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태 박정희" 갈데까지 간 민주당 막말 일파만파
'선거무효' 주장 이어 "태어나지 말았어야..."
정가 "야당이라고 해도 정도를 지켜야" 비판
국정원 댓글 의혹에 총력을 기울여온 민주당에서 '선거무효' 주장이 고개를 드는가 싶더니 일부 의원들의 막말 퍼레이드와 대선후보로서 당사자인 문재인 의원의 발언에 이어 마침내 홍익표 대변인의 '귀태의 후손' 발언이 정가를 강타했다.
야당의 숱한 비난 속에서도 4개월 가까이 평정심을 유지했던 청와대도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고 새누리당은 11일 오전 10시로 예정된 ‘NLL 남북정상회담 자료 열람위원회의’를 취소하고 긴급 최고위원회를 개최했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은 12일 오전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어제 홍익표 민주당 대변인의 발언은 국회의원 개인의 자질을 의심하게 할 뿐 아니라 국민을 대신하는 국회의원이 했다고 볼 수 없을 정도로 폭언이고 망언”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홍 대변인은 지난 11일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박정희와 기시 노부스케’라는 책의 ‘귀태(鬼胎)’라는 표현을 인용해 박근혜 대통령을 비난했다. 귀태는 귀신 귀(鬼)자에 태아 태(胎)자, 태어나지 않아야 할 사람들이 태어났다는 뜻이다.
홍 대변인은 “당시 만주국의 일본제국주의가 만주국에 세운 괴뢰국에 귀태 박정희와 기시 노부스케가 있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귀태의 후손들이 한국과 일본의 정상으로 있다”며 “아베 총리는 기시 노부스케의 외손자고, 박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녀”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태어나지 말아야 할 사람의 후손, 결국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이란 소리다.
이에 이 수석은 이날 “우리 대통령에 대해 북한에서 망발을 하는 것도 부족해서 이제 국회의원이 대통령에게 이런 식으로 막말을 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망치고 국민을 모독하는 행위”라면서 “홍 의원은 도대체 어느 나라 국회의원인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수석은 “이것은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자유민주주의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으로 본다”며 “민주당의 대변인이 이렇게 한 발언이 민주당의 당론인지 묻는다. 야당은 분명하게 입장을 밝히고, 국민과 대통령에게 정중하게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수석은 홍 대변인의 브리핑이 있었던 11일에도 기자들과 만나 “요즘은 대선 불복, 막말이 특정 정당 내에서 거의 스타일 또는 유행처럼 돼 있다”며 민주당을 비판했지만 당시에는 이 수석이 브리핑 전문을 확인하지 못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을 문제 삼진 않았다.
하지만 이날 브리핑에선 이번 발언이 민주당 대변인의 공식 브리핑이었던 점과 우발적 발언이 아닌 사전에 충분하게 준비된 자료를 통한 발표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 부분을 우리는 굉장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또 예의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수석은 또 “이제 취임한 지 4개월밖에 되지 않은 대통령에 대해, 미국과 중국을 오가면서 밤낮없이 외교와 안보, 국민의 일자리, 경제 살리기, 민생 챙기기에 여념이 없는 대통령에게 52일 동안 정부 출범을 가로막고 협조하지 않은 것까지도 이해를 했고 넘어갔다”고 말했다.
이 수석은 이어 “그런데 어제 대변인을 통해 준비된 내용의 야당 공식 발표에 우리들은 정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며 “공생과 타협의 대상으로 대통령을 보는 것이 아니라 타도와 소멸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우리는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수석은 “민주당은 대변인을 통해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이렇게 인정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민주당은 국민을 어떻게 보고 있는 것이냐”면서 “대선에 불복하고, 국민에 저항하고, 국민들의 선택을 부정하면서 어떻게 상생의 정치를 말할 수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이 수석은 송무백열(松茂柏悅), ‘소나무가 무성하니 잣나무가 기뻐한다’는 말을 인용하며 “여야가 서로 존중하고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격려하면서 정부와 야당, 정부와 국회가 선의의 경쟁을 통해 함께 발전해야 한다는 의미로, 야당은 그렇게 임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다만 이 수석은 홍 대변인의 발언과 관련해 별도의 법적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수석은 “민주당은 공당이고, 오랜 전통을 갖고 있고, 위대한 선배들이 이룩한 정당의 체면과 자존심, 수준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민주당의 조치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외부 정치전문가들 입장에서도 이번 홍 대변인의 발언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 '데일리안'과 전화통화에서 “(홍 대변인의 발언은) 민주당에게 전혀 무익한 일”이라며 “사실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메시지 자체가 박 대통령을 비난하고 한국 대통령과 일본 총리가 같은 족보라는 것인데, 그것이 지금의 정국에서 생산적이고 건강한 담론이 아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박 평론가는 이어 “그렇지 않아도 국정조사라든지 7월 임시국회와 관련해서도 여야 입장이 갈리는데, 야당으로서 정국을 풀려는 의도가 아니라 불을 지르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정치 전략적으로도 옳지 않고, 그 내용 자체가 국민이 공감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박 평론가는 “혹 그런 얘기를 인용 한다고 하더라도 그 (단어) 자체가 품격이 있다든지,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되는 메시지라고 볼 순 없다”며 “전혀 무익하고, 소모적이고, 지금 민주당이 처해 있는 어려운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수준 낮은 발언이라고 본다”고 꼬집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도 “야당으로서 야성을 보이는 부분이 언제부턴가 콘텐츠 없는 야성으로 변질됐다”며 “막연하고 추상적인 용어를 쓰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야당으로서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 야당이라고 해도 정도는 지켜야 할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이번 일은) 대변인이 상당히 잘못했다. 앞으로는 민주당이 대변인이 해야 할 말과 해선 안 되는 말을 자체적으로 교육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면서 “야당이 계속 내부싸움을 하는 상황에서 내부적으로 대변인은 남을 공격하고, 깎아내리는 역할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어 “비판을 하려면 박 대통령이 태어나지 말아야 할 사람이라면서 아베 총리와 묶을 필요 없이 확실하게 논리적으로 설명했어야 했다”며 “그건 용어 자체도 크게 문제가 있지만 야당 대변인의 행태가 야당의 이미지를 만든다는 의미에서 크게 잘못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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