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스승들과 함께 세계선수권과 생애 두 번째 동계올림픽을 준비하는 이번 코치진 구성은 ‘팀 김연아 시즌3’에 해당한다.
‘피겨 여제’ 김연아(22)가 새 코치진 구성과 복귀 일정을 확정,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이라는 종착지를 향한 대장정의 첫 발을 내디뎠다.
최근 김연아의 새 코치진이 발표됐을 때 많은 사람들이 놀랐던 것이 사실이다. 가까이는 내년 세계선수권과 멀리는 소치 동계올림픽을 바라보는 김연아가 외국인 코치를 선임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김연아의 선택은 국내 지도자였다. 하지만 그냥 국내 지도자라고 표현하기엔 부족한, 김연아에게 매우 깊은 의미를 지닌 지도자들이다. 류종현 코치는 김연아를 처음 피겨 스케이팅 선수의 길로 이끈 스승이고, 신혜숙 코치는 김연아가 세계적인 피겨 스타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틀을 다져준 스승이다. 이런 의미를 되짚고 나면 김연아 선택에 수긍이 된다.
피겨 스케이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의 김연아에 대해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스승들이 이미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된 김연아 코치를 다시 맡았다는 것은 기술 향상보다는 심리적 부분에 더 무게를 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연아가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 함께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것이 ‘팀 김연아 시즌1’이라면 피터 오피가드 코치와 함께 작년 4월 모스크바 세계선수권에 출전했던 때는 ‘팀 김연아 시즌2’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어린 시절 스승들과 함께 세계선수권과 생애 두 번째 동계올림픽을 준비하는 이번 코치진 구성은 ‘팀 김연아 시즌3’에 해당한다.
김연아가 내년 3월 세계선수권대회(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 출전에 앞서 복귀 무대로 낙점한 대회는 오는 12월 5일 독일 도르트문트서 개최되는 NRW트로피. 김연아는 이 대회에서 세계선수권대회 출전에 필요한 최저기술점수가 필요하다.
올 시즌부터 새롭게 적용되는 이 룰은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기술점수(TES) 28점 프리 스케이팅에서는 48점을 획득해야 한다. 이 대회를 통해 김연아는 자신의 새 시즌 쇼트 프로그램인 '뱀파이어의 키스(Kiss of the Vampire)'와 프리 스케이팅 프로그램인 '레 미제라블(Les Miserable)'을 선보일 예정이라 세계 피겨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NRW 트로피 대회에서 최저기술점수를 획득한 뒤 내년 1월 목동서 열리는 국내 종합선수권대회 우승을 차지하면 내년 세계선수권대회 출전권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4위 안에 들면 2014년 소치올림픽 출전권을 얻을 수 있다. 이렇게 김연아의 2014 소치 동계올림픽까지의 로드맵은 그 윤곽을 드러냈다.
김연아는 지난 24일 새 코치진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현재 컨디션이 정상 컨디션의 70% 정도”라고 밝혔다. 김연아 스스로 진단한 자신의 컨디션은 기술적인 면과 몸 상태, 그리고 체력적인 면을 종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신혜숙 코치에 따르면, 현재 태릉 아이스링크에서 훈련을 이어가고 있는 김연아는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신 코치는 기자회견에서 “체력은 앞으로 2주 정도면 충분히 올라올 것 같다”며 “훈련 강도가 높다. 10시부터 스케이트를 타는데 9시에 와서 2시에 끝난다. 그리고 5시까지 운동을 계속한다”고 밝혔다.
신 코치 말대로 김연아의 체력이 2주 정도 만에 정상 컨디션에 가깝게 올라올 수 있다면, 김연아의 세계정상 복귀 가능성은 그야말로 상당히 높아진다. 물론 달라진 피겨 채점 규정에 대한 적응이나 새 프로그램의 완성도 등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김연아가 쇼트 프로그램과 프리 스케이팅을 여유 있게 소화할 수 있을 만한 충분한 체력을 바탕으로 정상 컨디션으로 연기를 펼칠 수만 있다면 현 시점에서 김연아를 위협할 만한 상대는 찾기 쉽지 않다.
국내에 머물면서 대외 활동이 많은 김연아가 자신의 체력이나 경기력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문제는 김연아를 둘러싼 환경이다. 국내에 머물면서 대외 활동이 많은 김연아가 자신의 체력이나 경기력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과거에도 김연아는 빠듯한 대외활동 일정에도 훈련 시간만큼은 확실하게 확보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때는 훈련캠프가 캐나다, 미국 등 외국에 있고 국내에 잠시 방문했던 기간에 했던 활동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따라서 김연아나 김연아 소속사는 국내에 머물면서 현재 맡고 있는 여러 대외 직함에 어울리는 활동과 선수로서의 훈련을 병행해야 하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김연아와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 경쟁을 펼쳤던 아사다 마오, 안도 미키 등은 일본에 빼어난 훈련 시설을 갖춰 일본에 머물며 훈련하는 시간이 많았고, 그러는 와중에 CF 촬영이나 자선활동 등을 병행했다. 김연아가 아사다 같은 선수들보다 대외 활동에 대한 요구가 더 많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체력과 경기력 유지를 위한 시간을 확보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기자회견장에 나선 김연아의 모습은 무척이나 여유로웠다. 경쟁 무대를 떠난 지 1년 만에 다시 치열한 경쟁의 현장으로 돌아오는 선수의 긴장감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물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스스로 치열하게 자기 자신을 다그치고 있겠지만 대외적으로는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여유를 지니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김연아 스스로도 선수로서 정상적인 경기를 펼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그리고 그 필요한 것들을 어떻게 얻을 수 있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여유다. 과거 김연아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되기 위해 나섰던 도전이 ‘절박함’이었다면, 지금 김연아가 나선 도전은 선수로서 ‘유종의 미’를 얻기 위한 ‘유쾌한 도전’이다.
새로운 도전이자 극복과제가 많지만 타고난 승부사 김연아가 유쾌하게 나선 도전인 만큼, 기대를 품고 하나하나의 과정을 지켜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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