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박탈설’ 박지성 먼저 벗어던져라

데일리안 스포츠 = 임재훈 객원칼럼니스트

입력 2012.11.29 08:38  수정

계속되는 QPR 주장 박탈 가능성 제기

완장 부담 털고 축구에만 집중해야

박지성이 ‘유명한 선수’보다 더 되고 싶은 ‘축구 잘하는 선수’가 되는 길에서 주장 완장이 발목을 잡는다면 과감히 내던질 필요가 있다.

퀸즈파크 레인저스(QPR) 박지성(31)의 주장직 박탈 가능성이 영국 현지에서 제기되고 있다.

영국 현지 일간지 <풀럼 앤드 해머스미스 크로니클>의 28일(한국시각) 보도에 따르면, QPR 신임 사령탑 해리 레드냅 감독은 박지성의 주장직 유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이 매체는 ‘주장을 누가 맡게 될 것이냐’는 질문에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답한 레드냅 감독의 멘트를 소개하면서 “레드냅 감독이 주장으로 박지성을 계속 신임하겠다는 확답을 주지 않았다”고 전했다. 박지성의 주장직 박탈 가능성은 이미 결장이 길어지면서 각종 언론에서 제기했던 문제라 새로운 이슈는 아니다.

실제로 무릎 주위 근육 부상으로 최근 5경기에 결장한 박지성은 28일 선덜랜드와의 ‘2012-13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4라운드 원정경기(0-0 무승부)에 후반 20분경 교체로 투입됐다. 하지만 박지성이 그라운드에 들어선 이후 완장을 건네받는 장면은 볼 수 없었다.


6경기만의 복귀전…주장 완장 어디에?

긴박한 상황 때문인지 아니면 내부적으로 모종의 조치가 내려진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박지성이 그라운드를 누비는 동안 주장 완장을 차지 않았다.

박지성이 QPR 주장직에서 물러난다는 것은 사실 국내 축구팬들에게는 박지성을 통해 생긴 자부심 일부에 상처를 입는 것이라 참으로 아쉬운 일이다. 국내에서 마크 휴즈 감독 경질과 레드냅 감독 선임과정과 맞물려 박지성의 향후 팀 내 위상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축구선수로서 제 기량을 온전히 발휘하고 행복한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것에서 주장 완장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한 번쯤 박지성 입장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세계 최고의 리그로 불리는 EPL 구단의 공식 주장으로서 뛴다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박지성이 주장으로서 활약하는 것에 필요 이상의 부담을 느끼고 그것이 결과적으로 경기력 저하의 원인으로 작용한다면 분명 문제다.

QPR이 시즌 개막 이후 단 1승도 수확하지 못하고 침체에 빠진 현실에서 ‘주장 박지성’의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커뮤니케이션 문제 등 ‘아시아 출신 주장’ 한계 인정해야

박지성이 QPR의 주장직을 받아들였다는 것은 스스로도 더 이상 ‘이름 없는 영웅’에 머물지 않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던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휴즈 감독이 박지성을 주장으로 선임한 것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의 경력은 물론 월드컵이나 그간 거친 팀에서 쌓아온 기량과 경험을 높이 평가한 이유도 있지만, ‘에어 아시아’라는 아시아 지역의 저가 항공사를 메인 스폰서로 둔 QPR의 마케팅적인 이유도 깔려 있다.

하지만 QPR이 시즌 개막 이후 단 1승도 수확하지 못하고 침체에 빠진 현실에서 ‘주장 박지성’의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극심한 부진에 빠져있는 팀 분위기를 반전시키는데 이렇다 할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는 ‘캡틴’ 박지성의 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하다.

박지성의 성품이나 성실성을 감안했을 때, 평소 팀의 주장으로서 동료 선수들과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이지만, 다른 문화에서 오는 근본적 차이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차이가 실전에서 부정적인 경기내용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결국 박지성이 EPL 구단의 외국인 선수, 특히 아시아 선수로서 지닌 한계가 기량과 경험만으로는 커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

박지성 ‘축구 잘하는 선수’ 위해 결단

그렇다면 박지성은 이제 결단해야 한다. 주장 완장을 스스로 벗어 던지는 것이다. 주장이라는 타이틀과 그 역할의 부담을 덜고 백의종군하며 오로지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언젠가 박지성은 인터뷰에서 “축구는 잘하고 싶은데 유명해지고 싶지는 않다”고 말한 바 있다. 축구에 대한 열정과 의욕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QPR의 주장이든 아니든 이미 박지성은 유명한 선수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기억하는 최고의 프로선수 가운데 한 명이며, 전 세계 축구팬들이 인정하는 EPL 선수들 가운데 대표적인 ‘저평가 우량주’이기도 하다.

박지성이 ‘유명한 선수’보다 더 되고 싶은 ‘축구 잘하는 선수’가 되는 길에서 주장 완장이 발목을 잡는다면 과감히 내던질 필요가 있다. QPR 주장 문제에 대해 레드냅 감독이 고민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가 결정을 신속하게 내릴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전에 박지성 자발적 선택에 의해 주장 완장의 운명을 결정짓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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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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