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전 피한 대진운 최고…전력은 최저?
WBC 4강 이상 목표..최고의 대진운
류현진 이탈 등 마운드 역대 최저
한국야구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딜레마에 빠졌다.
한국은 1·2회 대회에서 각각 4강과 준우승이라는 호성적을 거뒀다. 대표팀의 선전은 당시 국내 프로야구의 중흥에도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당연히 이번 대회를 기다리는 팬들의 눈높이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내년 3월로 예정된 제3회 WBC는 한국야구에 또 한 번의 기회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최소한 4강 이상을 목표로 삼고 있다.
대진운만 놓고 보면 역대 최고라 해도 손색이 없다. 한국은 대만 타이중서 열리는 1라운드에서 대만·호주·네덜란드와 B조에 편성됐다. 여기서 상위 2개팀이 일본 도쿄서 열리는 2라운드에 진출해 A조 상위 2개팀과 만난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선 한국과 대만의 2라운드행이 유력하다.
2라운드는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이동해 4개팀이 겨루는 결승 라운드를 거쳐 4강행을 가린다.
A조에서는 일본과 쿠바의 진출 가능성이 높다. 1·2회 대회 당시 대표팀 감독을 역임했던 KBO 김인식 기술위원장은 “지난 대회에 비교하면 대진운이 좋다. 확실히 1라운드 통과는 수월해졌다. 일본과 쿠바의 전력을 생각하면 4강도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지난 대회의 경우, 1라운드부터 원정에서 일본과 거듭 충돌하며 매번 살얼음 승부를 펼쳐야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가장 부담스러운 일본을 초반에 피할 수 있게 돼 대회 운용에 여유가 생겼다.
2라운드에서는 강팀들을 만나지만 일본의 경우 핵심전력인 메이저리거들이 모두 빠졌고, 쿠바도 아마야구 최강을 호령하던 예전만큼 위협적인 전력이 아니라는 평가다. 김인식 위원장은 “운이 좀 따라준다면 우승까지도 노려볼만한 대진운”이라고 평가한 이유다.
하지만 문제는 상대팀이나 대진운이 아니라, 정작 대회에 나서야할 우리 대표팀의 전력도 정상이 아니라는 것. 김인식 위원장과 류중일 감독은 마운드의 전력약화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1·2회 대회의 경우, 한국이 호성적을 올릴 수 있던 가장 큰 원동력은 탄탄한 마운드에 있었다. 1회 대회 때는 박찬호, 서재응, 구대성, 김병현 등 해외파와 베테랑들 위주로 구성한 마운드가 상대를 압도했다. 2회 대회 때는 메이저리거 투수들은 없었지만,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이끈 영건들 위주로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며 선배들의 자리를 대체했다.
냉정하게 평가했을 때 이번 대회에 나서는 한국대표팀의 마운드는 역대 최약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류현진, 김광현, 봉중근, 홍상삼, 김진우 등 믿었던 주력투수들이 부상과 이적 문제 등으로 전력에서 이탈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장 큰 경기에서 믿고 내보낼 만한 검증된 선발투수조차 많지 않다.
결국은 선발과 불펜의 양대 축인 윤석민과 오승환을 중심으로 서재응, 이용찬, 장원삼, 차우찬 등 대체자로 거론되는 투수들이 얼마나 제몫을 다할지가 관건이다. 2회 대회 때의 정현욱이나 봉중근처럼 예상하지 못했던 의외의 깜짝스타가 나와야 한다.
한편으로 별다른 동기부여가 없는 WBC 출전을 꺼려하는 야구계의 분위기도 자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표선수차출이 많은 몇몇 구단들의 경우, 벌써부터 형평성 등을 거론하며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대승적인 차원에서 대표팀 참여에 대한 확실한 국가관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이 부상이나 일정 등을 이유로 대표팀을 기피하는 일이 없도록 KBO 차원의 보상책과 제도적인 대안 마련도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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