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의 경제대통령' 남덕우 전 총리 별세

스팟뉴스팀

입력 2013.05.19 10:38  수정

1969년 재무부 장관 발탁 14년동안 경제관료로 산업화 기적 이끌어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경제개발을 이끈 남덕우 전 국무총리가 18일 오후 9시 55분 별세했다. 향년 89세.

한강의 기적의 주역, 1970년대 경제개발 1세대, 한국경제 현대화의 산 증인, 서강학파의 대부 등이라는 표현이 증명하듯, 그는 단순히 박 전 대통령의 보좌진이 아닌 한국 경제의 성장기를 연 주역 중 1명이다.

고인은 지난 1924년 경기 광주에서 태어나 1954년 국민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경제학 석사, 미국 오클라호마주립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강대 교수로 재직 중이던 1969년 박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재무부장관에 발탁돼 공직에 처음으로 발을 들였다.

박 전 대통령은 당시 ‘제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 평가단 회의에서 고인의 소신 있는 발언을 눈여겨보고 실무 경험이 없음에도 재무부장관에 임명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고인은 박 전 대통령이 임명장을 주고서 “남 교수, 그동안 정부가 하는 일에 비판을 많이 하던데, 이제 맛 좀 봐라”라는 말을 했다고 회고했다. 또 14년 동안 이어진 정부 관료 생활은 박 전 대통령의 발언이 현실화되는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남덕우 전 국무총리가 18일 오후 9시55분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9세. 사진은 지난해 5월 해공 신익희 선생 56주기 추모식에서 추모사를 하는 고인의 모습.

고인은 ‘경제계 1세대 원로’로 꼽힌다.

고인은 임기가 끝나면 대학강단으로 돌아가겠다고 결심했지만 1974~1978년 경제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을 지내며 한국의 고속성장을 이끌었다. 1980년 제14대 국무총리에 임명돼 2년여간 활동했다.

결국 3·4·5 공화국 시절 14년간 한국 경제의 산업화가 그의 손에 달려 있었던 것이다. 실제 수출 100억 달러 및 1인당 국민소득 1000달러 돌파, 부가가치세 도입 등 한국 경제에 획을 그은 큰 사건들이 고인의 손에서 나왔으며, 증권시장 개혁, 중화학공업 육성 등도 고인이 없었다면 이뤄지기 어려웠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박 전 대통령도 “우리나라의 경제대통령은 남덕우”라고 할 정도로 그를 특별히 신임했다.

박 전 대통령과 맺은 인연은 대(代)를 이어 박근혜 대통령까지 이어졌다.

지난 2007년 제 17대 대선을 앞두고 당시 한나라당 유력 대권 주자였던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자문단 좌장직을 맡아 ‘근혜노믹스’ 입안에 영향을 미쳤다. 당시 경제자문단에는 성균관대 교수 출신인 안종범 새누리당 의원,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의 남편인 김영세 연세대 교수, 김광두 서강대 교수 등이 있다. 이들은 나중에 박 대통령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에 합류해 지난해 18대 대선에서 박 대통령의 경제 브레인으로 활약했다.

고인은 올해 3월에도 박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가진 국가원로 초청 오찬간담회에서 박 대통령의 바로 옆자리에 앉아 주목을 받기도 했다. 당시 고인은 원로그룹의 지혜를 구하는 박 대통령에게 “민주주의 가치와 시장경제 준수를 미래세대에 잘 교육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고인은 영면에 드는 순간까지도 현역으로 활동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무역협회장 등을 거쳐. IBC포럼 이사장, 한국선진화포럼 이사장으로 최근까지도 활발하게 활동해왔다. 1970년에는 한국 경제를 이끄는 주역이었다면, 은퇴한 후에는 현역보다 더 현역같은 조언을 후배들에게 제공한 것이다.

최근까지 한일협력위원회 회장을 맡았던 고인은 지난 1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면담을 갖고 ‘조만간 박 대통령이 취임하는 것을 계기로 상호 협력을 모색하면서 한일의 장래를 위해 노력하자’는 아베 총리의 뜻을 박 대통령에게 전하기도 했다.

고인은 수년간 전립선암을 앓았으며, 최근 노환이 겹쳐 병세가 급속히 악화돼 지난 6일 서울 강남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왔다.

장례는 한덕수 한국무역협회 회장, 이홍구 전 국무총리가 장례위원장을 맡아 사회장으로 진행된다. 유족으로는 부인 최혜숙 여사와 장남 남기선 (주)EVAN 사장, 차남 남기명 동양증권 전무 등이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이며 오는 22일 영결식이 거행된 뒤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에 안장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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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팟뉴스팀 기자 (spotnew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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