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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직?’ 기성용·구자철…이명주 카드 자극제


입력 2013.06.14 11:57 수정 2013.06.14 16:45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부상·경기력 저하로 대표팀 제외

이명주, 공백 완벽 메우며 급부상

이명주의 등장은 고착화돼가던 경쟁구도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 연합뉴스

최강희 감독은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3연전을 앞두고 중원의 핵이던 기성용과 구자철을 모두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표면적으로는 부상과 컨디션 저하, 경고누적 등의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월드컵 진출의 명운이 걸린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대표팀의 전력의 핵심으로 꼽히는 선수들을 한꺼번에 제외한데 대한 우려의 시선도 컸다.

결과적으로 지난 레바논전에서 기성용과 구자철의 빈자리는 크게 느껴졌다.

최강희 감독은 이들을 대신해 베테랑 김남일을 3년 만에 발탁하고 김보경-한국영-박종우 등 올림픽대표팀 멤버들을 중용하며 변화를 시도했지만 중원싸움에서 밀려 어려운 고비에 놓이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우즈벡전을 앞두고서는 김남일마저 부상했다. 하필이면 가장 두꺼운 중원 전력을 자랑하는 우즈벡을 상대로 차포를 떼고 싸워야하는 상황이었다.

최강희 감독의 선택은 이명주와 박종우 조합이었다. 이명주는 이날이 A매치 데뷔전이었고, 박종우 역시 3경기 출전에 불과한 검증되지 않은 조합이었다. 그러나 신예 콤비는 경험부족에 대한 선입견을 비웃기라도 하듯, 시종일관 활기찬 플레이로 공수 양면에서 활약하며 중원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특히, 이명주의 활약은 이날 MVP로 선정될 만큼 단연 돋보였다. 역대 대표선수들의 A매치 데뷔전을 살펴봐도 이 정도 임팩트를 보였던 선수가 있었나 싶을 만큼 이명주의 플레이는 군계일학이었다. 중원과 측면을 오가는 왕성한 활동량으로 동료들과 연계플레이를 펼치는가 하면, 위험지역에서 침착한 볼 처리와 한 박자 빠른 위치선정으로 몇 차례나 실점위기를 막아냈다. 기회가 오면 문전으로 과감하게 치고 올라가 공격까지 가담했다.

최강희호가 1년 만에 무실점 경기를 펼칠 수 있었던 데는 수비진의 공도 컸지만 중원에서 박종우와 함께 유기적인 압박을 통해 우즈벡의 전진 패스를 1차적으로 저지한 이명주의 공이 컸다. 적어도 이날만큼은 기성용과 구자철의 공백마저 크게 느껴지지 않았던 하루였다.

이명주의 등장은 그간 포지션 경쟁이 정체된 느낌을 줬던 대표팀 미드필드진에서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2010 남아공월드컵 이후 대표팀의 중원은 거의 기성용과 구자철이 독식해왔다. 이들의 기량이 워낙 뛰어나기도 했지만 상대적으로 이들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 면도 있다. 부진하거나 부상할 경우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2012 런던올림픽 이후 이들이 대표팀에서 보여주는 공헌도가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그동안 활발한 주전경쟁이 없다보니 느슨해졌다는 평가다.

국내파 이명주와 박종우의 약진은 그동안 대표팀 주전 자리에 안주해왔던 기성용과 구자철에게는 새로운 자극이 될 수 있는 카드다. 이들이 앞으로 대표팀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기성용-구자철의 새로운 파트너가 될 수도 혹은 이들을 뛰어넘는 경쟁자가 될 수도 있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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