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통도 실력' 유럽축구판 싸움의 기술

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입력 2013.01.03 08:52  수정

실력만큼 중요한 심리전..선제공격 중요

자기 목소리 내지 않으면 무시 당해

구자철의 강력한 맞대응에 당황한 프랑크 리베리는 결국 자제력을 잃고 말았다.

목소리 큰 사람이 유리하다.

축구에서도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다툼이 벌어졌을 때 먼저 고함을 지르면 상대는 기가 꺾이거나 자제력을 잃곤 한다. 자존심에 상처 입은 상대가 주먹까지 휘두르면 일거양득이다.

지난달 독일 포칼컵 16강전에서 벌어진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과 프랑크 리베리(바이에른 뮌헨)의 신경전이 대표적인 예다. 볼 다툼 중 리베리가 구자철 종아리를 걷어찼지만 구자철은 우렁찬 호통으로 대응했다. 예상 밖 고함에 리베리가 움찔했고, 기세가 오른 구자철은 리베리에게 바짝 다가가 신경전을 펼쳤다.

결국, 자제력 잃은 리베리는 구자철의 뺨을 때려 퇴장과 함께 포칼컵 2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다. 독일축구협회는 “리베리가 스포츠 정신을 훼손했다”고 징계 이유를 설명했다.

그동안 아시아 선수들이 유럽 무대에서 고전한 이유 중 하나는 ‘구자철 정신’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유럽인 덩치에 지레 겁먹고 몸싸움을 회피하기 바빴다. 이를 파악한 유럽 선수들은 아시아 선수일수록 더욱 거칠게 다뤘다.

문제는 아시아 선수들의 소심한 대응이다. 반칙을 당해도 주심만 바라보는 상황이 많았다. '가해자'와 얼굴을 맞대고 으르렁거리거나 직접 사과를 받아낸 경우가 드물다. 유일하게 한국 선수들만이 작은 고추가 맵다는 정신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기성용(스완지시티)도 마찬가지다. 세계에서 가장 거칠다는 스코틀랜드 셀틱 시절, 백태클 당하면 눈을 부릅뜨고 가해자에게 달려들어 다채로운 한국어 욕설을 섞어가며 호통을 쳤다.

순둥이의 낯선 고함은 성과가 뚜렷했다. ‘강한 억양’의 한국어 윽박지르기에 기가 꺾인 가해자들이 기성용 앞에서 꼬리 내리기 바빴다. 한국어를 모르는 주심도 피해자 기성용에게 자제를 부탁하는 선에서 그쳤다. 반면, 가해자에겐 경고카드 이상의 중징계를 내렸다. 터프하게 맞선 덕분에 지금 영국에서 기성용에게 시비 거는 백인 선수들은 드물다.

10년 동안 유럽무대를 누빈 설기현은 “유럽에서 불합리한 일을 당하고도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무시당한다"고 말한 바 있다.

추풍낙엽 피지컬 오명을 듣는 일본 선수들도 ‘작은 생선이 오히려 예리한 가시가 많다’는 각오로 나설 필요가 있다. 더구나 일본은 아시아에서 한국과 함께 많은 유럽파를 배출한 국가다.

일본어는 싸움의 기술, 특히 ‘심리전’에 특화돼 있다. 독특한 억양은 중추신경계를 건드리는 느낌을 줘 도발에 적격이다. 가가와 신지(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거친 반칙을 일삼는 유럽 선수들을 상대로 칙쇼(ちくしょう, 축생 짐승)급 대응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우습게 보이지 않으려면 발톱을 숨겨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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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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