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 SNS 파문…홍명보호 전화위복 될까
내부적으로 곪았던 문제 공론화
홍명보호, 해외파-국내파 위화감 걷어낼 기회
‘기둥? 애물단지??’
새롭게 출발하는 축구대표팀 홍명보 감독의 첫 과제는 유럽파 장악이다.
최강희호 시절 유럽파의 활용은 끊임없이 논란의 중심이었다. 병역논란과 소속팀에서의 부진으로 도마에 올랐던 박주영 발탁 문제부터 손흥민 기용, 기성용 SNS 파문 등으로 이어지는 논란에서 보듯, 최강희 감독은 유럽파 다루는데 애를 먹었다.
홍명보 감독은 유럽파들과의 인연이 남다르다. 특히, 박주영과 기성용은 2012 런던올림픽에서 홍명보호 주축으로 동메달 획득에 크게 기여했다. 홍명보 감독은 이 과정에서 개성 강한 유럽파와 스타들을 성공적으로 장악했다.
지역예선에 참여하지 못했던 유럽파들을 끌어안으면서 자칫 팀 내에서 기존 선수들과 발생할 수 있는 위화감을 사전에 차단한 것은 홍명보 감독의 리더십이 큰 몫을 담당했다. 당시 병역논란으로 사면초가에 몰려있던 박주영과 직접 기자회견까지 동석해 책임을 공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두터운 신뢰를 쌓았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사정이 또 다르다. 박주영은 여전히 슬럼프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최근에는 새로운 소속팀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기성용은 최근 SNS에서의 경솔한 발언이 도마에 오르며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데다 대한축구협회로부터 징계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홍명보 감독으로서도 유럽파라고 해서 확실한 명분 없이 자기 마음대로 선수들을 중용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자칫 이 선수들이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1년 앞으로 다가온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홍명보호 구상에도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무엇보다 ‘하나 된 팀워크’를 추구하는 홍명보 감독의 목표를 떠올릴 때, 유럽파와 국내파 사이의 위화감을 걷어내지 못한다면 대표팀에서 런던올림픽 같은 신화의 재현은 불가능하다.
홍명보 감독의 성향으로 볼 때 박주영과 기성용에 대한 논란과는 별개로 이들을 전력에서 완전히 배제할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선수의 가치와 팀에 대한 공헌도를 평가하는 기준이 여론의 반응에 따라 흔들리지 않게 하겠다는 것이 홍명보 감독의 입장이다. 둘은 홍명보 감독과의 신뢰 관계도 두텁다. 기량만 건재하다면 홍명보호에서는 좀 더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모습을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몇몇 선수들을 위해 대표팀 전체의 기강과 원칙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이다. 홍명보 감독은 "선수의 이름값이나 여론의 평가보다는 그 선수가 지금 팀에 필요한 자원인지 그 가치를 면밀히 따져 결정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팀이 필요로 하는 가치와 목표의식을 공유할 수 있는지 충분히 살펴보겠다는 것.
어떤 면에서 유럽파를 둘러싼 최근의 논란은 홍명보호에게는 전화위복의 기회이기도 하다. 기성용의 SNS 논란을 통해 어차피 한번은 짚고넘어가야했던 대표팀 내부의 곪은 문제들이 공론화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홍명보 감독으로서도 이 사건 자체에서는 제3자로 관망하는 입장을 취하면서 향후 팀 기강확립을 위한 변화의 당위성을 확보했다. 분열된 선수들을 감싸 안고 새로운 팀을 완성하기 위한 홍명보 감독의 개혁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 것인지는 유럽파들 관리를 통해 가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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