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지난달 30일 “양 감독의 사표를 심사숙고 끝에 수리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갑작스런 양승호 감독 사퇴를 둘러싸고 논란은 가열됐다. 아직도 그 여파는 선수단과 롯데 팬들 사이에 퍼져있다.
양승호 감독 사퇴라는 발등에 불 만큼이나 롯데 앞에는 산적한 시급 과제들이 너무 많다. 우선 8일 안방 사직구장서 열리는 아시아시리즈를 준비해야 한다. 여기에 9구단 NC 다이노스 특별 지명에 대비해 20인 보호 명단도 추려야 한다.
무엇보다 한해 농사를 좌우할 FA 3인방(김주찬·홍성흔·강영식)과의 협상 테이블을 준비해야 한다.
롯데로선 용병 계약과 함께 핵심 전력인 이들과의 계약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FA 3인방 거취에 따라 롯데 전력의 높낮이는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롯데 배재후 단장은 “팀내 FA 선수들과 모두 재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FA 시장에서 최대어로 꼽히는 김주찬(31)은 롯데의 확고부동 테이블세터다. 정확한 타격과 빠른 발은 여전하고, 수비도 최근 몇 년 사이 일취월장했다. 올 시즌 잔부상을 안고서도 타율 0.294·128안타를 기록하며 제몫을 다했다. 치명적인 매력은 주루 능력. 올 시즌에도 32차례나 베이스를 훔치며 7시즌 연속 두 자릿수 도루에 성공했다. 비교적 젊은 나이인 김주찬을 잃게 될 경우 전력 약화는 불가피하다.
올 시즌 롯데는 이대호의 이탈로 장타력을 잃었다. 그로 인해 득점력이 현격히 떨어져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낮은 509득점에 그쳤다. 파워가 사라진 롯데가 김주찬 마저 놓친다면 스피드까지 잃게 된다. 득점력 저하는 더욱 심화될 것이 자명하다.
베테랑 홍성흔(37)도 두 번째로 FA 자격을 취득했다.
홍성흔은 FA 역사상 가장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롯데에서 4년간 타율 0.330, 59홈런, 568안타, 321타점을 기록했고, 투고타저였던 올 시즌도 홈런 15개, 74타점으로 변함없는 활약을 선보였다. 라커룸 리더 역할에서도 홍성흔은 단연 으뜸이다. 먼저 솔선수범 하며 선수단을 독려하고 승리를 향한 자신감을 고취시킨다. 기량을 떠나 이러한 홍성흔의 리더십은 기록 이상의 가치가 있다.
최근 홈런수가 줄어든 탓에 일각에선 노쇠화에 대한 우려도 있다. 그러나 전성기였던 두산 시절과 비교하면 성적은 대동소이하다. 롯데에서 폭발적인 파괴력을 뽐낸 것은 로이스터 감독의 ‘No fear´ 야구를 통한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 된 것이다. 그의 나이가 문제가 될 수 없는 이유다.
상대적으로 강영식(31)은 다소 무게감이 떨어진다. 하지만 롯데에서 묵묵히 제 임무를 해냈고 좌완이라는 희소성을 지니고 있다.
강영식은 지난 5년 동안 매 시즌 50경기 이상을 등판하며 허리를 책임졌다. 올 시즌도 55경기에 등판해 2승, 10홀드, 평균자책점 3.89라는 무난한 성적표를 받았다. 제구력에 기복이 있긴 하지만 빠른 공을 지닌 좌완 불펜투수는 언제나 시선을 끌기 마련이다. 시장에서 의외의 고평가를 받을 가능성도 높다.
롯데는 이들 모두 붙잡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하지만 바깥 기류가 심상치 않다. KIA 선동열 감독은 시즌 종료와 함께 구단에 FA 영입을 요청했고, 류현진이 빠져나갈 것으로 보이는 한화 역시 신임 김응룡 감독을 선임한 뒤라 전력 보강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또 내년 시즌 1군에 합류하는 NC까지 영입 전쟁에 뛰어들 수 있다.
FA 자격을 취득한 롯데 3인방은 하나 같이 정상급 선수들로 타팀이 군침을 흘릴만하다. 게다가 이진영, 정성훈 등 몇 명을 제외하면 FA 시장이 풍요롭지 않다는 점도 롯데로서는 불운이다. 때문에 우선 협상 기간에 붙잡지 못하면 빼앗길 가능성이 농후하다. 몸값 인플레 현상도 당연히 각오해야 한다.
2000년대 들어 롯데는 7년 연속 바닥에서 헤맸다. 좀처럼 성적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그러다 2008년 외국인 로이스터 감독 선임을 통해 패배의식을 걷어냈고 8년 만에 4강권 진입에 성공했다. 이후 올 시즌까지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하며 하위권 이미지를 탈피했다. 하지만 1992년 이후 무려 20년이 지났어도 아직 우승이란 방점을 찍지 못한 롯데다.
롯데 장병수 사장은 지난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20년간 우승하지 못하면 프로구단의 존재 이유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올 시즌 이대호의 이탈로 전력 공백을 절감한 롯데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도 전력 누수가 발생한다면 롯데의 꿈은 요원해질 수 있다. 양승호 감독 사퇴라는 소용돌이 속에 FA 3인방을 모두 잡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더 갑갑한 롯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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