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이 뭐길래’ 양승호 물러나야했나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입력 2012.10.31 07:11  수정

지난 24일 구단 측에 사퇴 의사 전해

2년간 팀 체질 개선 등 뚜렷한 성과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지고 롯데에서 물러난 양승호 감독.

2년 연속 롯데를 플레이오프로 이끈 양승호 감독이 전격 사퇴했다.

롯데는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양승호 감독의 사퇴의사를 수용한다고 밝혔다. 양 감독은 지난 24일 장병수 대표이사와의 면담 자리에서 사의를 표명했고 구단은 심사숙고 끝에 이와 같이 결정했다.

양 감독의 사퇴는 예정된 수순임과 동시에 뜻밖의 결과로 분석된다. 그리고 사퇴의 중심에는 바로 ‘우승’이라는 쉽지 않은 목표가 자리하고 있다.

사실 양승호 감독은 지난해 취임 때부터 ‘우승’이라는 단어를 늘 입에 달고 살아왔다. 그의 목표는 2년 내 우승이었다. 이를 두고 세간에서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라며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게다가 리그에는 절대강자 삼성과 SK라는 ‘절대 2강’의 존재가 있어 한국시리즈 진출마저 쉬워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구단 측은 지속적으로 우승을 주문해왔다. 롯데의 장병수 대표는 지난 1월 시무식에서 "20년간 우승하지 못했다.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뀌었다. 창피한 일인데 반드시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우승의 한을 풀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고질적 약점인 불펜을 메우기 위해 FA로 정대현과 이승호를 안겨줬다.

양 감독 부임 이전, 3년 연속 가을 잔치의 달콤한 열매를 맛본 롯데팬들도 이제는 우승해야할 때라고 압박했다. 시즌 도중 연패에 빠지거나 할 때면 극성팬의 협박전화에 시달리는 등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급기야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는 “밤길 조심하라”는 전화까지 받았다. 결국 숨통이 막혀버린 양승호 감독은 SK와의 플레이오프가 끝난 뒤 사퇴를 결심했다.

모든 결과에는 과정이 있는 법이다. 야구에서 우승이라는 결실을 맺기 위한 시작은 스토브리그 때 전력을 보충하고 스프링캠프서 전력을 가다듬는 일이다. 이른바 객관적인 전력이다. 이대호-장원준이 빠져나가고 정대현-이승호가 가세한 롯데는 당초 4강 이상은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양승호 감독은 6개월간의 페넌트레이스에서 비교적 팀을 잘 이끌어왔다. 지난해에는 롯데 구단 첫 정규시즌 2위의 성과도 올렸다. 올 시즌 막판 급작스런 연패에 빠지기도 했지만 한때 1위 삼성의 자리까지 위협했던 게 롯데였다.

포스트시즌에서도 성과가 뚜렷했다. 롯데는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승리로 13년 만에 포스트시즌 시리즈 승리를 따냈다. 절대열세라 점쳐지던 SK와의 플레이오프에서도 상대를 벼랑 끝으로 내몰기도 했다. 아쉬운 오늘이지만 내일의 희망을 엿본 롯데였다.

무엇보다 양승호 감독의 가장 큰 성과는 롯데를 강팀의 면모로 탈바꿈시켜놨다는 점이다. 부임 초반에는 적지 않은 판단미스가 속출했지만 이내 자신의 야구색깔을 팀에 입혀나가기 시작했다. 기존 로이스터식의 ‘두려움 없는 야구’를 유지하되 약점인 불펜과 수비 강화에 중점을 둔 것이 핵심이었다.

많은 롯데팬들이 이른바 ‘신바람 스몰볼’을 구현한 양승호 감독의 사퇴를 아쉬워하고 있다. 계약기간인 내년까지 팀을 맡았더라면 롯데가 좀 더 강한 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도 있었다. 하지만 양 감독에게 주어진 숙제는 오직 ‘우승’뿐이었다.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한 양 감독은 후임감독에게 보다 더한 부담을 안겨주며 롯데에서의 생활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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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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