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울한 한국농구, 장신 센터 부재 ‘아킬레스건’
대만A·이란에 완패하며 3위로 내려앉아
골밑 지배당한 한국..압박수비 무용지물
역시 문제는 이번에도 높이였다.
한국은 지난 14일 대만 타이페이서 벌어진 2013 존스컵 남자농구 마지막 경기에서 대만 A팀에 60-73 완패했다. 지난 10일 이란전에 이어 두 번째 패배. 대만A와 나란히 대회 5승2패를 기록했지만, 승자승 원칙에서 밀려 3위에 그쳤다.
패배한 이란전과 대만전의 공통점은 한 명의 위력적인 빅맨을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란에는 현재 아시아 최고의 센터로 꼽히는 하메드 하다디가 있었고, 대만에는 귀화 선수인 퀸시 데이비스가 있었다.
하다디는 한국전에서 34점 15리바운드, 데이비스는 26점 17리바운드로 골밑을 장악했다. NBA 소속이지만 주로 벤치를 달구는 선수와 KBL 트라이아웃에도 지명되지 못했던 흑인 빅맨만으로도 한국A팀을 유린하기는 충분했다.
한국에는 골밑에서 이들을 견제할만한 선수가 없었다. 김주성과 이승준 등이 분전했지만 힘과 높이에서 월등한 상대의 정통 센터들을 막아내기란 힘에 부쳤다. 이란과 대만은 바로 8월 아시아선수권에서 다시 한국과 만나게 될 상대들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유재학 감독은 아시아선수권에서 '수비농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강한 체력과 기동력을 활용한 전면압박과 함정수비가 유재학식 수비농구의 핵심이다. 신장의 열세를 감수하며 가드들을 대거 발탁한 것도 이러한 전술적인 색깔을 살리기 위해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박스 아웃과 수비 리바운드가 되지 못한다면 이러한 압박수비의 효과는 크게 반감된다. 아무리 앞선에서 상대를 압박한다고 해도, 한번 돌파가 뚫리거나 골밑으로 패스가 연결되면 막을 방법이 없다. 한국은 이번 존스컵에서 상대한 거의 모든 팀들에게 리바운드에서 열세를 드러냈다. 리바운드가 안 되면 한국이 자랑하는 속공도 무용지물이다.
유재학 감독은 이번 존스컵에서 준비한 전술을 모두 보여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상대도 100% 전력은 다 보여준 게 아닌 것은 마찬가지다. 더구나 상대팀들은 아시아선수권을 대비해 추가적인 전력보강의 여지가 남아있는데 비해 한국은 존스컵에 출전한 멤버들이 베스트멤버다. 특히, 빅맨진은 현실적으로 대체할 멤버가 없다.
장신센터 부재는 한국농구의 오랜 아킬레스건이었다. 그나마 숨통을 터줬던 서장훈은 이미 은퇴했고, 최장신 하승진은 공익근무 중이다. 오세근도 부상으로 대표팀 엔트리에서 아예 빠졌다.
한국의 빅맨진은 김주성, 이승준, 김종규, 이종현, 최부경 등으로 꾸려져있다. 210cm 이상의 장신이 전무한데다 파워나 기술도 국제무대에서 센터를 소화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해외무대에서는 기껏해야 파워포워드나 스몰포워드 정도의 사이즈지만, 기술이나 운동능력은 그에 못 미친다. 그나마 김주성을 제외하면 아예 상대 빅맨들에 대한 수비나 몸싸움이 되지 않는 선수들이 태반이다.
단순히 신체조건이 뒤지는 게 문제가 아니다. 서장훈이나 김주성이 국제무대에서도 제몫을 할 수 있었던 건 그들이 키로만 승부하는 선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 선수 중 역대 최고의 신체조건을 자랑하는 하승진은 정작 국제무대에서는 자신보다 크거나 비슷한 상대만 만나면 힘을 쓰지 못했다. 기본기의 차이다.
키도 작고 힘도 딸리는 한국 빅맨들이 국제무대에서 살아남으려면 더욱 다양한 기술과 근성을 키워 승부하는 방법밖에 없다. 슈팅 기술과 범위를 늘리거나,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런 일은 단순히 선수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서장훈-김주성의 대를 이을 대형 빅맨을 키우지 못하는 한국농구의 또 다른 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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