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또 먹통? ‘야신’이라도 접신해야…
이만수식 '빅볼' 2년 연속 삼성에 먹통
스타일 바꿔 스몰볼 승부도 고려해야
이만수 감독이 이끄는 SK 와이번스가 1~2차전을 모두 내주며 궁지에 몰렸다.
SK는 지난 25일 대구구장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최형우의 만루홈런 등 장단 7안타를 허용하며 3-8 대패했다. 2패를 떠안은 SK는 안방 문학구장으로 넘어와 3~4차전에서 분위기 반전을 노린다.
하지만 만만치 않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먼저 2승을 거둔 15개팀 가운데 14개팀이 우승을 맛봤고, 2패 후 시리즈를 뒤집은 경우는 2007년 SK가 유일하다. 따라서 SK의 우승확률은 6.7%로 줄어든 셈이다.
이만수 감독은 지난 2차전 승리를 따내기 위해 대대적인 타순조정에 나섰다.
상대 선발이 좌완 장원삼이라는 것을 고려해 ‘좌완 킬러’ 이재원을 4번 지명타자로 배치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또한, 포스트시즌 내내 부진 중인 박정권을 6번에 배치했고, 기동력 강화를 위해 김성현을 선발 유격수로 내보냈다. 이를 두고 이광근 수석코치는 “획기적인 일”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하지만 획기적인 라인업은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 SK 타자들은 선발 장원삼을 비롯해 삼성 투수들과의 수 싸움에서 밀리며 공격다운 공격을 해보지 못했다. 이날 3득점 중 정근우의 솔로 홈런을 제외한 2득점은 삼성의 실책에 의한 점수일 뿐이었다.
이만수 감독은 앞으로 총력전을 펼친다고 예고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 삼성은 10승 투수인 고든을 비롯해 좌완 선발 차우찬이 중간계투일 정도로 선발진이 탄탄하다. 여기에 리그 최강의 불펜진이 건재함은 물론 타선에서마저 이승엽과 최형우의 대포 등이 터지며 활화산처럼 타오르고 있다.
이쯤 되면 이만수 감독도 자신이 추구해온 ‘빅볼’을 잠시 내려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만수 감독은 정식 감독이 된 올 시즌, 지난 5년간 SK에 뿌리내린 ‘스몰볼’ 대신 화끈한 야구를 선보이겠다고 선언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선수들의 홈런은 크게 증가했고, 이를 바탕으로 SK는 정규리그 2위에 안착했다.
하지만 단기전인 포스트시즌은 다르다. 스몰볼이 대세가 된 최근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선 굵은 ‘빅볼’이 포스트시즌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2008년부터 3년 연속 가을 잔치를 치른 롯데의 조기 탈락이다.
물론 이만수 감독은 지난해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모두 통과했고, 올해도 플레이오프에서 롯데를 꺾는 뛰어난 지도력을 발휘했다. 다만,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상대가 삼성이라는 점이 문제다. SK는 공수 양면에 걸쳐 전력이 탄탄한 삼성을 상대로 지난해 한국시리즈서 힘 한 번 못쓰고 패했다. 2패로 몰린 올 시즌도 마찬가지다.
결국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한국시리즈에서 패한 6경기는 이만수 감독의 ‘빅볼’이 먹혀들지 않는다는 점을 입증한다. 따라서 망치로 삼성이라는 바위를 내려치기 보다는 예리한 정으로 깎아내는 것이 SK에 요구된다. 좀 더 다양한 작전으로 삼성 배터리를 흔들고 적극적인 투수 교체로 상대 흐름을 끊어낼 필요성이 있다.
덧없는 가정이지만 만약 ‘야신’ 김성근 감독이 더그아웃에 앉아있었다면 지난 2차전을 그렇게 쉽게 내주진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3회 최형우에게 만루 홈런을 허용하기 전, 선발 마리오는 이미 심판의 모호한 볼 판정에 급격히 흔들리던 상태였다. 아마도 조기 강판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1회 SK의 만루 찬스도 마찬가지다. 삼성 선발 장원삼은 몸 쪽 코너워크가 잇따라 볼로 판정되면서 스트라이크 존을 좁게 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타석에 들어선 박정권은 초구부터 배트가 나가며 오히려 장원삼을 도와줬고, 3구째 풀스윙을 휘둘러 중견수 플라이아웃으로 물러났다. ‘야신’이었다면 타격감이 좋지 않은 박정권에게 장타 대신 간결한 스윙을 주문했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이만수 감독은 자신의 야구 철학과 정반대이지만 ‘야신식 스몰볼’을 5년간 바로 옆에서 지켜봤다. 이는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스몰볼’ 구사가 가능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더욱이 SK 선수들의 머리와 몸도 아직까지 ‘야신’의 야구를 잊지 않고 있다. 이들은 여전히 리그에서 작전 수행능력이 가장 뛰어난 선수들이다.
궁지에 몰린 이만수 감독이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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