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의 제국' 전작 '추적자'와 뭐가 다른가
인물간 대립구도-암투 본격 시동
전작 '추적자'와 차별화 시작
드디어 드라마 ‘황금의 제국’이 전체적인 그림을 드러내며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전작 ‘추적자 THE CHASER’가 거대 재벌과 권력에 딸과 아내를 잃은 한 남성의 복수극이라는 큰 이야기 줄기를 바탕으로 한 데 반해 ‘황금의 제국’은 커다란 하나의 이야기 줄기가 있다기보다는 각 회마다의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돼 왔다. 드라마의 제목이 왜 ‘황금의 제국’인지 조차 불분명했다. 그렇지만 15일 방영된 비로소 5회 마지막에 드디어 ‘황금의 제국’이라는 단어가 대사에서 나온다. 황금의 제국이란 바로 재벌인 성진그룹이다. 회장과 자식들이 함께 하는 식탁에서 수천억 원이 오가는 대형 사업이 결정되고 수백억 원의 손해도 한 번의 꾸중으로 해결되는 재벌일가가 바로 ‘황금의 제국’이었다.
‘황금의 제국’의 큰 틀은 아무래도 주인공 ‘장태주’(고수 분)의 이야기다. 우선 드라마가 시작되기 전 SBS의 보도 자료에 실린 장태주의 인물 설명은 대략 다음과 같다. 우선 인물에 대한 설명이다. ‘수려한 외모, 명석한 두뇌, 강인한 열정, 유쾌한 웃음. 사내가 가질 수 있는 모든 것을 가졌지만 단 하나 돈을 가지지 못했기에, 치욕과 모멸을 견뎌야 했던 남자. 가난 때문에 아버지는 잃었지만, 가난 때문에 꿈조차 잃을 수는 없었던 남자, 장태주.’
그리고 장태주를 둘러싼 전체적인 스토리에 대한 설명이다. '부동산 시행사에 뛰어들어 타고난 배짱과 결기로 승승장구하던 중, 국내 굴지의 재벌 성진그룹, 그 황금의 제국에 입성하지만 그의 역할은 고작 제국의 문지기일 뿐 자신보다 나을 것 없는 자들의 후계경쟁 속에 이용당하고 배신당하던 태주의 마음에 서서히 야망이 꿈틀거린다. 발각되는 순간 제국에서 추방당할 거대한 계획을 품은 채, 제왕의 자리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사실 4회까지 방송분만 가지고 장태주에 대한 인물 설명은 이해가 쉽지 않았다. 비로소 5회까지 드라마가 진행된 뒤에야 서서히 큰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6회부터는 본격적인 성진그룹에 입성해 야망을 키워가는 장태주의 모습이 그려지기 시작한다.
‘황금의 제국’ 1회는 상반된 장태주의 모습을 보여준다. 1회 첫 부분, 현재 시점을 보여주는 대목에서 장태주는 냉혹한 사업가다. 자신의 성공을 위해 윤설희(장신영 분)를 거리낌 없이 국회의원 김광세(이원재 분)에게 보낸 뒤 시간을 끌기 위해 성관계를 갖도록 요구한다. 어렵게 만난 김광세와의 타협이 이뤄지지 못하자 그를 죽인 장태주는 윤설희에게 살인의 죄를 대신 뒤집어 써달라며 키스한다.
그렇지만 과거 시점으로 돌아와선 전혀 다른 장태주가 기다리고 있다. 대학생 장태주는 말 그대로 순수함으로 대변된다. 그렇지만 철거 과정에서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사건을 계기로 수감생활까지 하며 돌변한 그는 냉정한 사업가로 변신해 성공 가도를 달린다. 그렇지만 적어도 5회까지의 장태주는 아직 순수함을 잃지 않고 있다. 위기에 빠져 모든 사업이 망할 위기에서도 윤설희의 몸을 요구하는 국회의원 김광세의 제안을 거절한다. 1회 첫 부분을 보면 훗날 장태주는 결국 김광세의 요구를 받아들여 윤설희를 그의 정부로 만들 만큼 타락할 것이다. 아직은 순수함을 잃지 않은 장태주가 더욱 타락하는 계기는 아무래도 황금의 제국인 성진그룹에 들어간 것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드라마 ‘황금의 제국’이 그리는 큰 이야기 구도는 순수한 대학생 장태주가 극악의 사업가 장태주로 변모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될 전망이다. 그리고 그를 변화시키는 것이 바로 황금의 제국, 재벌 성진그룹이다.
그런 만큼 진정한 드라마의 큰 틀은 성진그룹의 후계구도를 둘러싼 내부 갈등이 될 전망이다. 드라마 초반부에서의 1차 내부 갈등은 최동성 회장(박근형 분)의 투병이다. 최 회장이 식물인간이 될 지도 모르는 큰 수술을 받으면서 이를 알게 된 최 회장의 동생 최동진(정한용 분) 부회장 측이 경영권 접수에 나선 것. 그 중심은 최 부회장의 아들로 성진건설 사장이던 최민재(손현주 분)이었다. 그렇지만 최 회장의 둘째 딸인 최서윤(이요원 분)은 두 번이나 이를 막아내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선 장태주가 최서윤에게 결정적인 도움을 제공한다.
진정한 내분은 4회 이후 시작됐다. 최 회장이 치매 증상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후계구도를 둘러싼 최 회장 일가의 내분이 시작된 것. 여전히 큰 구도는 최서윤과 최민재다. 최 회장의 지지를 받는 최서윤을 중심으로 한 최 회장의 자식들, 그리고 최 회장의 부인 한정희(김미숙 분) 등이 최서윤 측으로 분류되며 최 회장의 큰 아들 최원재(원효섭 분)가 성진그룹에서 쫓겨난 최민재의 야망에 이용당하고 있다. 또한 최민재 측에는 은행장의 딸인 정유진(진서연 분)이 가세해 힘을 보태고 있다.
그런데 5회 방송에서 새로운 세력이 대두했다. 바로 최 회장의 부인 한정희가 그룹 후계구도를 노리는 제 3세력으로 급부상한 것. 한정희는 유독 최 회장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넷째 아들 최성재(이현진 분)의 모친이기도 하다. 그런데 5회 방송에서 최성재 출생의 비밀이 드러났다.
과거 천마아파트 붕괴사고 발생 당시 사고 원인이 성진그룹의 성진 시멘트 때문임에도 최 회장은 중앙정보부에 있던 동생 최동진의 도움을 받아 부실공사의 책임을 천마건설에 떠넘겼다. 그 일로 천마그룹 사장이 세상을 떠났고 그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던 한정희는 의도적으로 최 회장에게 접근해 결혼하게 된다. 그렇게 최성재가 태어났다. 그리고 천마건설은 훗날 성진건설이 된다.
성진그룹은 최 회장 후계구도를 공고히 하기 위해 성진건설을 지주회사로 삼으려 하고 있다. 그리고 성진건설을 둘러싼 암투로 계속되고 있다. 본래 성진건설 사장이었던 최민재는 최원재를 내세워 성진건설을 노리고 있으며, 본래 천마건설 사주 일가로 천마건설의 후신인 성진건설을 되찾으려 하는 한정희와 최성재, 그리고 지키려는 최서윤의 싸움이 시작된 것. 성진건설이 지주회사가 되면 성진건설을 차지한다는 것은 곧 성진그룹을 모두 갖게 된다는 의미다.
이런 성진건설을 둘러싼 성진그룹 내부 다툼에서 장태주의 역할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우선 장태주 입장에서 최민재는 아버지의 원수다. 또한 최민재 입장에선 성진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패하게 만든 장본인이 장태주다. 게다가 아픈 전처와 이혼하고 은행장의 딸 박은정과 결혼하게 만든, 그래서 전처를 사망에 이르게 한 장본인이 바로 장태주다. 그렇지만 이처럼 철천지원수인 이들은 황금의 제국을 위해 손을 잡는다.
반면 1회 첫 장면에선 장태주와 최서윤의 결혼식 장면이 짧게 등장했다. 또한 최서윤의 인물소개에도 두 사람이 사랑하는 관계로 묘사돼 있다. 결국 6회까지의 구도는 장태주가 최민재의 손을 잡고 최서윤 측과 대립하는 것이지만 이후 구도는 또 완전히 뒤틀릴 것으로 보인다. 이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면서 시청률 역시 급등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해 ‘추적자’ 역시 비슷한 시청률 흐름을 보인 바 있다.
또한 시청자 층이 다소 겹치는 것으로 분석되는 KBS ‘상어’가 종영하는 시점인 11회 이후 ‘황금의 제국’이 큰 폭의 시청률 상승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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