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에닝요, 의리와 배려 빛난 ‘쿨한 결별’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입력 2013.07.22 10:41  수정 2013.07.22 10:48

계약기간 6개월 남기고 중국 창춘 야타이로 이적

전북, 오랜 헌신에 예우..에닝요, 감사의 뜻 전해

에닝요 ⓒ 전북 현대

K리그를 빛낸 또 한 명의 걸출한 외국인 선수가 아쉬운 작별을 고했다.

'녹색 독수리' 에닝요(32·전북)가 중국 프로축구 창춘 야타이로 이적한다. 전북 구단은 21일 에닝요의 이적을 공식 발표했다. 이적료는 약 180만 유로(한화 약 27억원) 내외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과 계약기간이 6개월가량 남아있던 에닝요는 오래 전부터 창춘의 러브콜을 받고 고심을 거듭한 끝에 선수생활 막바지 새로운 도전을 위해 결단을 내렸다.

최근 전북 선수단은 휴식기를 이용해 프랑스 올림피크 리옹과 친선전을 치르기 위해 원정을 떠났다. 에닝요는 구단의 동의하에 중국으로 출국해 창춘의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하고 계약에 합의했다. 이로써 에닝요는 5년간의 전북 생활을 정리하게 됐다.

전북과 K리그 팬들로선 아쉬운 일이다.

에닝요는 수원과 대구를 거쳐 2009년부터 전북에 입단해 뛰면서 K리그 138경기에 출전, 57골 46도움을 올렸다. 두 차례 K리그 우승과 한 차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견인했다. K리그 최단기간 60-60(득점-도움)의 금자탑도 쌓았다. 전북의 간판 공격수 이동국과 찰떡궁합을 이루며 '닥공'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화려한 발재간과 넓은 시야를 겸비해 최강희 전북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으로 자리를 옮겼을 때는 귀화를 통한 대표팀 승선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다. 절차상과 문제와 여론의 반발로 무산되기는 했지만 그만큼 에닝요의 기량을 인정받기에는 충분했다.

뛰어난 실력뿐만 아니라 에닝요는 한국축구에 대한 애정도 남달랐다. 전북에서 호흡을 맞춘 최강희 감독과는 '아버지'라는 호칭을 쓸 만큼 각별한 친분을 유지했다. 동료 선수들과의 관계도 좋았고 가족들도 한국생활에 매우 만족하며 전북을 제2의 고향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에닝요와 전북은 계약기간 만료가 다가오면서 고민에 빠졌다. 에닝요의 기량을 탐낸 해외 구단들의 러브콜이 늘어나면서 전북은 조건상 에닝요를 무작정 잡을 수만은 없는 처지에 놓였다.

최강희 감독 부임 이후 대대적인 선수단 개편에 나선 전북은 이미 에닝요를 비롯해 김정우와 임유환 등 팀 내 고액연봉자들을 정리하고 있다. 나이 30을 넘긴 데다 올 시즌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고전한 에닝요도 좀 더 좋은 조건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울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기 어려웠다.

에닝요와 전북은 결국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고 쿨한 결별을 택했다. K리그 순위싸움이 한창인 가운데 5년을 활약한 간판스타를 시즌 중에 내보내기가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전북은 이적 문제를 온전히 에닝요의 의지에 맡겼다. 후반기 레이스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는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도 오랫동안 팀을 위해 헌신한 선수에 대한 예우를 지켰다.

에닝요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을 "언젠가는 이날이 올 거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다가오니 아쉽고 가슴이 먹먹하네요. 저희 모두가 함께 이루어낸 수많은 추억들은 그 누구도 지울 수가 없을 거예요"라며 "정말 아름다운 추억들이었습니다. 저를 안아주고 아껴주신 우리 전북 서포터즈 여러분, 고맙고 사랑합니다"라고 감사의 인사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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