은 6회 세 번째 맞대결에서도 스트라이크존을 크게 벗어나는 투구로 이승엽을 볼넷으로 내보냈다.
이날 윤희상은 108개로 완투(패)를 기록했을 정도로 절정의 구위를 뽐냈다. 삼성 타선은 윤희상을 상대로 5개의 안타와 3개의 볼넷만을 얻어내는데 그쳤고, 7회 추가 득점 역시 대주자 강명구의 판단 미스가 뜻하지 않은 결과를 만들어낸 장면이었다. 이승엽의 선제 홈런이 없었다면 자칫 경기를 어렵게 끌고 갔을 수도 있던 삼성이었다.
SK 입장에서 문제는 앞으로다. 배영섭-정형식으로 구성된 삼성의 테이블 세터진은 나란히 한 차례씩 출루하며 득점 기회를 마련했다. 즉 주자가 출루해 있는 상황에서 이승엽과 마주하는 상황이 계속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1차전부터 홈런맛을 본 이승엽은 큰 경기에 유독 강하고 몰아치기에 능한 타자다.
이승엽과 맞불작전을 놓아야할 SK 중심타선이 여전히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최정-이호준-박정권의 클린업트리오는 지난 플레이오프에서 타율 0.175(63타수 11안타) 2홈런 6타점의 빈타에 허덕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만수 감독은 이들의 타순을 단 한 번도 바꾸지 않으며 믿음을 실어줬다.
하지만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도 SK 중심타선은 로또 당첨 확률급의 타율(0.090)로 이 감독의 기대를 저버렸다. 비록 이호준이 팀 내에서 유일한 타점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그의 타격감은 올라오지 못한 모습이다. 최정은 들쭉날쭉하며 ‘가을 사나이’ 박정권은 아직까지 여름을 보내는 듯 하다. 이제는 이만수 감독도 로또가 터지길 바라기 보다는 특단의 조치를 내놔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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