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공룡’ 서장훈의 달콤 쌉싸래한 폭소탄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입력 2013.07.09 10:42  수정 2013.07.10 09:48

'런닝맨' '무한도전' 등 예능프로그램서 맹활약

서장훈 외 핫한 프로그램 출연할 농구 아이콘 없어

‘농구계 레전드’ 서장훈이 예능프로그램에 나가서 어색한 쫄쫄이를 입고 망가지는 모습이 낯설게 느껴지는 이들도 있다. ⓒ MBC 무한도전

1~2년 전만 해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국보급 센터' 서장훈(39)이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추격전을 펼치고 몸개그 하는 모습을.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또 알지 못했던 서장훈의 모습은 농구장이 아닌 TV에 있었다.

서장훈은 지난 시즌 후 은퇴를 선언하며 몇 차례의 방송 출연을 통해서만 얼굴을 내비쳤다. 방송 전업까지는 아니었지만 미디어에 자주 노출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진중한 서장훈’만을 기억하는 팬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것도 ‘런닝맨’과 ‘무한도전’ 같이 당대 최고의 인기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어색한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내는 장면은 흔히 알고 있던 서장훈 이미지와는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서장훈 입담과 유머감각은 농구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정평이 나있지만 일반 대중들에게는 그야말로 아는 사람만 아는 수준이었다. 아직도 보통의 팬들이 기억하는 서장훈의 모습은 주로 무뚝뚝한 얼굴에 가끔 심판에게 맹렬하게 항의하던 험악한 인상 정도가 대부분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농구 선수로서의 '전성기'에 서장훈은 팬보다 안티가 더 많았고, 한국농구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90년대에도 서장훈은 화려한 주역보다는 주인공을 가로막는 ‘끝판왕’ 이미지가 강했다.

서장훈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진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서장훈은 한국농구사에 1만 득점-5000 리바운드라는 불멸의 대기록을 수립하며 레전드로 자리매김했다. 서장훈 은퇴가 다가오면서 그가 한국농구에 남긴 업적과 존재감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비로소 재조명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앞으로 그와 같은 선수가 다시 나오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실감할수록 서장훈의 가치는 더욱 돋보일 수밖에 없었다.

한국농구는 현재 암흑기에 놓여있다. 농구의 인기 자체도 하락했지만 무엇보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국제적인 스타 한 명 없는 것이 현실이다. 강동희-방성윤-정상헌 등 한때 농구팬들의 사랑을 받던 스타들의 몰락은 큰 충격과 실망을 주고 있다. 농구대표팀이 출전하는 국제대회 A매치도 TV에서 중계조차하지 않을 정도로 한국농구의 위상은 바닥에 떨어졌다.

‘농구계 레전드’ 서장훈이 예능프로그램에 나가서 어색한 쫄쫄이를 입고 망가지는 모습이 낯설게 느껴지는 이들도 있다. 서장훈 본인도 예능프로그램에서 웃음을 주면서도 '이렇게까지 망가져도 될까‘ 주저하고 고민하는 듯한 모습이 여러 차례 화면에 묻어났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 보면 그것도 지금 대한민국 농구인 중에서 그나마 서장훈이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오히려 그렇게라도 서장훈이라는 존재를 통해 한국농구에 대한 존재감을 일깨울 수 있다면 예능 출연이나 망가지는 것도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런닝맨’이나 ‘무한도전’처럼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예능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초대'받아 나갈 수 있는 것도 아무나 가능한 일은 아니다. 한국농구는 잘 몰라도 서장훈의 이름과 얼굴을 모르는 이들은 거의 없다. 대한민국 농구스타 중 그 정도의 지명도가 서장훈 밖에 없다는 것은 한국농구를 되돌아 보게 한다. 그 또한 서장훈이 농구인으로서 쌓아온 명성과 업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아쉬운 것은 현역도 아닌 은퇴한 서장훈을 능가할만한 인지도와 스타성을 겸비한 선수가 현재 한국농구에는 없다는 현실이다. 서장훈에 앞서 ‘런닝맨’에 출연했던 박지성(축구)이나 류현진(야구)은 지금도 각 종목을 대표하는 대한민국 스포츠의 아이콘이지만, 농구에는 '포스트 서장훈'을 대체할만한 아이콘이 아직 없다. 서장훈이 한국농구에서 차지하는 존재감은 은퇴 이후에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그것은 한국농구가 넘어야할 숙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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