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입연 박 대통령, 국정원·NLL '종지부'
8일 수석비서관회의서 국정원 개혁 언급…"NLL 논란 자체가 유감"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취임 후 처음으로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과 ‘NLL(북방한계선)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앞선 박 대통령의 발언들이 사실상 ‘선 긋기’에 가까웠다면 이날 발언은 야권이 불 지핀 ‘당선 정당성’ 논란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의지가 담긴 듯 강경하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대선이 끝난 지 6개월이 지났다”며 “그런데도 대선 과정에 문제가 됐던 국정원 댓글과 NLL 관련 의혹으로 여전히 혼란과 반목을 거듭하고 있어서 유감”이라고 밝혔다.
특히 박 대통령은 “나는 이번 기회에 국정원도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정원은 국가와 국민의 안전보장을 위한 업무를 하는 것을 설립 목적으로 한다”면서 국정원 스스로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개혁안을 마련하길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NLL 논란에 대해서도 “NLL은 우리 국토를 지키는 중요한 선으로, 이 문제가 논란이 되고 제기된 것 자체가 유감”이라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국민을 대신하는 정치권이 국민에게 NLL 수호 의지를 분명하게 해서 더 이상의 논쟁과 분열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강경발언에는 크게 두 가지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첫째는 시기적으로 대통령이 나서야 할 때였다. 앞서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검찰 수사와 국회 논의 과정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명분으로 입장 표명을 자제해왔다.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이 입김으로 작용해 오히려 수사에 개입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특히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의 경우에는 검찰 수사와 별개로 국회에서 국정조사를 협의하고 있었기 때문에 박 대통령의 발언이 자칫 여당에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었다.
실제 박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청와대에 국정원 국정조사를 촉구하는 서한을 전달한 직후 “국정원이 그런 문제가 있었다면 여야가 제기한 국정원 관련 문제들에 대해 국민 앞에 의혹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절차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나설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국회가 논의해서 할 일”이라고 밝혔다.
당시 박 대통령은 “야당이 그동안 국회 논의들에 대해 대통령이 나서지 말라고 죽 얘기해오지 않았느냐. 나는 관여해오지 않았다”면서 국회 논의 사안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지금은 박 대통령의 발언이 입김으로 작용할 시점은 지났다는 분석이다. 검찰은 이미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비롯한 핵심관계자들을 기소했고, 여야는 국정조사 합의를 마쳤다. NLL 논란의 경우도 여야는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원본을 열람키로 합의했다.
진상 규명을 위한 법적 절차가 모두 마무리된 마당에 더 이상 박 대통령이 입장을 유보할 이유가 없었던 셈이다.
둘째로 박 대통령에게 빗발쳤던 사과 요구와 비판 등이 박 대통령 본인은 물론 청와대에도 부담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올 초 국정원의 댓글 흔적이 발견됐다는 검찰 수사결과가 나온 뒤 야권 일각에서는 지난 대선을 ‘부정선거’로 규정하며 선거 무효를 주장하기도 했다.
여기에 지난달 3주차 63.3%로 최고점을 찍었던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여야가 국정원 국정조사와 NLL 회의록 열람 건으로 공방을 주고받는 사이 2주 연속으로 하락했다. 한반도 비핵화를 명문화한 한중 정상회담의 성과도 국정원과 NLL 블랙홀에 매몰된 것이다.
특히 청와대는 계속된 야권의 공세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오히려 박 대통령의 침묵이 야권엔 국정원·여당 감싸기로 비춰져 ‘대선 원천무효 투쟁’으로 확대되기에 이르렀다. 야권이 제 살 깎아먹기를 각오하고 박 대통령의 정당성 논란에 총공세를 퍼부은 것.
결국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먼저 작심한 듯 야권의 행태를 비판하고 나섰다.
이 관계자는 8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소속 일부 의원들이 지난 7일 ‘정치공작 진상규명 및 국정원 개혁 촉구 광주시당·전남도당 당원보고대회’에서 박 대통령을 ‘당신’으로 지칭하고, 일부 여당 의원을 ‘미친X’이라고 비난한 것과 관련해 “그런 발언은 국민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가 아니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에 앞서 청와대 관계자가 직접적으로 정면 대응한 것으로 미루어 박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이 이전부터 야권의 공세에 대응할 방안을 모색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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