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록 실종' 노무현 정부 개입 4가지 근거
연관자료도 증발됐고 당시 관계자 증언 엇갈려
일각에선 MB정부 개입됐다는 3가지 근거 제시
[기사수정 : 2013.07.23. 09:20]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은 사실상 사라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황진하·조명철 새누리당-전해철·박남춘 민주당 의원 등 4명의 열람위원과 여야가 추천한 전문가 4명 등은 21일 밤까지 당초 국가기록원이 적용했던 방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재검색을 실시했지만, 회의록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19, 20일까지의 재검색 실패까지 합하면 이번이 3번째 실패다.
정치권에선 회의록이 사라진 이유를 두고 갖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는 회의록을 사라지게 한 주체가 누구인지 그 정체를 밝히는 일과도 맞닿아있다. 때문에 22일 오전 여야 열람위원들이 기록원을 찾아 회의록 실종을 확인하고, 이날 오후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회의록이 실종됐다고 공식 언급된 뒤부터는 여야의 사활을 건 충돌이 예상된다.
노무현 정부 측이 실종사건 주체? 4가지 근거
현재 새누리당은 실종사건의 주체로 노무현 정부 측을,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 등을 겨냥하며 날을 세우고 있다. 그중 노무현 정부가 회의록 실종사건의 주체라는 근거를 종합해보면 총 4가지다.
첫 번째는 누군가가 기록을 삭제·폐기한다는 가정을 할 경우, 그러기에는 시도가 깔끔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청와대 업무처리시스템인 ‘이지원’(e―知園)에서 대통령기록물관리시스템(PAMS·팜스)으로 이관한 회의록을 누군가가 삭제했다면, 이와 함께 이지원 스토리지에서도 회의록을 삭제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기록원은 노무현 정부에서 이지원 시스템으로 분류해놓은 원자료를 스토리지(대용량 데이터 저장소) 형식으로도 보관중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회의록 외에 연관 자료도 모두 사라졌다는 주장이다. 정상회담 사전 준비 및 사후 조치와 관련된 청와대 회의록과 보고서, 기타 부속 자료 중 상당수가 사라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이 자료들에는 NLL 및 서해 평화수역 문제를 다루는 내용들이 담겼던 것으로 전해지며, 공개될 경우, 노무현 정부에게 정치적 타격이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세 번째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의 기록을 맡았던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의 발언이다. 조 전 비서관은 지난 1~2월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가 정문헌·이철우 새누리당 의원,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 NLL관련 고소·고발 사건을 수사할 당시 참고인 진술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회의록 관리 주체를 국정원으로 한정지었다는 취지로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22일자 ‘중앙일보’에서 인용한 당시 수사 관계자에 따르면, 조 전 비서관은 “정상회담 대화록을 작성해 노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더니 남북관계 때문에 후임 대통령도 봐야 하니 국정원에서 (대화록을) 관리하고, 청와대에는 두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고 전해졌다. 아울러 조 전 비서관의 이 같은 진술은 참여정부 핵심 인사였던 문재인 의원 등이 “대화록 등을 이지원에 넣어 이명박 정부에 넘겼다”는 발언과는 다르다.
네 번째로는 노무현 정부가 임기 말 이지원에 있는 주요 자료를 삭제할 수 있는 기능을 설치했다는 의혹이다. 22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이지원 기록물보호체계 구축 사업계획서’에는 청와대가 2008년 1월 외부 용역을 통해 대통령 일지와 업무주제, 업무처리방법 지시사항 등 53개 항목을 삭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설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매체에 따르면, 2005년 노 전 대통령의 지시로 삼성SDS가 구축한 이지원에는 문서 삭제 기능이 없었으나 청와대는 2006년 정권 간 인수인계 대비 차원으로 백서 및 현황, 인계조직 관리, 기타자료 등을 삭제할 수 있는 기능을 이지원에 추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정부·국정원·국가기록원 모두 한패? 3가지 근거
반면,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와 남재준 국정원장, 국가기록원을 향해 불신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민주당 측의 근거를 종합해보면 총 3가지다.
첫 번째는 기록원이 이지원 사본을 무단해제하고, 이 시스템에 최소 두 차례 접속(로그인)한 기록이 있다는 의혹이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21일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3월 26일 노무현재단 사료팀이 노 전 대통령의 개인기록을 제공받기 위해 기록관을 방문했다가 당시 지정서고에 보관됐던 ‘봉하 이지원 시스템’의 봉인 해제 및 두 번의 로그인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기록관 측은 이에 대해 시스템 구동 확인과 항온·항습 확인을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한 상태지만, 홍 의원은 기록관이 접속 당시 무엇을 살펴봤는지, 또 이외의 접속은 없었는지 밝혀야 한다고 추궁하고 있다.
특히 접속 기록이 있던 때는 2010년과 2011년인데 첫 번째 접속이 이뤄졌던 시점이 김선진 당시 청와대 메시지기획관리실 행정관이 참여정부가 임명한 임상경 초대 대통령기록관장에 이어 임명됐던 때라는 게 주목되고 있다. 기록관장의 임기는 본래 5년이나 임 관장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었다.
두 번째로는 국정원이 기록원에 회의록이 없다는 것을 미리 인지하고 있었다는 의혹이다.
국회 정보위 민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은 21일 국회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남 원장은 최근 정보위 비공개 회의에서 ‘국정원에 있는 회의록이 정본·원본이고, 기록원에 회의록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일’이라고 했었다”고 말했다. 즉, 각각 중립적이어야 할 국정원과 기록원 간 긴밀한 연계가 있었다는 의혹인 셈이다.
마지막으로는 기록원의 본문 검색 허위 보고다.
당초 기록원은 “4일 동안 제목·본문 모두를 검색해 회의록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열람위원들에게 최초 보고했지만, 지난 18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한 기록원 전산전문가는 “암호를 풀어 본문을 검색해야 하는데 이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기록원의 허위 보고가 일어난 것인데 민주당은 이러한 보고를 하는 기록원을 믿을 수 있겠느냐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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